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지리산 當日 縱走 (2003.6.14)
山莊에선 자기 싫다-豫約, 다른 사람들 눈치, 화장실, 식사 등등 때문에.... 대간은 해야겠고, 해서 생각해 낸게 잠자지 않고 걷는 당일종주. 친구들이 만류한다, 최소 1박2일이 소요되고 마눌이 못 갈 것이라고...나이도 따지고...
조사를 많이 했다. 그 중에서도 도움이 된 건 지도상 나와있는 소요시간, 숨은벽님, 최중교님의 2002. 5월 및 6월 당일종주 산행일기.
열차로 구례구역 04:05 도착, 택시로 성삼재에 가고, 16시간에 종주를 한 후 중산리 1박하고, 진주-서울로 버스를 이용하려 했다.
그런데, 전에 한번 함께 했던 안내 산악회가 같은 날 지리산 종주 하는 게 번쩍 눈에 들어왔다. 열차를 취소하고 22:00 천호역에서 출발하는 그들에게 예약을 했다.
준비물은 최소한도로 했지만 반도 못 치우고 그대로 지고 왔다.
준비물-밥 1끼분, 반찬(고추장+멸치복음, 오이지 무침), 물 1리터, 마른 과일, 육포, 건빵, 빵, 쵸코렛, 미싯가루, 오징어, 참치통조림, 치즈, 오이, 방울도마도, 참외
카메라, 나침반, 지도, 갈아입을 옷, 랜턴, 스틱, 스프레이 파스, 수지침, 우비
돈쓴거: 안내산악회비 35,000원X2=70,000원
시간: 중산리(03:17)-법계사-천왕봉(05:55)-장터목산장(06:33)-연하봉(06:58)-촛대봉-세석산장(08:00)-선비생(09:30)-벽소령산장(10:10)-연하천산장--토끼봉(13:10)-화개재(13:35)-삼도봉(14:00)-노루목-임결령(14:47)-돼지평전-노고단(15:45)-성삼재(16:27)
계 13시간 10분 (빠른사람은 11시간??, 늦은 사람은 15시간 15분)
거리: 중산리-5.4K-천왕봉-2.4K-장터목산장-3.4K-세석산장-3.9k-선비샘-2.4k-벽소령산장-6.0k-연하천산장-0.7k-토끼봉-1.2k-화개재-1.8k-노루목-1.3k-임결령-3.2k-노고단-2.5k-성삼재 계34.2k (이정표)-사람에 따라 차이 있음.
누구와: 안내산악회 그리고 마눌과 나
2대의 버스는 10:10경 천호역을 출발, 상일동에 정차했다 중부고속도를 타고 음성 휴계소에서 잠시 쉰다. 비몽사몽-잠을 자는 둥 마는 둥-차는 산청휴게소에서 30여분 쉬어 아침을 먹게 하는데, 만사가 귀찮아 화장실만 이용, 03:10 중산리 매표소 앞에 사람들을 토해냈다
중산리 야영장
53명 입장권을 끊고 말들이 경마장 출발대를 떠나는 것처럼 어둠을 뚫고 돌진한다. 나와 마눌은 충청도형이라 뒤쪽에서 랜턴을 비추고, 그러나 꾸준히 쉬지 않고 걸었다. 비가 온지 얼마 안 되는지 길에 울퉁불퉁 솟아있는 바윗돌들은 그지없이 미끄러웠다. 움푹 패인 곳엔 물이 고여있고..."미끄러워요" "물조심" 뒷사람에게 일러주면서 뒤 처지지 않으려고 전진에 전진만 한다. 깜깜한 밤중이라 메모도 할 수가 없다.
한참을 가다보니 왼쪽 장터목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칼바위가 어디인지 로타리 산장이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는다. 날이 차츰 훤해지며 나타나는 게 법계사이다 (04:45). 랜턴을 껏다. 길은 가피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그제야 사람들 얼굴이 분간이 되고, 절에서 출발하는 듯 한 보살 님들 서너명도 보인다. 바람이 분다. 오를수록 점점 차게, 반팔 차림의 난 추위로 소름이 끼쳐 오는걸 어쩔 수가 없어, 일부러 씩씩한 체 가슴을 벌리고 걷는다.
05:23 개선문을 지난다. 길은 계속 오르는 계단. 집채만한 바위들 틈새로 수도처럼 떨어지는 물을 받아 "나 죽일려고 작정하고 데려왔지?" 병든 병아리 아물 대듯 하는, 고행의 길로 나선 마눌에게 바친다. 찬바람은 모자를 날릴 듯 불어주고, 하산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긴 팔 아니면 오버트로져를 입었다.
개선문을 지난다
05:55 암릉길을 더듬어 올라 드디어 천왕봉에 섰다. 몇 년 만인가 ? 지리산은 주로 추운 겨울에 찾았었다. 그래서 천왕봉의 추억은 휘몰아치는 찬바람뿐이었는데, 오늘은 여름이건만 춥기만 하다. 기회를 봐서 재빨리 사진을 찍고는 마눌을 재촉해서 출발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추월해서 왔건만 함께 온 일행들을 볼 수가 없다.
