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그러나
아! 도가니 아프다. 그냥 자자.
지난 금요일 2시간 조퇴하고 집에 와서
아내와 같이 여수행.
금요일 퇴근시간이라 당연히 길은 막히고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늦은 저녁도 먹고
휴게소 두 번 더 들렀다 여수 숙소에 도착하니 밤11시.
본래 여수 밤바다를 구경하려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너무 피곤하여 바로 취침모드로 전환.
아침에 조식이 있다고해서 혹시나 하고 기대했지만
씨리얼과 햄치즈샌드위치 뿐이었다.
너무 기대가 컸나보다.
하지만 식당에서 보이는 풍광은 볼만했다.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원래 나는 케이블카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다만 아내가 이미 왕복권으로예약을 했고, 여수 사는 후배도 추천을 했기에 별생각없이 타봤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시간은 10분 안쪽으로 짧았지만
여수의 땅과 바다가 내게로 다가왔다가 지나쳐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한 5백미터 방파제를 걸으면 오동도가 나온다.
살짝 시기가 늦었지만 그래도 동백꽃이 아직 볼만했고, 봄바람에 실려오는 파도소리와 새소리가 귀를 씼어주었다.
난생처음 여수에 와서 특식을 한 번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일주일 전에 여수사는 후배에게 자문을 구했었다.
남들은 간장게장을 많이 추천했지만 그는 새조개샤브샤브를 권해주었다.
가격은 다소 있었으나 씹을 맛도 있었고
남은 국물로 만드는 죽도 먹을만했다.
점심을 먹고 잠깐 시장에 들러서 건어물 좀 사려했지만 마땅치 않아서 김만 몇봉지 사고 돌산 향일암으로 향했다.
향일암이 돌산도 맨 끝트머리이고. 가는 길도 좁고 주말이라 사람도 많아서 시간이 무척 걸렸다.
차타고 가는데 한시간, 오는데 한시간, 오르내리는데 한시간 반
거의 네시간이 걸렸지만 사실 보람은 없었다.
다소 비싼 문화재관람료를 받았지만 문화재가 있는 사찰이 아니었다.
또 바다가 내려다 보였지만 그곳에서만 보이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오가는 언덕배기에 가득한 갓김치, 간장게장 판매점과 인파들...
아! 갓김치가 물김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또 하나, 돌산도의 가로수는 동백도 있고 희귀한 후박나무도 있다.
오히려 금오산 향일암 이라는 표지판을 끼고서 멀리서 봄꽃들이 수놓은 아기자기한 산세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암자를 상상해보는 것이 더 가치있을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너무 다가서는 것 보다
아름다운 거리를 두는 것이 나을 때도 있는 법이다.
향일암에서 주차장까지 내려오니 벌써 5시반, 순천에서 7시에 직장 후배를 만나기로 약속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하여 5년만에 회포를 풀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