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새가 남긴 신형원의 '예기치 않은 바람'
이 노래를 2년 5개월 전인 2016년 10월 22일 난 처음 알았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구리시실내체육관에서 태권도행사가 있어 행사에 참석한 임원들과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하려고 자리에 앉으려는찰나 전화가 왔다.
'연습실에 와보려고 하는데 몇시에 문여나' 하는 애띤 목소리의 여성 전화였다.
그날은 참석해야할 행사가 두 군데나 되어 연습실을 못나갈 형편이었다.
낮엔 구리시태권대회 행사, 저녁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내에서 이천시태권도협회장 취임식이 있었다.
시계를 보니, 12시 반경. '빨리 상담만하고 와야지' 생각하며, 식사를 하는둥마는둥 하고 연습실로 총알같이 달려갔다.
연습실에 도착하니 전화가 울렸다. 근처에 왔는데 연습실을 잘 못찾겠다고 한다.
연습실 앞 큰길에 나가 두리번두리번 하니 좁은 시장골목쪽에서 손을 흔든다.
응접쇼파에 앉히고, 기타는 얼마나 치시냐 하니, 살짝 미소짓곤 조금 친다 한다.
큰 기대없이 연습용기타를 건네니 현란한 손놀림으로 단숨에 몇곡을 치신다. 뜨악~~
통기타악보책을 내놓으니 함께 치자 한다. 예기치 않게 등장한 여자고수 앞에 주눅이 들어 기타를 들 엄두는 전혀 못했다.
회원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요량으로 연주하는 모습을 실례가 안 되게 얼굴 안나오게 촬영하고 싶다고 했더니, 잠시 머뭇하다 허락을 한다.
그날따라 시간이 금방 흘렀다. 저녁스케줄을 위해 아쉽지만 자리를 일어나야할 시간이 되었다고 말하려는데..
그녀가 악보집 책장을 넘기다말고, '아, 이 노래가 있네'하며 그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기 시작한다.
<따다다 딴따다 다다다..
진정 헤어짐은 슬프지 않네~~>
난 순간 이대로 시간이 멎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고 바랐다면 믿으려나. 정말 그랬다.
그리고 그 심정으로 숨을 멎은 채 로봇처럼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제목을 물으니, 신형원이 부른 '예기치 않은 바람'이란다.
다음날 일요일 회원들에게 파랑새 한마리가 우리 연습실에 날아들었다고 그 사람의 연주 영상을 올렸다. 난리법썩.
물론 난 그 노래에 한동안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고, 그 노래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녹음까지 했더랬다.
엊그제 목요일, 신형원의 '유리벽'을 다같이 불렀는데..
소리꽃 김유진님께서 신형원의 노래에 좋은 노래가 많다며 '예기치 않은 바람'을 부르시는 거다. 깜놀.
아무튼 그렇다. 예기치 않게 찾아들어 감동과 놀라움, 그리고 '예기치 않은 바람'을 안기고 간 파랑새는 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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