칠선계곡 방향은 휴식년제로 입산금지이다. 참 지루한 하산코스인데...
천왕봉에서
10:30 벽소령을 통과 못하면 음정으로 강제 하산시킨다기에 중간시험에 합격하려고 쉬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사진도 못 찍고 행진에 또 행진이다. 통천문을 지난다. 전에는 철계단이 없었는데..
이어 나오는 녹색의 초원 위에 죽은 귀신처럼 고사목이 우뚝우뚝 서있는 제석봉을 지난다. 그리고 잠시 내리막을 내려선 후 장터목산장(06:33)에 닿았다
제석봉의 고목들
로프를 따라
장터목산장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해 먹느라 부산을 떤다. 거지 구걸하듯 매점을 찾아 컵 라면이라도 사 먹을까 하며 2층으로 올라갔는데, 7:00부터 개점을 한다기에 그냥 되돌아서 빵 쪼가리를 배낭에서 꺼내 입에 문다. 생각해 보니 이 무슨 미친 짓인지, 대간 종주가 뭐 길래 고생을 사서하는 건지... 안내산악회를 따라 온 게 후회된다. 우리끼리 왔으면 가도 좋고 못 가도 좋게 널널하게 하는 건데, 그놈의 중간시험에서 낙제하지 않으려고...
어느 해 눈 쌓인 겨울, 이곳에 텐트 치고 잔 후 어느 대원 배낭에 눈 속에 묻혔던 인분이 묻었던 기억이 난다.
천왕봉을 지나면서 길은 대체로 내려가지만 그래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06:58 연화봉 돌길을 오른 후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고 참외를 깍는다
1,167m, 삼신봉을 지나 촛대봉에 서니, 저 아래 세석산장이 보이고 뒤를 보니 천왕봉이 우뚝서서 잘 가라 손짓한다. 길가에는 야생화가 널부러져 있고...
촛대봉
08:00 세석산장을 지나면서 빵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우측으로 가면 백무동이오, 왼쪽으로 가면 거림이다. 언젠가 년 말에 지리산을 찾았다가 눈 대신 비가 오는 바람에 배낭 위에 진 침낭이 비에 젖어 물에 빠진 솜 진 당나귀 꼴이 되어 거림으로 내려간 기억이 난다. 다져진 눈길 위에 눈 녹은 물이 흘러 질퍽거리고 아래위 물에 빠진 생쥐 꼴 이였었는데...
앞에 세석산장
뒤에 천왕봉이..
영신봉에 올랐고 긴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간다. 내려 가는 것도 힘든데 올라 오는건 얼마나 어려울까 ?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스쳐 지날 때마다 "안녕하세요?"를 반복하니 이젠 입이 아프다. 더 간단하게 인사하는 방법은 없을까 ? 한참을 가도록 긴 산죽밭이 이어진다.
08:50 칠선봉(1,558m)에 올랐다, 벽소령 4.3K, 천왕봉 7.2K란다. 천왕봉에서 멀리도 왔다. 2시간 안에 벽소령을 가야 할텐데...마음이 초조해 진다. 임걸령 까지 앞서거니 뒷 서거니 할 우리 가이드 한 분이 지나는데, "시간 안에 통과할 수 있을까요?" 물으니 "네 ! 충분합니다" 격려해 준다.
09:30 선비샘 수도파이프에서 콸콸 나오는 물을 병에 담으니 가뿐하던 배낭이 갑자기 무거워 진다.
09:50 음정 갈림길에 닿았는데, 가이드 한 분 그곳에서 중간시험을 보고 있었다. 여유 있게 시험을 통과는 했으나 앞으로 긴긴 길을 어찌 갈지, 16시 까지는 삼성재에 가야 한단다. 이거 어찌 시간이라는 짐을 지고 이 고생을 한단 말인가 ? 다시 또 후회가 온다.
시험관들
10:10 벽소령 대피소이다. 우리가 도착하니 앞서가던 우리 일행이 일어서 출발들 한다. 잠시 앉아 방울도마도를 먹고 일어섰는데, 앞서간 일행들은 그 뒤 두 번 다시 보지를 못했다.
형제봉을 향해
10:53 큼지막한 바위가 서있는 형제봉에 왔다. 노고단 12.6K를 가르킨다. 몇 명의 쉬고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전진을 계속하고, 물이 흐르는 평지같은 길을 걸어
형제봉
11:53 연하천 산장에 왔다. 우측 산장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점심을 하는지 왁자지껄하다. 길은 서서히 오르고 영선봉에 올라 12:15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자리를 잡았다. 허리가 아파 앉기도 힘들다. 라면봉지에 싼 밥 한 개를 꺼냈는데, 배낭에 눌려서 그런지 떡같이 굳어 젓가락으로 간신히 떼어 입에 넣는다. 물이라도 충분하면 물말아 먹으면 쉽게 넘어갈텐데...역시 고추장에 멸치볶음이 잘 맞는다.
