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무도장을 찾아서...
2021.11.28.일
산넘고 물건너...
는 아니지만, 전철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간건 사실이다.
강건너 저 멀리 우리 동네와는 상당히 멀게 느껴지는 창동에 댄스스포츠 전용무도장이 생겼다는 정보를 카페에서 본적있다.
비교적 우리동네서 가까운 곳에도 댄스스포츠 전용홀이 있긴해도 공휴일은 파티 전문이고 평일은 레슨 위주라서 전용무도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학원겸 파티장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릴것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멀더라도 댄스스포츠 전용무도장이라는 분위기 파악이라도 한번 안해본다면 자칭 진정한 댄스스포츠 매니아 혹은 전문가라고 할 수 없겠다.
그보다 더 먼 오창 라스베가스도 답사를 다녀왔는데...
사실 라스베가스를 가보고 서울이나 수도권에도 이런 댄스스포츠용 텐댄스 음악이 나오는 무도장식 전용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글치만 그곳은 너무 멀어서 일부러 가기엔 부담스러운건 어쩔수 없는 현실이었다.
어쩌다 한번쯤은 모르겠지만...
거기에 비하면 창동은 서울의 남쪽끝에서 북쪽끝이지만 같은 서울이고 전철역앞이라서 월등히 좋은 편이다.
신림역에서 2호선 전철을 타고 사당에서 4호선으로 환승해서 창동역으로 갔다. 1호선도 있어서 교통은 좋았다.
입장료 3,000원에 락카비 1,000원. 락카는 널찍해서 여유있게 겨울옷들과 가방은 물론 신발까지 넣을 수 있어서 좋았다. 조명도 밝고 바닥은 미끄럽지 않고 깔끔하게 좋았다. 대형 스크린도 3개나 벽면에 걸려서 각종 세계 댄스대회 명장면과 함께 해당 음악 순서를 예고해주었다.
홀내부는 사각형은 아니고 기역자였지만 전체적으로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2시쯤 입장했는데, 약 열팀정도가 놀고 있었다. 서너커플은 자리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거의 커플들이었고 나머지는 역시 남성들뿐이었다. 나도 춤추는 커플들을 구경하면서 탈의실쪽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모두가 댄스복과 댄스화로 무장을 해서 밝은 조명에 어울리게 춤추는 댄서들이 깔끔해 보여서 좋았다.
딱 한팀중 남성이 청바지에 흰색 운동화를 신고 분위기를 망치고 있었다.
일반 콜라텍에서 사교나 하면 어울릴 것같은 복장이었다. 함께 온 파트너와 왈츠도 추고 다른 종목도 했지만 영 어색해 보였다.
무슨 복장으로 댄스를 하든말든 자기 마음이지만... 뭐든 그 장소와 분위기에 어울리고 맞는 격식이 있는게 일반적인데...
뭐, 장례식장에 화려하고 야한 색상의 의상을 입고 가든... 결혼식장에 상복을 입고 가든 자유지만...
콜라텍이든 무도장이든 남자 혼자 가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건 여기도 예외없이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댄스파티에서조차 홀로 가면 별볼일 없을 것 같다. 이러니 남성들은 파트너 타령을 하게 되는것 같다.
나 역시도 다음부터는 혼자서는 전용무도장이라도 못갈것 같았다.
예전처럼 나홀로 연습이나 하러가면 모를까...
한시간 정도 있는 동안에 댄스스포츠 열종목 음악은 빠짐없이 나왔다. 파소도블레와 비에니즈왈츠 음악도 한곡씩 나왔다.
간간히 지루박과 블루스 음악도 균형있게 나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여성을 동행해서 한번 더 들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더 있어봐야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무리 구경삼아 시찰삼아 갔지만 한곡도 못추고 나오니까 댄스 연습복 갈아 입은게 약간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한창 혼자서 연습할때 같았으면 이런 좋은 환경의 홀이 있었으면 연습하기 정말 좋았을텐데...
댄스 첫 입문 시기인 약20년 전에는 양재동 필라, 그 이후엔 신도림역 근처 갈채, 이런 곳에서 연습하던 추억이 떠올랐다.
집 가까운 그런 곳은 다 사라졌는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이렇게 좋은 전용홀이 생겨서 강북쪽에 생활하는 댄스스포츠 매니아들은 좋겠다 싶었다.
2021.11.28.일
청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