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몸치의 댄스일기32 (새벽1시에 강변에서 탱고연습)
2004. 7. 9... 금요일 새벽 3시 20분에
요즘 현실적인 나의 삶은 우울하고 최악의 상태인데 댄스와 관련해서는 오늘도 매우 만족스럽고 기분 좋은 하루였다.
낮 시간의 여유가 생겨서 학원에 좀 일찍 도착했다. 목요반 왈츠 바리에이션 단체 강습이 있는 날이기도 했다.
단체반 강습 시작 전 김원장님이 마침 스케줄이 비는 틈에 슬로우 폭스트롯의 개인레슨을 받았다.
사부님께 음악을 틀리지 않고 제대로 맞췄다고 칭찬받았다. 레슨 시간에 정말 처음일 게다. 그것도 연속으로 두 바퀴를 돌았는데 음악이 틀리지 않고 폭스트롯을 돌았다.
음악이 틀리지 않아 칭찬 받은 것도 기분 짱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황홀한 일은 사부님이신 김원장님께서 폭스트롯을 홀딩해서 느낌을 주고받으면서 돌아주셨기 때문이었다.
세 바퀴 우리가 레슨 받는 전 코스를 모두 사부님과 폭스트롯을 췄는데 그 느낌과 바디텐션의 짜릿한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폭스트롯에 대한 그 강도 높은 쾌감과 느낌에 대해서는 다음에 별도로 한 번 쓰기로 하고 오늘은 또 다른 즐거움과 희열을 맛보았다.
폭스트롯의 개인레슨을 끝내고 이어서 왈츠 바리에이션 단체반 강습을 받고 저녁식사를 몇몇 강습 받는 회원님들과 삼겹살을 먹고 나니까 밤11시경이었다.
집근처에 가서 숙녀를 태워서 그 시간에 우리가 갈 곳이라곤 한강변뿐이었다.
어제 비가 온 뒤라 한강변의 공기는 정말 산뜻하고 심야의 데이트가 약간 짜릿할 정도로 마음이 들떴다.
차에는 최근에 거금을 들여서 시디플레이어를 설치했기에 모던댄스 음악이 기분 좋게 흐르고 있었다.
댄스 광들끼리 만났으니 자연히 댄스얘기가 화제였다. 서로가 어느 정도 실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는지 말로 떠벌거렸다.
이 분과는 참으로 편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서로에게 댄스파트너가 생기면 축하해주고 각자가 열심히 연마해서 언제가 시합장에서 한 번 겨뤄보기로 농담 삼아 말하기도 했었다.
물론 내 느낌으론 그 분 쪽에서 나와 파트너쉽을 이루어서 댄스를 해보고 싶은 기색을 몇 번 비췄지만 내가 명쾌하게 승낙 하지 않았다. 그쪽에서도 자존심이 상하는지 더 이상 그런 빛은 안내비치지만...
연습이라도 나하고 하자고 하면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이 늦은 시간에도 만나주러 나온 것일 테지만...
그 분은 모던 5종목을 모두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거의 나와 비슷하게 진도를 나가는 중이었다. 모던을 한 기간도 비슷했다. 단지 다른 학원에서 다른 스승 밑에서 배우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그쪽도 나와 비스므리할 정도로 모던광이었다.
동작대교 아래쪽의 한강둔치 변에 차를 주차시키고 문을 열어놓고 한강의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낄낄거렸다. 조용히 감미롭게 흐르던 왈츠음악이 탱고로 바뀌었다.
우리가 낄낄거린 이유도 작년 여름에 한강변에서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왈츠 연습하던 걸 얘기하면서 둘 다 미친 인간들이었다고. 그런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제 왈츠는 약간 질릴 정도로 많이 얘기해서 다른 종목에 대해서 대화의 중심이 이동되었다. 그 중에서도 폭스트롯과 탱고에 관한 게 주류를 이루었다.
그런 중에 음악이 탱고로 바뀌어서 분위기는 더욱 들떠서 기분이 최고조였다.
둘 다 또라이 기질이 있는 터라 사실은 나보고 댄스에 관한한 [미친넘] 혹은 [사이코]라고 그녀도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덩달아서 같이 따라나선 사람도 그렇게 됐다면서 낄낄 댔다.