12:25 출발한다.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 함박꽃 나무에 꽃이 만개하여 향기가 온산을 진동 시킨다. 간간히 나오는 산라이락 향기도 좋고...햇빛 나던 하늘은 점점 구름으로 가리워 어두워지고 비오기 전에 산행을 끝낼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총각샘에 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가 총각샘인지 지나쳤다.
여기저기 함박꽃
13:10 토끼봉(1,533m)에 왔다. 노고단 7.5K를 가르킨다. 범꼬리부채 꽃이 만발해 있다.
13:35 화개재(1,315m)에 왔다. 뱀사골산장은 우측으로 200여m 내려가야 한다. 물이 떨어져 가지만 그곳까지 갔다 올라오는 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재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지 나무다리를 빙 둘러 쳐 놓았다. 이곳에 산장을 짓는다면 좋을텐데..
잠시 뒤 600여개 계단으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오른다. 우린 또다시 충청도 스타일로 쉬지 않고 끝까지 올랐다.
명성봉으로 오르는 계단길
14:00 삼도봉(1,499m)에 오르니 우측으로 반야봉 오르는 길이 있고, "이곳이 어디입니까 ?" 앉아 쉬는 우리 일행에게 물으니 3개도 경계를 표시하는 자그마한 3각표시를 가르킨다. "전에 우리산악회 함께 하셨나요 ?" 그들이 물었다. "1년전 한번요" "어쩐지 하신 분 같습니다" 보이는 얼굴 생김에 비해 그런대로 따라온다는 표정이다.
14:07 다른 각도의 반야봉 갈림길이다. 여기서부터 평탄한 길에 리본이 전혀 보이질 않으니 마늘, 걱정이 되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거냐고 묻는다. 나도 헷갈린다. "넓은 길을 따라 왔으니 틀림없겠지" 오늘 설마 알바 할까 ? 커다랗게 우뚝 선 바위 틈새로 물이 흘러나온다. 그 물을 받아 병에 넣으니 뒤따라오던 가이드 "조금 더 가면 임걸령이고 물맛이 제일인데, 조금만 받으세요" 일러준다. 평지 길과 약간의 내리막을 내려선 후
14:47 임걸령에 닿았다. 우측 10m 지점에 물리 콸콸거리고 파이프에서 훌러 나온다. 남은 길이 얼마 안되니 반병씩 담았다. 길은 서서히 오르막이고, 목장 같은 평원이 나오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뛰며 놀고 있다. 점점 구름이 짙게 몰려온다. 눈앞의 봉우리가 노고단이면 좋은데...그러나 봉에 올라 안내표지를 보니 돼지평전이다.
구름속을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마음은 점점 초조해져 마눌도 성큼성큼 걷기 시작한다. 길은 봉을 왼쪽으로 끼고 평탄하게 이어진다. 함박꽃 나무가 점점 많아지고 그 향기가 피로감을 풀어준다. 드디어 비가 온다. 15시부터 온다던 비는 우리가 산행 마치는걸 기다리다 못해 30분 늦게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지막 악을 쓰는 우리가 안쓰러웠던지 이내 그쳐 주었다.
15:45 노고단에 왔다. 마눌이 말한다. 저건 진짜노고단 관람을 하는 초소이고, 우측의 쌓은 돌은 가짜 노고단이라고...
1964년 여름 화엄사를 출발 노고단을 오르다 길을 잃고 하루종일 산속을 헤메다 내려간게 생각난다. 그땐 노고단 오는 길이 비로 끊기어 있었는데...
잠시 내려서니 노고단 대피소가 雄姿를 나타낸다. 화장실엘 들렀다.
노고단 산장
그런데 "아 !" 그곳에서 매발톱을 볼 줄이야. 하얀 바탕에 파란 테의 매발톱 두송이가 한줄기에 피어있다. 도로를 따라, 질러가는 길을 따라, 또 도로를 따라 지루하게 걷는다. 길은 시멘트포장과 돌 포장의 반복이고, 서서히 내리막이다. 성삼재에 오니 16:27 대단원의 지리산 종주를 마쳤다. 當日에... 13시간 10분에 종주를 마치다니 꿈만 같다.
매발톱
버스한대는 먼저 도착한 30명을 태우고 이미 출발을 했고, 두 번째 버스는 우리와 뒤에올 10여명을 태우려고 기다리고 서 있다. 버스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앉으니 맥주고 뭐고 일어나기가 싫다. 가이드가 말한다. 내일 도가니 진국으로 한 그릇 먹고 푹 쉬라고... 한잠 잤는가, 버스가 출발한다. 18:30 마지막 일행이 도착한 후, 어디로 가는 건지 알기도 귀찮다.
신탄진 휴게소에 잠시 쉬었지만 내리기도 귀찮다. 천호동에 오니 23:00, 화곡역 까지 가는 5호선을 겨우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집에 오니 01시. 내일 관악산행을 위해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