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정화수 떠놓고 비는 등의 토속신앙은 어떤 것이 있나요?
guendong@empas.com 의 질의에 대한 답변
토속신앙이라는 말은 외래신앙, 혹은 고급신앙에 대하여 토박이신앙, 혹은 저급신앙, 나아가 미신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게 홀대를 받는 이유는 이 분야의 연구와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무관심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문화원형, 또는 문화강역의 방기, 나아가 파괴에 까지 이르는 무서운 병입니다.
물 떠놓고 비는 것을 비손이라 합니다. 이동주는 이렇게 읊었습니다.
새벽
닭이 울적마다
두 활개로 기도를 드렸다.
울 어머니 종교는 神靈이었다. 하늘을 움직이는 지성으로
노를 꼬듯 손을 부볐다. 추운날 얼음을 깨고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는 엎드려 손을 부볐다. 흰옷입고 육신을 태우듯 절만 하였다.
밝은 지혜는 다시 어둔 무식으로돌아가야 後光에 안기노니,
신앙은 차라리 어리석고 고되라는 터득에서다.
이동주, [사모곡 ]
이때의 비손은 천지신명, 혹은 태양신에 빈다는 뜻입니다. [민화와 우리신화]에서 발췌합니다.
(사진 왼쪽 위: 당목, 당나무-나무는 태양을 향해 손을 벌리듯이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다)
우리네 어머니는 두손바닥이 닳도록 비비면서 비손을 했다. 그 때 부르는 이름이 있었다. "천지신명이시어, 일월성신이시어" 였다. 후렴도 있다. "굽어 살피시옵소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하늘에 있는 천지 신명과 해달별님들이 모두 굽어 선처해주시옵소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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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2번째: 바이칼 호수 주변의 뷰리아트 계 몽골인들이 남하하면서 조상과 고향을 잊지 말자고 솟대를 세웠다. 이 몸이 새라면 날아 고향으로 갈 수 있으려니 하는 심경이었을 것이다)
천지신명(天地神明)은 천지와 신명이다. 천지는 하늘과 땅이니 바로 이 세계를 말한다. 후한서[예의지]에 동방은 신명의 집이요, 서방은 신명의 묘라 했으니 태양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비손을 할 때 떠놓는 물을 정화수(井華水)라고 합니다. 아침 일찍 정화수를 떠서 기도를 하거나 한약을 다렸다고 하죠. 혹은 새해 첫 진일(辰日)-즉 용의 날 새벽에 우물물을 떠서 밥을 하면 그해 운수대통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생명의 근원인 물에 대한 신앙적 기원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물물의 관리를 신성시했다는 이야기도 되죠.
이때 비는 대상은 영등할미, 삼신할매 등 모계사회의 신앙습속이 전승된 것도 있고, 미륵이나 부처 등일 수도 있으며, 장승이나 성황 등도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신앙을 샤머니즘, 혹은 페티시즘 등으로 규정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국에서의 이런 신앙은 뿌리깊은 문화의 원형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관심 가졌으니, 그 뒤의 숨은 이야기,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원형문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네요. 다음은 [민화와 우리신화]의 내용입니다.
한국은 반만년 단일문화권의 단일민족이 아니라 통과지대성의 다문화ㆍ다혈족의 민족이자 문화권이다. 그림의 소재가 되는 반도의 문화는 몽골로이드에 의한 알타이계ㆍ남방계ㆍ동이계의 혼성문화를 중심으로 형성 발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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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 세 번째: 장승은 악귀를 쫓는 신물이었다. 울 바깥에서 나쁜 것, 악한 것이 들어오니까 울 안에 있는 우리에게 다가 오지 말라고 동구에 세웠다)
(사진 오른쪽: 알타이 상다리. 호랑이 상다리는 호랑이 숭배의 상징이었다. 나중에 개다리 소반으로 바뀌었다. 상고시대 한국어에서 태양은 해, 깨, 개로 호랑이, 개와 같은 발음이었다)
알타이계는 바이칼 호수에서부터 시베리아를 거쳐 백두대간의 동쪽으로 함경도ㆍ강원도ㆍ 경상도를 장악한 터줏대감의 문화이다. 알타이란 원래 시베리아의 남서부지방에서 오브강 상류와 그 원류인 비야카룬 강 유역을 일컫는다. 알타이문화라고 할 때는 오늘날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솟대와 장승ㆍ오보라 부르는 돌무더기ㆍ서낭당ㆍ신목ㆍ선돌 등을 포함하는 샤머니즘을 중심으로한다. 이들은 멧돼지 이빨을 흉내낸 곡옥(曲玉), 사슴의 뿔을 닮은 관(冠)을 쓰고 새깃을 단 신복(神服) 등으로 치장하고서 무속화 혹은 무신도 등으로 치장한 신당에서 하늘과 땅과 정령에 제사를 지냈다.
