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아들 녀석과 둘이 대음집에 미리 넘어왔다.
아내와 딸은 내일 넘어온단다.
오랜만에 아들과 캠핑 기분을 내고 싶어 저녁 늦게서야 대음집으로 왔다.
막 도착하여 시동을 끄고 어두운 마당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일은 날이 좋으려는지 달무리가 가득하다.
달 주위로 신기한 원형의 테두리가 보여 한참을 바라보았다.
방 안에 들어서니 찬 공기가 가득하여 썰렁하였다.
서둘러 텐트와 이불을 펴고 보일러를 돌려 온기를 채운다.
아들 녀석이 대음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시골에서는 딱히 할 게 없어 저녁 늦게까지 티비를 볼 수 있어서.
집에서는 이것저것 시키는 게 많은데 대음집에 오면 마음이 풀어져서 그런지 그냥 놀게 한다.
아들 녀석은 그게 좋은가 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쉬는 게.
시간이 조금 지나니 온기가 올라온다.
밤이 늦어 오자마자 잘 준비를 한다.
텐트 안에 이부자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물론 티비도 텐트 안으로.
불을 끄고 텐트 안으로 들어서니 아늑하다.
캠핑 기분이 난다.
물론 방 안 캠핑이긴 하지만.
저녁 늦게까지 텐트 안에서 아들과 티비를 보다가 잠든 줄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해가 중천이다.
이상하게 대음집에서는 딥슬립을 한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아무리 늦게 잤다고 이렇게까지 잠을 자다니.
옆에서 아들은 아직도 쿨쿨이다.
일어나 아침밥을 안치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시골집 마당에서 먹는 김치찌개는 맛있다.
내가 잘 끓여서인지 아니면 환경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밥이 되고 찌개가 끓는다.
아들을 깨우고 마당 테이블로 나가 아주 소박한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오늘은 날이 좋다.
저녁에 잘 잔 이유가 따뜻한 날씨 덕분인가 보다.
아들도 따뜻하게 잘 잤단다.
막 한 흰밥에, 막 끓인 김치찌개, 그리고 김치가 전부인 식사이지만 남자 둘은 뭐가 그리 맛있는지 국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느긋한 주말 오전, 배가 불러 그런지 기분이 참 좋다.
식사 후 간단하게 커피 한잔에 과자 한 봉지, 그리고 책.
마당에 둘이 앉아서 아들은 동화책을 나는 소설책을 읽는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TnYJCF5p7gI&t=6s)
아침에 아래 밭에서 주운 모과에서 나는 모과향이 내 코를 간질인다.
오늘은 아들과 뭘 할까?
고민하다 얼마 전 지인에게 받은 튤립 구근을 심기로 한다.
지금 심으면 내년 봄에 꽃이 핀다.
어떤 색깔의 예쁜 튤립꽃이 필지 내년 봄, 기대가 된다.
오후가 되어 아내에게서 전화가 온다.
데리러 오라고.
오후에는 우리 가족 모두 합체.
게다가 아랫동네 처제네까지.
처제가 고구마를 가져와 마당에 불을 지폈다.
오랜만에 우리는 손과 얼굴에 숯을 묻혀가며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동네 뒷산에 가서 마른 나뭇가지 주워다 고구마 구워 먹던 생각이.
당시에는 먹을 것이 풍족지 않아 그렇게 고구마를 많이도 구워 먹었었는데.
노오란 고구마를 한입 베어 물면서 추억을 아로아로 새긴다.
얻어먹을 수만은 없지.
아침에 먹고 남은 김치찌개를 부대찌개로 탈바꿈하여 마당에 낸다.
아침에 먹고 남은 찬밥과 함께.
고구마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아니면 추워서 따뜻한 국물이 필요했는지 나의 부대찌개는 완판이다.
다들 밥을 말아 냄비 바닥까지 다 긁어 먹었다.
마당에서 같이 먹으니 더 맛있다.
맛있는 건 추운 데서 그리고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
이젠 어른들의 시간.
한번 불피운 불은 꺼질 줄을 모른다.
그렇게 어둠이 올 때까지 불은 계속 지펴졌다.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과 티비.
어른들은 마당에서 맥주 한잔이다.
그렇게 수다를 떨며 지는 해를 바라본다.
그리고 밤에도 어른들의 수다는 멈출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