그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탱고의 음률에 취해서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이미 이심전심.
양쪽 차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탱고음악 볼륨을 높이니까 바깥까지 잘 들렸다.
동작대교의 다리 아래 한강변 주차장. 사각 보도블록이 깔려있어서 울퉁불퉁했다.
하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난 양쪽 다리를 엉거주춤 구부리고 힙을 끌어당기고 상체를 곧게 펴고 목은 뽑아 올릴 수 있는 데로 잡아 빼고 왼손을 뻗었다.
숙녀는 탱고 웤으로 성큼성큼 다가와서 홀딩 했다.
탱고 베이직으로 척척 밀고 들어갔다. 숙녀는 상대의 몸을 받으면서 후진했다. 여성이 밀고 들어오는 텐션감이 기분이 좋았다.
상대편도 나의 전진 웤에서 텐션감이 좋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스타카토와 바디액션 스핀 종류의 스텝들도 잘 소화를 해냈다.
이 정도면 둘의 호흡은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편이었다.
몇 바퀴 도니까 땀이 났지만 점점 용기백배되었고 호흡도 더 잘 맞았다.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면서 지나가던 젊은이들도 힐끗거렸다. 차안에서 밀애를 즐기던 연인들도 차창으로 훔쳐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차에서 내려서 쳐다보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처음에만 좀 쑥스럽고 쪽팔린다는 생각이 들었지 조금 하니까 남들이 쳐다보건 말건 관심 없었다. 오로지 탱고의 맛에 흠뻑 젖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각 콘크리트 보도블록 위에서는 거칠거칠해서 탱고 맛을 내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스핀턴 같은 건 돌지가 않고 브레이크가 걸려서 불만스러웠다.
그 옆에 조금 떨어진 곳에 농구골대가 세워져 있고 운동장이 있었다.
우리는 걸어서 그리로 자리를 옮겼다.
차를 가져가지 않아서 음악은 없었지만 시멘트 보도블록보다는 운동장의 모래흙이 탱고하기가 더 나았다.
거기서는 정식 포즈를 취하고 내가 알고 있는 베이직 루틴으로 몇 바퀴 하니까 숙녀분도 금방 적응이 되었다.
거기서는 이제 탱고다운 탱고를 추기 시작했다. 숙녀분의 신발이 샌들이어서 그게 좀 불편했지만 그래도 잘 하는 편이었다.
몇 바퀴를 돌고 있으니까 순찰도는 경찰관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서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그래도 쉬지 않고 계속 붙어서 탱고를 하니까 다른 곳으로 갔다가 한참 후에 돌아와서 또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신경 안 쓰고 탱고만 몇 바퀴를 계속 돌았다. 다른 사람들도 지나가면서 힐끗 거리거나 일부러 옆에 서거나 앉아서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던 말던 우리의 탱고 열정은 식지를 않았다.
몇 바퀴를 도니까 나는 또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서 그제야 중단했다.
차에 돌아와서 시계를 보니까 새벽 1시 30분이었다.
다음에 만나면 다른 종목도 연습하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낄낄거리며 숙녀분의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나도 집으로 들어왔다.
2004. 7. 9... 금요일 새벽 3시 20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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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mp
강변마을님 여전하시군요.....ㅎㅎㅎㅎ 04.07.09 06:33
답글 라인...♡
참 오랜만에 강변마을님의 댄스일기를 보게 되었네요... 쉘위댄스 주인공 같은 분... 건강하게 즐춤하세요! 04.07.09 08:20
답글 CBM~
강변님 힘내세요! 04.07.09 11:01
답글 soul
멋진 댄스의 참맛을 느끼고 계시네요.. 지야 그 시간엔 잠 와서 비실대고 있을 텐데.. 댄스에의 열정은 비도 식히지 못할지니 빨리 승천하여 훨훨 날아다니시길 바랍니다.^^;;; 04.07.09 15:34
답글 헵번
강변님 저도 한번 한강에서의 댄스를 하고 싶어지는군요 04.07.10 1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