근무 중에 잠시 교무실에 회의를 다녀오니 엄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전화를 하려다보니 문자가 와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서 전화했는데 안 받네. 이모가 전화해서 백종원이 부인하고 나이차이가 얼마인가하고 애들이 몇인가 물어보네.” 부모님께서는 요즘 주말연속극 ‘아이가 다섯’을 재미있게 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는 연세 많으신 이모님 역시 즐겨 보고 계신 듯합니다. 그러다가 이모님이 여주인공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긴 듯합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질문을 했는데 엄마는 제일 쉽고 간단하게 알아보는 방법으로 저를 택한 것 같습니다. 즉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나이차는 15살, 초혼, 자녀는 아들하나 딸 하나.” 바쁘기에 간단하게 답 문자를 보내고 다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에 또 띵동~문자가 왔습니다. “고마워 우리딸~ 수고해~.”
IT기술의 발전은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공무원 준비생들이 서울 유명한 학원에 가지를 않고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 시험공부를 합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대신에 컴퓨터로 접속해서 함께 게임을 하며 우정을 다집니다. 극장에 가기 귀찮은 가족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결재한 후에 다운받아서 요즘 인기몰이중인 영화를 거실에 모여서 여유있게 감상합니다.
맞벌이 주부들은 바쁘거나 집을 나서기 귀찮을 때 안방 컴퓨터로 쇼핑몰에 접속해서 간단하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합니다. 각종 모임에서는 오프라인 모임뿐만 아니라, 밴드나 단체 카톡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서로 소식을 전하며 끈끈하게 유대관계를 지속합니다. 직장에서는 중요한 일정을 스마트 폰 에 저장해놓고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정보화시대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순기능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중 하나로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으로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인터넷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원하는 정보를 곧바로 얻는 시대가 됐습니다.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백과사전을 펼친다거나 해외여행정보를 얻기 위해 여행사에 연락할 필요가 없습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기기 하나가 모든 정보를 제공합니다. 지식이 많은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구분 없이 누구나 다방면에 아는 척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최근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시대변화는 자신의 학식과 견문을 과신하는 사람들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진짜 똑똑한 사람과 똑똑한 척하는 사람을 분별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예일대학교 연구팀은 남성 119명, 여성 83명 등 총 202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 정보를 찾도록 했습니다. 또 대조군 실험참가자들에게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 뒤 인터넷 검색 없이 해당 질문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같은 실험이 끝난 뒤에는 앞선 질문 내용과 상관없는 분야에 대해 또 다시 질문하고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이번에는 실험군과 대조군 전원 인터넷 사용 없이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자신감을 평가한 결과, 앞서 인터넷을 사용했던 실험참가자들이 좀 더 본인의 답변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인터넷이 스스로의 지식수준을 높게 평가하도록 만드는 인식전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정보 검색을 인터넷 검색이 아닌 종이 형태로 제공했을 땐 실험참가자들이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연구팀은 어떤 정보를 제공받느냐보다 인터넷을 검색한다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 지식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처럼 인터넷에 의존하다보면 자신의 머리에 저장되지 않은 정보조차 자신의 지식으로 착각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봤습니다. 또 스스로 사고하고 비판하는 능력과 암기능력 역시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팔순을 바라보고 계시는 엄마는 모든 자녀들과 손자들의 전화번호와 생일을 모두 암기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미리 전화를 해서 챙겨주십니다. “송이야! 오늘 00 생일인 것 알지? 잊지 말고 축하전화 한 통 해줘라!”
기사입력: 2016/08/09 [14:48]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182641§ion=sc30§ion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