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기 불교귀농학교]
제2강 텃밭_도시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까닭
; 안철환(안산농부, 도시농업위원회 위원)
(2009.09.08.화)
처음 배추 싹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농사에 빠졌다.
파종 후 가장 빠르게 싹을 틔우는 것이 아욱이고 그 다음이 배추다.
처음에 3평 텃밭을 지었고, 그 다음해에 800평을 지었다.
그 후 400평 땅을 구해 농사를 시작했다.
3년 간 무대포로 농사를 지었다. 그때는 유기농이나 이런 것들이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 후 흙에 지렁이가 생기는 것을 보고 농사의 매력을 느꼈다.
지금 밭이 있는 곳이 안산의 수리산지역이다. 이 지역은 과거 산업쓰레기를 무단투기하던 곳이다. 땅을 파보면 콘크리트를 비롯, 온갖 폐기물들이 나왔었다. 그리고 농지가 있었다고는 해도 농약범벅인 땅이었다.
그런 땅이 첫 해 장마이후 지렁이가 나왔다. 그리고 뒤 이어 땅강아지, 굼벵이(구리풍뎅이 애벌레, 해충)등이 생겼고, 두더지, 뱀(밭의 파수꾼, 사람들이 함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함), 족제비, 수리부엉이(겨울에 산에서 먹을거리를 찾아 내려오는 것으로 보임), 청개구리 두꺼비 등이 나타났다. 바로 밭이, 흙이, 땅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5~6년이 지나자 말라버렸던 지하수맥 때문에 없어졌다던 가재도 돌아왔다.
텃밭 농사의 즐거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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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농사의 매력은 바로 먹는 재미이다. 손수 키운 것을 밥상에 올리는 것.
그 중 김장은 가장 큰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직접 키워 김장을 담으면 시장에서 파는 것 보다 저장성이 좋은 것은 물론이고 맛도 더 좋다.
그리고 마늘 농사. 마늘은 입동(立冬)에 심어 6월 쯤 수확을 한다. 마늘은 반 접 정도 심으면 두 접이 된다. 이 정도면 한 가족이 한 해 맛있게 마늘을 먹을 수 있다.
5평 텃밭이면 김장거리, 마늘은 자급할 수 있다.
특히 마늘은 거름 좀 잘 넣어주고, 보온을 좀 해주면 거의 공짜농사다. 바로 농사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먹을거리를 자급하는 것이 도시텃밭의 의미와 즐거움이다. 특히 주식거리를 자급하면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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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마늘 농사.
초보자에게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쉽다.
“농사는 밥 먹고 똥 싸는 것처럼 쉽다.”
시장에서 파는 정도의 농산품은 농사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땅을 힘들게 한다.
시장에서 파는 유기농산물, 관행농산물. 모두 비만 농산물이다.
요즘 시장에서 파는 농산물들은 모두 달고, 고소하고, 크다. 기형적이다.
이것은 바로 ‘질소질’거름을 많이 줘야 가능하다. 질소질 거름이란 단백질이 분해 된 것으로, 화학비료 중에는 요소비료이고, 자연비료로는 오줌, 똥 등을 의미한다. 단백질의 기본요소인 질소질 비료를 많이 주면 작물은 커지지만, 벌레, 병균들 역시 좋아한다. 이것은 고기(단백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병에 잘 걸리는 것과 비슷하다.
사람에게 ‘질소질 축적’되면 ‘질산염’이 되고 ‘아질산(발암물질)’이 된다.
그리고 질소질은 흙과 같은 -전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흙은 질소질을 꽉 잡고 있지 못하고, 비가 오면 질소질은 빗물에 다 쓸려 내려간다. 그렇게 되면 ‘지하수, 지표수 모두 오염’이 된다.
또 땅에는 ‘염류를 축적’시켜, ‘사막화’시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속이 꽉 찬 배추나 아이들 머리크기 만한 사과나 배 등 모두 기형적이다. 특히 과실의 경우, 번식이라는 본 의미는 퇴색되어 과육은 커지고 씨앗은 작아졌다. 그나마 이 씨앗은 불임 씨앗이다.
