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스키어를 만나서 스키기술에 관해 이야기 하다가 해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올 해 소주 한 잔 기울이면서 두어 번 얘기 했으니 4~5사람에게 얘기했네요.
옛날에는 스키기술에 맞춰 장비가 발전해 왔습니다. 월드컵 톱 선수에 맞춰서 장비가 진화됐었지요. 물론 개개인에 맞춤으로 만들어져 지급이 되었구요. 그 선수가 쓰는 기술에 최적의 장비가 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카빙스키'라는 것이 나왔죠. 몇 몇 선수들은 모험을 걸고 새로운 스키에 적응하더니 톱 그룹에 들어가보지 못했던 선수 중에 몇 명이 톱 그룹에 진입했습니다. 반대로 톱 그룹 중에 컨벤셔널 스키를 고집하다가 뒤늦게 적응한 스키어는, 새로운 스키를 타는 선수들에게 우승 자리를 넘겨주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이렇듯 새로운 장비의 보급에 선수들은 그 스키에 맞는 최고의 활주법을 찾아내려고 해 왔습니다.
그 후 카빙스키에 맞는 기술이 한 두 해만에 완벽하게 세팅이 되었겠습니까. 결국 카빙스키 이후 지금의 시대는 '장비가 기술을 이끄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스키장비의 혁명'이라고 하는 카빙스키의 출현에 맞는 기술을 찾아내 발전시켜왔죠. 이 '스키기술의 발전'이 해마다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스키 선진국 중의 하나가 가까운 일본이었는데, 이 나라가 그 국민성처럼 특히 더 발전에 발전을 시키려고 노력하였죠. 해마다 새로운 기술을 쏟아낸다고 10년간 해마다 비하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기술에 따라가야만 하는거냐고 힘들어하는 스키인도 봤구요. "레이싱(월드컵)기술이 최고의 기술이니까 일본기술을 따라가지 말자."라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얘기는 지금의 기술이 최고의 기술이니까 안주하자는 소리처럼 들렸죠. 일본이 얼마나 유럽스키의 기술을 토대로 가고 있는 나라인지 잠깐 잊어서 그런 소리를 하는겁니다. 많은 선수들을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보내고, 그곳에서 세계시합을 뛰게 해서 새로운 기술을 계속 익히게 합니다. 일본의 데몬스트레이터 대부분은 선수시절 유럽의 유학파들입니다. 그래서 영어와 독일어 두 개를 구사하는 데몬들이 상당수 됩니다.
카빙스키의 출현이 '스키장비의 혁명'이었는데 그 혁명에 적응하는 기간이 짧은 시간에 완성되었을리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해마다 발전해오고 있는데 내년에도 또 발전이 될지도 모릅니다. 적합한 기술의 지속적인 개발에서 나타난 현상이었지만 일본에서도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다시 이렇게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몇 년 전에 내향과다로 로테이션이 되었던 때가 있었는데 2년여 후에 바로 수정한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오르내리며 발전하는 것을 '스키 기술의 진화'라고 합니다. 지금도 진화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키라는 환경에서 중요한 주제를 놓고 거기에 맞는 진화를 시킵니다. 그것이 기술이던, 확산이던.
하지만 우리나라 많은 스키어들이 새롭게 수정된 정보를 게을리 해 3~4년을 같은 것을 따라했고, 잘못된 동작을 계속하던 스키어도 많았죠. 예를 들면 상체의 로테이션으로 탄다던가... 이런 부분도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기술을 찾아내던 진화의 일부분이었으니까 순수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스키와 레이싱스키는 다르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셨구요. 왜냐하면 레이싱스키는 로테이션이 심하거나, 내경이 심하면 절때 기문을 제대로 통과할 수 없기 때문이죠. 대회전 스키를 가지고 코스 전체를 여유로운 턴 호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턴 호를 규제해서 미들턴 가까운 턴 호로 내려가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빠르게 다음 턴으로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몇 개 지나가지 못하고 코스아웃하게 됩니다. 그래서 인터스키에 비해서 내경보다는 외경, 내향 보다는 외향의 시간이 많이 보이게 됩니다. 기술이 다른게 아닌, 호의 조절을 위한 타이밍이 다른 것이죠. 물론 스키를 버텨야 하는 힘, 더 많이 휘어야 하는 하중, 톱부터 휘지 않으면 안되는 빠른 타이밍의 회전호가 필요한 것이죠.
