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순례 | 2004/09/30 (목) 07:00 |
|
|
[파찌맛집] 청파동에서 25년, 양평민물매운탕
얼마전 상도동에 있는 민물고기전문점 ‘동강’에 맛집순례를 다녀 온 적이 있었다. 시식한 메뉴는 메기불고기와 잡어탕...좀 처럼 만나기 힘든 메뉴인 메기불고기는 괜찮았는데 잡어탕의 국물 맛이 파찌아빠는 영 시원찮았다. 몸에 좋은 식자재를 암만 많이 넣었더라도 음식의 맛을 제대로 못 살린다면 아니 넣은 것만 못하다는 것이 평소 파찌아빠의 생각이다. 동강의 잡어탕 맛이 딱 그랬다. 맛집순례에 함께 나섰던 일행들 중 파찌아빠의 영원한 맛동지인 수빈아빠가 파찌아빠와 입을 맞추었다.
“...숙대입구에 있는 ‘양평민물매운탕’의 잡어탕이 훨씬 맛있다. 이건 별루야...” “나도 방금 그집 생각을 했었는데...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몰라도 내 입맛엔 ‘양평민물매운탕’이 딱이다.”
이날의 아쉬웠던 맛집순례는 후일 ‘양평민물매운탕’회동으로 이어졌다.
‘양평민물매운탕’과 파찌아빠의 만남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몇해 전 이던가 수빈아빠가 여느 날과 마찮가지로 파찌아빠에게 전화를걸어왔다. 수빈아빠와 파찌아빠가 서로 전화를 하는 경우는 다음 3가지 경우 중 하나이다. 첫번째 경우는 새로운 맛집을 알게 됐을 때 이고, 두번째 경우는 주말을 같이 보낼 계획을 짤 때이다. 세번째 경우는 앞의 2가지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인데 이런 경우는 별로 없다. 어차피 수빈아빠와는 자주 보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들은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면 된다.
파찌아빠는‘양평민물매운탕’을 첫 방문한 이후 10수일 사이에 3번이나 더 그집의 문지방을 넘나 들었었다. 평소 먹고 싶은 것 많고, 가보고 싶은 곳 많은 파찌아빠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양평민물매운탕’에 필이 확 꽂혔다고나 할까...암튼, 수빈아빠와, 친구들과, 가족들과, 거래처 분들과 이래저래 경우를 엮어서 ‘양평민물매운탕’의 잡어탕을 꽤 먹어주러 다녔었다.
양평, 여주강, 충주 목계강에서 잡아 온 누치, 어름치, 매자, 끄리, 모래무지, 피래미, 민물새우 등을 넣어 끓여내는 잡어탕은 다른 메뉴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파찌아빠가 즐겨찾는 메뉴이다. 시뻘건 육수에 잡어와 야채를 듬뿍 넣고 끓여낸 매운탕에 수제비를 띄우면 보는 것 만으로도 눈이 행복해 진다. 일단 매운탕 국물을 한 숫갈 떠서 입안에 흘려 넣으면 순간적으로 파찌아빠의 머릿속은 복잡해 진다.
‘첫 느낌은 게운하고, 육수엔 알싸한 생강 향이 많이 베어 있어 마늘 향을 가만히 누르고 있군...민물새우의 달콤한 맛도 혀 끝에서 감지되고, 텁텁하지 않게 끓여낸 국물은 제대로 묵은 장맛 때문이겠지...가만, 끝맛의 이 느낌은 뭐지? 수제비를 미리 띄워 넣었더니만 국물 맛이 좀 흐려졌네.. ...’
그렇다고 ‘머릿속이 복잡해 지는 국물 맛’이라는 파찌아빠의 표현에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건 파찌아빠의 오래된 습관에 의한 숙달된 복잡함일 뿐...대게는 “맛있네!”라는 단 한마디로 맛을 정리해 버린다.
================================== ! 잠깐정보 : 손맛이 느껴지는 양평민물매운탕 ================================== 중국음식을 불맛, 일본음식을 칼맛이라고 한다면 우리네의 음식은 손맛이다.양평민물매운탕 맛의 비결은 바로 손맛이다.
첫번째 비결은 민물고기를 손질할 때 수돗물을 바로 사용하지 않고 수조에서 1~2일전에 미리 받아 놓았다 쓴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정성 하나에도 손님들은 감동을 한다.
두번째 비결은 손수 담근 고추장과 된장을 사용한다. 양념장도 알맞게 숙성시켜 쓴다. 텁텁하지 않은 육수 맛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세번째 비결은 수제비용 밀가루 반죽도 손으로 수십번을 치댄 뒤 숙성시켜 쫀득함을 배가 시킨다.
네번째 비결은 화학조미료는 안쓴다고 하는데...파찌아빠의 입맛으론 조금은 쓴 것 같다. 안 그러고서도 이 만큼 감칠 맛을 낼 수 있다면 정말 대단한 손맛이다.
1. 위치 : 서울 용산구 청파2동 숙대입구. 전화번호 : 02-712-6657
2. 메뉴 : 사진에 다 나와 있다. 파찌아빠 기준으로 주문을 한다면 소(2인분), 중(2~3인분), 대(3~4인분), 특대(4~6인분) 당분간 금어기라 잡어탕은 주문을 받지 않는다. 추석 이후에 가면 잡어탕도 맛 볼 수 있을 듯.
3. 총평 : 서울시내에서 이만큼 맛을 내는 매운탕집은 또 없지 싶다. 직접 천렵을 해 끓여먹는 재미만은 못하지만, 맛있는 집이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 공통사항 : 일단 매운탕이 끓기 전에 빙어튀김(1만원)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신다. - 치열하게 먹어야 할 경우 : 매운탕이 끓기 시작하면 바로 수제비를 넣는다. 야채 먹고, 민물고기 먹고, 수제비를 건져 먹는다. 생각하지 말고 닥치는 데로 먹어야 한다. - 느긋하게 먹어도 될 경우 : 매운탕이 끓기 시작하면 야채를 먼저 건져 먹은 후, 수제비를 넣고 끓인다. 수제비도 건져먹고, 마지막으로 민물고기를 건져 먹는다. 민물고기 맛이 국물에 진하게 녹아 있어 국물 맛이 좋다. - 기타 : 육수가 모자르면 육수를 더 부어 달라고 하면 된다. 밥은 국물에 흥건하게 말아 먹는 것이 맛있다.
5. Tip : 파찌아빠의 이럴 땐 여기. - 달콤, 게운, 복잡미묘한 민물잡어탕이 생각 날 땐 청파동 숙명여대 입구에 있는 ‘양평민물매운탕’ - 푸짐하게 맘껏 메기매운탕을 먹고 싶으면 김포에 있는 김포한탄강 - 시원하고 깨끗한 복국이 먹고 싶을 땐 강서구청 건너편에 있는 종로찌게마을 - 싸고, 맛있고, 푸짐한 동태찌게가 생각나면 종로 5가 연지얼큰한동태국전문 - 얼큰, 개운한 복매운탕이 생각나면 충무로 스카라극장 뒷골목안의 찌그러진 냄비집 ‘부산복집’ - 시원, 고소, 얼큰, 푸짐한 대구탕과 곤이가 생각나면 삼각지 로타리에 있는 ‘원대구탕’
& 덧 붙이는 말 : 요즘 여기저기에서 제철을 맞은 전어와 대하, 꽃게들이 파찌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쩝
& 또 덧 붙이는 말 : 다들 명절 잘 보내셨는지? 파찌아빠는 푹 쉬다 왔다. 명절 쇤 이야기는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