과실을 이렇게 키우려면 인산질 비료(인분, 계분 등)를 많이 주면 되는데, 이 역시 염류를 축적시킨다.
종묘상에서 구하는 씨앗은 거의 다 비만, 기형, 불임(F2 발아×). 즉 생명이 아니다. 이런 것은 대규모 축산에서도 나타난다. 요즘 고기들은 다 옥수수의 변형일 뿐이다.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고 사는 소 역시 불임이다. 그러다보니 인공 수정을 하고, 각종 약을 투여한다.
이런 방식들(과다한 질소질 비료 투입)의 반대로 하면 쉽다.
다시 말해서 배추 등 작물의 크기를 시장에 나온 것의 반 크기로 키우겠다고 생각하라.
1. 거름 : 질소질의 비율을 낮춰라.
탄소질, 질소질 균형․비율(탄질비)를 균형있게 해야함. ⇒ 옛날식 두엄
질소질: 살 / 탄소질 : 뼈대
탄소질. 마른 것. 톱밥, 재, 왕겨, 낙옆 등. 흙이 좋아 함.
이상적인 탄질비 2․30:1. 가장 이상적인 거름. 하지만 시중에 팔지는 않는다. 옛날식 두엄을 만들어 쓰려면 이 비율을 불가피하게 지켜야 한다. 이 비율이 바로 ‘자연발효’가 잘 되는 비율이다. 시중에 파는 것은 강제 발효를 통한 질소 과잉.
질소질. 작물이 좋아함. 상품화. 속효성(速效性). 밑거름으로 쓰면 안 됨
탄소질. 흙이 좋아함. 지효성(遲效性), 완효성(緩效性)
시중에 파는 유기질 퇴비도 질소과잉비료는 땅을 망가뜨림.
탄질비를 잘 맞춰주면 병해충도 적어진다.
2. 직파법
작물은 옮겨 심으면 안 좋다. ∵뿌리가 상한다.
식물의 뿌리. 양분흡수+두뇌의 역할.
뿌리가 살아있으면 병해충, 풀에 강하다. 화학전의 두뇌역할(예: 병해충→피톤치드, 풀→송진)
모종을 하면 이 두뇌역할이 약해진다. ∴ 약을 칠 수 밖에 없다.
도시텃밭을 하다보면 보통 1주일에 1회 정도 방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종을 하면 그 정도 방문으로는 풀과 벌레를 잡아주기 어렵다. 최소 2․3일에 한 번은 방문을 해야한다.
직파를 하게 되면 ① 두뇌가 살아있어 모종보다 강하고, ② 파종을 할 때 많은 양을 심어 인해전술이 가능하다.
3. 적시에 심어라.
요즘은 파종시기가 너무 빨라져서 때가 없다.
봄. 파종시기 이르면 냉해를 입는다. 이때 서리를 맞은 작물들은 죽지는 않지만 비실거리고 병이란 병은 다 걸리고, 벌레란 벌레는 다 낀다. 보통 모종상에서 파는 모종, 종자들은 비닐하우스 용이다.
가을. 파종시기 이르면 충해를 입는다.
시중 작물들은 입추(立秋) 때 심는다. 하지만 말복(末伏)은 입추(立秋) 뒤에 있다. 아직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벌레도 많다.
직파를 하려면 처서(處暑) 이후, 8월 하순 이후 심는다. 백로(白露)이후에는 잘 자라지 않는다.
적시에 심으면 병해충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크기는 작다.
4. 토종종자.
채종농사(採種農事). 씨앗을 받아서 심자.
토종종자, 꾸준히 채종(採種)해 온 것.(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물이 외래종이다.)
채종농사를 지으면 자신만의 종자를 만들 수 있다. 자기의 밭에 적응한 종자, 즉 진정한 유기농 종자가 된다.
