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1기 10. 너무 재미있는 Excuse me! (2)
2011.11.17
상황이 다급해져서 할 수없이 내가 끼어들었다. 영어를 잘은 못하지만 적어도 설명은 해야할 형국이다.
"이 사람이 말해요. 자기 친구는 이걸 천페소에 샀는데 자기는 이걸 천 오백에 샀대요. 똑같은데 왜 자기만 비싸냐고 물어요."
그러자 주인 여자가 웃는다.
"아아, 이 두 개는 상품의 질이 달라요. 이건 질이 좋은 거고 이건 낮은 거예요. 서로 달라요."
그녀는 high quality란 용어를 쓴다. 이번엔 내가 양여사에게 설명을 한다.
"질이 다르다잖아요. 이건 좋은 거고 이건 좀 안 좋은 거라네요."
"뭘, 똑같아 보이는데."
"이 여자는 두 개가 같아보인다네요."
"정말 다릅니다. 필요하면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정말 다르대요. 필요하면 바꿔줄 수도 있다네요."
"그럼, 바꿀래요."
"그럼 바꾼다네요."
"이쪽 걸 원해요? 이쪽 거예요?"
"이쪽 걸 살 건지 이쪽이 좋은지 묻네요."
"싼 거 갖을래요."
"싼 거 갖는다네요."
"그리고 이건 얼마냐고 물어봐줘요."
"이건 얼마냐고 묻네요."
그밖에도 여러 가지 말들이 오갔다. 이 물건은 얼마짜리인데 이걸 샀기 때문에 싸게 준다든가 이런 설명을 나는 중간에서 얼굴의 방향만 바꿔가며 양쪽에 전달했다.
양씨부인은 나에게 엄청 많은 말을 시켰지만 나는 중간에 다 잘라먹고 할 수 있는 말만 대충 전했다. 그것도 힘들다.
엉겁결에 그 자리에 따라갔다가 견물생심이라고 나까지 목걸이 귀걸이를 사게 되었다.
양씨부인과 헤어져 남편의 차를 타고 오면서 그제야 나는 쏟아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남편이 왜 웃는지 궁금해 한다.
"그 여자가 한 영어는 원 사우젠트 밖에 없었어. 아참! 익스큐즈 미도 있었지. Excuse me를 하도 자신 있고 힘차게 하기에 난 그여자가 영어를 엄청 잘 하는 줄 알고 기가 팍 죽었지 뭐야. 그런데 모조리 한국말로 해 버리는 거 있지? 주인이 하나도 못 알아듣는데 무조건 한국말로 밀고 나가더라구. 와아, 진짜 놀랬어."
그제야 대충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남편이 빙그레 웃는다.
"그래서 당신이 나섰어? 그 짧은 영어로?"
"짧은 영어가 제 몫을 다 했네요. 왜 그러셔? 그 여자 참 용감해. 우리를 못 만났으면 그래도 혼자서 해결하려고 가는 길이었잖아."
"어떻게든 됐겠지."
"어떻게든 될 상황이 아니던데?"
"여기선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
"하긴 그래. 어떻게든 됐겠지."
첫댓글 그렇게 시작해서 몇 년 지나면
반은 그 나라 사람 되어
뒤에 오는 또다른 외국인 안내자 되겠지요.
그래도 이민생활에 빈틈없이 사나봐유
그런 배짱이니 살아갈수있나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