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변 19번 국도. 그 길목에는 전라도와 경상도를 이어주며 번성했던 화개장터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예전의 북적대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벚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4월이 되면 이곳 역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의 초입까지 이어지는 그 유명한 '십리벚꽃길' 때문이다.
구불구불한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길은 약 5km다. 길 양편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벚나무에 꽃이 만개하면 안개를 뿜어 올리듯 뽀얗게 피어난 꽃송이들이 하늘을 덮은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벚꽃 터널이 끝없이 이어지는 길로 천천히 걸으며 꽃구경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길은 특히 젊은 남녀들이 걸으며 백년해로를 기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여 '혼례 길목'으로도 불린다. 간혹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시기한 바람이 세차게 벚나무를 휘어잡으면 나뭇가지에 매달려 하늘거리던 벚꽃이 일제히 흩날리며 하얀 꽃비가 내리는 모습도 환상적이다.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넘어 쌍계사로 향해 걷다보면 윗길과 아랫길로 갈라진다. 윗길은 나무데크, 아랫길은 화개천 물길 옆을 걷게 되는데 어느 정도 걸으면 갈라졌던 길이 다시 합쳐지므로 어느 곳으로 가든 상관없다. 단, 화개천을 따라 화사하게 핀 벚꽃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은 나무데크 길이 더 좋다. 쌍계사로 가는 길목에는 벚꽃뿐만 아니라 초록빛 야생차밭도 줄줄이 펼쳐져 십리벚꽃길의 멋을 더해준다. 그 멋진 풍경을 음미하며 걷다보면 십릿길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다.
화개꽃길 끄트머리에서 쌍계교를 넘으면 쌍계사로 이어진다. 쌍계사로 들어서기 전 쌍계(雙溪)와 석문(石門)이라 새겨진 두 개의 큰 바위가 눈에 띄는데 이는 최치원 선생이 지팡이 끝으로 쓴 글씨라는 전설이 있어 흥미롭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기 전까지 산비탈을 이용한 낮은 돌계단을 올라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사찰 안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든다.
대웅전 옆길로 돌아 불일폭포로 가는 길목도 좋다.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2.5km가량 걸으면 불일폭포. 물의 양이 많을 때에는 높이 60m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이 협곡을 진동시키며 그 소리를 사방 1km 내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쌍계사를 둘러보고 해질 무렵 산자락에 울려 퍼지는 법고와 목어, 은은한 범종 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PLUS.TIP 화개장터 벚꽃축제
매년 4월 초, 섬진강변 화개장터 일원에서 열린다. 벚꽃이 만개하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리벚꽃길뿐만 아니라 하동읍에서 구례읍을 잇는 섬진강변 100리 길도 온통 벚꽃길이 되어 축제 무렵이면 꽃구경을 나선 차량들로 줄을 잇는다. 축제 기간에는 씨름대회를 비롯한 각종 민속놀이와 공연이 펼쳐진다.
• 문의: 하동군청 문화관광과(055-880-2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