남방계는 중국의 남방ㆍ인도차이나ㆍ아라비아와 인도 등을 통하여 유입된 죽세공ㆍ벼농사 등 생활문화와 남방 아시아에서 기원하여 해로로 북상하여 발해연안까지 분포되어 있는 고인돌의 거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석함에서 나왔다는 설화를 도상화했던 천강석합도(天降石盒圖)처럼 남방의 여러 나라들과 기후ㆍ풍토ㆍ문화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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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라고 부르는 그림의 보물창고라 할만한 동이계는 중국의 신화시대와 하 상 주를 거쳐 유목-농경사회를 장악했던 이족(夷族)의 문화를 일컫는다. 이족은 진시황의 중원통일과 화하족의 세력에 밀려 산동반도를 거점으로 오늘날 동이라 부르는 문화를 반도에 이식했다. 그들은 태양신화와 태양신앙의 징표로서 상투를 틀고 흰옷을 입었으며 뛰어난 예술ㆍ문화ㆍ신앙을 선양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공존하는 신화적인 세계가 그림에 녹아들었다.
이들은 선주민인 알타이계와 동화하면서 황해를 끼고 중국에 접한 평안도 황해도 경기 충청 전라도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 문화는 삼황오제와 신화전설, 동양문화와 철학과 사상의 원형으로서 삼경, 노장ㆍ신선사상 등을 선양하면서 우리가 민화라부르는 그림이나 판소리 등의 무한한 소재와 상징의 원형이 되고 있다.
이렇게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 유입되어 정착된 기층문화와 원형문화는 한국문화라는 이름으로 조화되고 통합되어 왔다. 그것을 뭐라고 부를까. 신라의 최치원은 화랑 난랑을 위해 쓴 난랑비(鸞郞碑) 서문에 '나라에 현묘지도(玄妙之道)가 있으니 이를 풍류라 한다' 라고 하여 '풍류'라는 멋진 이름으로 통합하여 부르고 있다. 최치원이 말하는 풍류는 알타이계ㆍ남방계ㆍ동이계의 문화양상이나 유교ㆍ불교ㆍ선교를 포용하면서도 이 땅의 백성들이 편하게 누리고 즐기는 이른바 전통과 원형이었다.
민화라 부르는 그림은 동이계의 신화라는 샘에서 발원하여 일화ㆍ고사ㆍ전거를 중심으로 알타이계와 남방계문화를 아우르는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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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줄기였다. 유불선, 나아가 현묘지도의 정신인 풍류를 담는 그릇이었다. 그것은 화수분처럼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이 땅의 원형정신이었다. 그것을 지켜온 것이 풀뿌리 민초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에서 이 땅에 내려와 복록을 누리고 살다가 다시 하늘로 돌아갈 하늘백성들이었다.
(사진 왼쪽: 평택호의 무속행위, 이들이 왜 미신타파의 거센 탄압에도 살아남았을까? 그렇게 전승되는 것이 우리의 원형이 아닌가?)
(사진 오른쪽: 해롱신응도. 용맹스런 매가 사악한 바다 용을 짓누르고 있다. 변덕심한 바다에 대한 혐오감의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민화라는 이름의 그림은 백성의 소박한 희노애락을 담는다. 그 속에 우리의 원형이 있었다)
2016년 補遺
정화수란 하얀 사기그릇에 당은 깨끗한 우물물을 일컫는다. 피가 묻지 않은 산실의 깨끗한 삼신짚위에 삼신상을 차리고 쌀밥 세그릇에 수저 셋을 꼽고 물에 불린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을 세 그릇 올린다. 아들 딸 위해서라면 뭘 못하랴...마는 전통이 그러하다니까 조촐하게 마음을 다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렇게 소박할 수가...이렇게 원시적이고 원초적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가...
그야, 역사이전에서 전승되는 원형이니까...그 신앙의 중심에 있는 삼신할매는 서왕모이고, 셋은 三-産-山요, 서왕모에 시중드는 삼청조일 수 있으니까...하고 말씀하신다면, 당신이 삼신할배요, 삼신할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