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회관>
6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는데 사람이 가득하다. 코로나 시국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식당이다. 역시 식탁은 깊은 맛과 절제된 정결함으로 채워져 있다. 음식 솜씨와 운영 노하우가 식탁과 실내 분위기, 손님 응대 등에서 모두 드러난다. 서울깍쟁스러운 긴장이 아닌 후덕함과 품격이 있다.
1. 식당얼개
상호 : 역전회관
주소 : 서울 마포구 토정로37길 47
전화 : 02-703-0019
주요음식 : 바싹불고기, 낙지
2. 먹은날 : 2021.6.19.저녁
먹은음식 : 바싹불고기 정식 16,000원, 낙지볶음 정식 16,000원
3. 맛보기
전라도라면 별로 특별하달 것 없는 상차림과 맛이다. 거꾸로 말하면 전라도의 맛과 인심이 보존되어 있다는 말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적지 않다. 요샛말로 가성비 높은 음식이다. 대부분의 음식에서 한입에 전라도 흔적을 짚어낼 수 있다.
소문난 바싹불고기. 쫄깃거리고, 감칠맛 난다. 약간 단 듯한 맛이 조금 섭섭하지만, 기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오차 범위 내라서 상큼하게 먹을 수 있는 정도다. 질기지도 않고 적당히 오돌도돌 씹는 식감도 좋다. 불맛은 떡갈비에서 느끼지 못하는 강점이다.
입안 가득 농축된 소고기맛의 풍미가 기분을 돋운다. 상추 없이 깻잎만인 것은 진한 소고기맛을 의식한 때문일까.
여느 낙지처럼 매운 맛이 압도적이어서 다른 맛을 가늠하기 어렵다. 간은 약한 편이고 깊은 맛이 감지되지 않아, 매운맛에 포위된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낙지가 쫄깃거리고 싱싱해서 먹을 만하다.
김치가 감동이다. 배추맛이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양념은 압권이다. 맛있는 전라도 김치다. 김치를 보니 소문난 맛집 값을 제대로 한다 싶다.
숙지나물. 좀 굵은 속배추이긴 해도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식감이 좋다. 참기름의 고소함이 입에 번진다.
생미역초무침. 미역의 싱싱한 식감이 제대로 느껴져 상큼하다. 좋은 곁반찬들이다.
물김치. 전라도식 싱건지. 무는 사각거리고 적당히 신데, 국물이 조금 틉틉하다.
국맛이 일품이다. 소고기와 콩나물, 두부, 무 재료의 조합은 만나기 힘들다. 의외로 개운하고 맛있다. 손맛의 깊이가 느껴진다. 약간 간간한 것이 흠이지만 국맛의 깊이가 상당하여 상쇄되고도 남는다.
매운맛 국밥이 아닌 맑은 소고기국에 콩나물과 두부가 들어갔다. 바싹불고기처럼 새로 개발한 국이 아닌가 싶다. 좋은 시도, 성공한 시도다.
밥은 좀 실망. 따끈하지만 퍼슬퍼슬한 느낌, 지은 지 한참 된 거같은 느낌도. 밥보다 찬에 초점을 맞추고 먹어야 할 듯하다.
4. 먹은 후
1)
미쉐린 등 훈장이 많은 집이다. 그렇다고 음식이 날리지 않고 차분하게 제맛을 지키고 있어 좋다. 서울에서 초심을 지키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이런 식당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서울을 지키는 것은 역시 이런 지방식당이다. 오랜만에 미쉐린 식당이 명실상부한 경우를 만난다. 앞으로도 튼실하게 지속될 집이어서 여러모로 안심이 된다.
2) 떡갈비와 바싹불고기
바싹불고기를 개발하여 시판한 집으로 알려져 있다. 식당 홍보대로면 1962년부터 만들어 온 것이다. 이름도 재미있다. 바싹 순간에 구워서 바싹불고기, 조리 방식을 이름으로 삼은 건데, 바싹이라는 순 우리말 부사어를 요리 이름으로 써서 친근감도 높이고, 뭔가 요리가 제대로 된다는 느낌도 주고, 기억하기도 좋아서 이름에서 일단 점수를 많이 딴다. 사실상 이렇게 다져서 불에 굽는 소불고기를 바싹불고기라고 하는 것은 이제 거의 보통명사가 되었다. 조리도 개발하고 이름도 만들어서 한식의 지평을 여러 모로 넓혔다.
떡갈비는 프라이팬에 굽지만, 바싹불고기는 불에 굽는다. 불맛과 육즙에서 차이가 난다. 떡갈비는 육즙
맛에 식감이 부드럽지만 느끼할 수 있고, 바싹불고기는 불고기의 농축된 맛에 오돌오돌 쫄깃쫄깃 씹는 맛이 좋지만 마른 느낌일 수 있다. 둘은 상호보완적이면서, 소중한 소고기 요리다. 광주에 가면 송정떡갈비 거리에서 풍부한 풍미의 떡갈비를 즐길 수 있다.
바싹불고기는 서울에서 시작되어 지방중심의 음식 판도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의미가 있다. 연원을 쫓아가면 전라도식이지만, 서울에서 시작되었으니 서울식이라고도 할 수 있을 거 같다. 언양식 바싹불고기는 팬에 구우므로 여기 것과 풍취가 다르다.
서울은 어차피 전국 물산의 집합공간이다. 거기서 새로 만들어가면 전라계 서울음식이다. 미국 사는 교포가 한국계 미국인이듯이. 이렇게 음식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한식의 발달의 구체적 얼굴이다.
여러 모로 의미있는 식당과 음식이다. 좋은 음식에 좋은 기분으로, 식당을 포위한 경의선 숲길을 걸어보자. 경의선숲길 또한 서울에 드문 도심속 녹지공간이어서 식사 전후 좋은 기분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3) 경의선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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