그렇다고 프리스킹에서 외경이나 내향을 프리스킹 중에 많이 보인다고, 중력에 의한 낙하운동을 못한다고 허물은 아닙니다. 스키는 내가 편하게 타면 그게 행복한 거니까요. 다만 인터시합에 나가거나, 초를 줄이려거나, 덜 힘든 스킹을 하려면 새롭게 바뀐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겁니다. 그게 지금 일본의 스키이고 아주 효율적입니다. 턴 전반, 중반, 후반의 어떤 자세를 요구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느낌의 스키를 추구합니다. 스키장의 슬로프는 경사가 있으니까 그 경사에 따라 떨어지는 가장 편하게 따르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보겐이나 슈템같은 종목을 옛날 컨벤셔널 스키 때 중요한 기술이라고 지금은 시험종목에 사용하지 않고, 기술의 체계를 설명할 때 사용합니다. 속도를 줄이기 위한 기술이지만 몸에 부하가 많이 걸려 부담이 가는 기술이거든요. 그렇다고 요즘 유행하는 내측주도는 속도만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양의 조절로 속도 조절도 가능하니까요. 외측주도의 대표적인 기술인 보겐과 슈템, 우리나라는 아직 종목에 있지만 조만간 한 가지라도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자리에 있는 것보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발전하는 겁니다. 공룡이 멸망한게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랬다는 설도 있고, 주판보다는 전자계산기를 사용한 사람, 책과 종이보다는 컴퓨터를 사용한 사람이 먼저 발전하는 걸 보았습니다. 공부던, 사업이던 지속적이어야 도태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우리보다는 옆의 나라가 스키 선진국이니 큰 돈 들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유럽까지 다녀오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하지만 매 해 공부해야 한다고 너무 걱정마세요. 그 동안 카빙스키를 다루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전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제는 장비와 기술이 최적의 조합이 되어 자연의 힘에 순응하는 방법에 치중하는 것을 보니 기술은 정점에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술을 체계적으로 잡아볼 필요가 있지요.
그런데 조만간, 아니 지금 다른 스키(락커스키)가 나오고 있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또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면... 으~ 자식에게나 물려줘야지...
그리고 한국사람들도 대단하지요? 오래도록 교류도 해서 이제는 스키기술도 배우기만 하는게 아닌, 맞짱을 뜨기까지 합니다. ^^
첫댓글 언제나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저희 뵐클팀의 스키에 대한 열정도 지속적으로 발전해서 모두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스키어들로 발전하길 바랍니다.
탁 과장님은 유럽에 가서도 게시판엘...
일주일은 신경쓰지마요. ^^
한네스슈나이더의 슈템기술은 세계스키의 경이였습니다 츠달스키가 슈템슈봉크 기술을 산속에서 연마해 세상에 알린 이후로 많은 기술들이 발전을 거듭하였지요. 또한, 에밀레 아레는 로테이션 기술을 이용해서 금메달을 두개나 따기도 했습니다 후로 사람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선수의 기술을 최고로 받아들이게 되었구요. 오스트리아에선 이에 뒤질세라 인터스키를 발전시키게 되고.. 알파인과 인터스키가 마치 두개인 것처럼 흘러가다 언젠가 부터는 하나다라고 하는거 같구요..^^;
홍선의 이사님 말씀데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도퇴되겠지요..
전석철 프로가 공부 많이하는 사람이구만.
우린 참 안스러워. 쓰러지지 않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계속 돌려야 하니 말야. 다람쥐도 아니고....
오우~ - 0-);;;
사람이 달라보이심.
홍선의 이사님 별말씀을요.. 여기 저기 주워들은 풍월이지요..^^
곧 대명에서 뵙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동감합니다! 숲에 있으면 길이 안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길이 보이는것처럼 우리도 긴 안목을 가지고 나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스키인들의 노력으로 짧은 시간 한국의 스키는 비약적인 발전을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어려운 조건과 상황으로 기술계에 비해 스피드계 쪽 다운힐과 슈퍼지 종목이 취약하고 전무 하다는 생각에 아쉽고 그 역활을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안타깝습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2018 평창 올림픽, 멀리서 바라보지 못하고 숲속에서만 살아온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방안을 모색하여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글 다시한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같은 아마츄어, 매니아는 즐겁게 평생 스키를 타는 게 목표입니다. 프로 지도자와 선수들의 발전이 우리들의 스키 열정으로 이어집니다. 감독님의 걱정과 열정처럼 스키계가 하나가 되어 포용하고 포용해서 큰 힘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