시중에 나와있는 종자들은 거의 다 외국 종자로 원산지의 정보만 가지고 있다. 그러다보니병해충방지를 위해 소독, 방사선 처리 등을 한다. 그리고 불임 종자이다.
토종종자는 가임종자이고, 환경에 적응되어 있다.
예. 장마.
외래종은 장마 때 개화한다. 당연히 수정이 되지 않는다.
토종은 장마 전에 개화, 씨․열매를 맺는다.
고추를 예로 들면, 고추는 장마이후 탄저병이 온다. 그 이유는 장마 전에 열매 맺기 때문이다.
토종종자의 경우 장마 이후 열매를 맺는다. 탄저병을 피할 수 있다.
토종종자를 직파하면 지주대 없이 가능하다. 그리고 병도 피할 수 있다. 맛은 물론 좋다. 하지만 수량은 40~50%선.
이 수량이 적은 것이 농민들이 관행농법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서구식 농업의 고정관념화)
직파. 풀과 구분이 난해하다.
아욱과 배추는 발아가 빠르지만, 고추의 경우 3주에서 1달이 걸리고 그 사이에 두 번 정도 밭을 매 줘야 한다.
수량, 크기는 관행농법의 반. 하지만 그 질은 배 이상이다.
시장구조 상 상품화는 어려우니, 자기 먹을거리를 자급하자. 약식동원(藥食同原)이라 하지 않는가. 약으로 먹자.
이런 방법들은 작물, 내 몸, 자연을 살린다. 그리고 쉽다.
이런 것을 작은 도시 텃밭에서 구현하자.
5. 윤작(輪作), 혼작(混作)
서로가 서로에게 차단막 역할. 병충해 줄일 수 있다.
연작(連作), 단작(單作)은 병충해를 부르는 농사. 사람도 마찬가지. 학교, 학원 등 많이 몰려 있기 때문에 전염병이 많다.
6. 견종법(畎種法)
골(헛골)에 심는다. (요즘 많이 하는 두둑에 심는 농사는 비닐 때문임. 하지만 병이 많다.)
∵ 작물이 어릴 때는 수분공급 필요, 작물이 커서는 배수, 통풍이 필요.
헛골에 심어 어릴 때 수분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풀을 메주면서 그 헛골옆 두둑의 흙을 이용, 북을 준다. 북을 주면 배수, 통풍이 좋아진다.
단, 골은 배수로 보다 깊어서는 안 된다.
☆ 농사는 풀매는 재미에 한다. 한 사람이 500평 정도는 옛날 농법으로 할 수 있다.
7. 자기만의 노하우.
수년간 농사를 지어 경험을 축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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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다보면 일과 밥 먹는 것의 구분이 약해진다.
농사는 다채롭고, 예상이 불가능하며, 매년 다르다. 이런 농사에 빠지면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은 없어진다.
도시텃밭이라도 부부가 같이하면 좋다.
보통 남자분들은 삽질과 파종을 좋아하고, 여자분들은 김매기와 수확을 좋아한다.
(텃밭 농사 정도는 삽을 쓰지 않고, 호미 가지고도 할 수 있다.)
농부의 삶은 대가족 공동체의 삶이 좋다. 농사에서는 남녀노소 모두 그 역할이 있다.
거름을 자급해 보면 또 농사가 재미있어진다.
거름자급은 내 몸, 땅, 자연 모두가 사는 방법이다.
땅, 작물, 나. 하나의 순환계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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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파티, 공부 모임 등을 통해 텃밭에서 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즐겨라.
시골농부, 귀농자들과 연계하라.(Local Food)
첫댓글 ^^* 유이상 팀장님!! 27기 안철환 농부님 강의를 정리를 하려다 보니 인드라망생명공동체에 이 글이 있어 퍼왔는데 괜찮을런지요?
이번학기 때와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려는 핵심은 그대로 담겨있네요 ^^*
^^* 27기 동기 여러분 안철환 농부님께 질문거리 찾아오세요~~~
오홍 이런 준비까지 봉남샘 짱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