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월동에는 목욕탕이 딱 하나 있었다.
옥천 목욕탕.
여기는 진월동 대부분 사람이 주말이면 가는 곳이다.
중학생 이후부터는 월산동에 있는 아빠 현장 사무실 옆 남강장이라는 목욕탕에 다녔는데, 그전까지 엄마와 함께 옥천 목욕탕에 다녔다.
토요일 오후만 되면 동생과 나는 엄마와 함께 여탕으로 목욕하러 갔다.
아마도 초등학교 입학 전이라 가능했나 보다.
목욕탕에 끌려가서 때베낌을 당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어릴 적 나와 동생을 어찌나 씻는 것을 싫어했는지...
토요일 오후만 되면 내 살갗은 이태리타월에 의해 문질러지고 또 문질러졌다.
까칠한 그 타월이 너무나도 싫었다.
너무 아팠다.
엄마는 미안해서인지 목욕을 마치고 요구르트를 하나씩 입에 물려주셨다.
그땐 뽀송뽀송하고 기분이 너무나도 좋았지만, 과정은 참 험난했다.
한번은 여탕에서 교회 선생님을 만났다.
어린 마음에 난 반갑게 선생님께 다가가 “선생님, 안녕하세요?”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응, 그래.” 한마디만 남긴 채 자꾸 내가 안 보이는 구석으로 가는 것이다.
난 반가워서 그런 건데 왜 피하는 걸까?
엄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엄마는 아는 체하지 말라며 난처해하신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간 목욕탕을 생각하면 이 사건이 꼭 기억에 남는다.
왜 선생님은 도망갔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데 말이다.
참고로 선생님은 당시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 선생님이셨다.
그 당시 얼마나 당황하고 부끄러우셨을까?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어린 시절 우리의 토요일 오후 때를 책임졌던 옥천 목욕탕이 비가 오는 오늘 같은 날이면 꼭 생각난다.
함께 보냈던 그 날의 장소와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다.
소중했던 시간이다.
이제는 장성한 두 아들이 아빠가 되어 손주들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주말이면 목욕탕을 찾는다.
그 시절 나의 엄마 아빠가 그랬듯이...
#나의진월동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