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들어 첫 아침밥 먹기 행사이다.
매번 메뉴를 정하는 게 가장 어렵다.
보통 예산은 10만 원 정도이고, 메뉴는 지난번과 겹치지 않으며, 준비하기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야 한다.
1교시 수업 시간을 뺏으면 안되고, 아침 시간 안에 음식을 만들어 먹고 뒷정리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날은 선생님들이 평소보다(8시 30분) 일찍 출근하여 8시부터 지사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한다.
특히, 교사들이 교내외 행사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최대한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아야 하고, 이 행사가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는가?’이다.
행사가 배움(수업)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다.
학교에서의 모든 행사는(행사도 교육이므로) 교육적으로 그 의미와 목적에 합당해야 한다.
이 행사의 목적은 ‘전인적 성장을 위한 건강한 아침 식사 함께 먹기’이다.
혼자 바삐 때우는 아침 식사가 아니라 함께 느긋하게 천천히 이야기하며 나누어 먹는 건강한 아침 식사이다.
이번 메뉴를 정하기에 앞서 1-2주 전부터 학생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정한 이번 달 메뉴는 ‘토스트’다.
호텔에 숙박을 하면 나오는 간편 호텔 조식의 느낌을 내려고 했다.
일명 아메리칸식 조식이라고나 할까?
토스터에 구운 토스트, 계란 후라이, 슬라이스 햄, 치즈, 딸기쨈, 음료 한잔, 신선 과일(바나나)을 각각의 쟁반에 놓고 학생들은 한 줄로 서서 자기 스타일에 맞추어 토스트를 만든다.
토스트는 미진이가, 계란 후라이는 교장 선생님이, 슬라이스 햄은 국어와 기가 선생님이, 과일은 수진이가 준비를 해주었다.
나는 카페 느낌이 나는 음악을 틀었을 뿐이다.
이른 아침부터 우리의 식사를 각자의 위치에서 준비해 준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함께 만들고 나누어 먹으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더욱 가까워진다.
그런 기회를 가지고 싶었다.
더 가까워지고 끈끈해질 수 있는 기회를.
같이 먹으면 친해진다고 하기에.
식구(食口).
한집에서 같이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람.
오늘 아침은 교사 학생이 아니라 식구가 된다.
학교가 아니라 집이 된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오래 지내는 이곳이 행복하고 즐거운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전, 학교에 가기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학창 시절이 문득 기억난다.
아침에 일어나면 왜 이리도 학교에 가기가 그렇게도 싫었을까?
축 처진 어깨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터벅터벅 학교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대부분 기억에 있을 것이다.
소풍 갈 때는 빼놓고.
그땐 누가 일어나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침 일찍 일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등교했을 거다.
학교 가기 싫은 이유가 단순히 공부가 싫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여러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
학생들이 학교에 가고(오고) 싶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재미있고, 학교에 오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학교가 되기를 나만의 방법으로 노력한다.
나의 작은 노력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준비한 오늘 아침이다.
이 아침 식사 시간으로 인해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조금이라도 즐겁고 행복해 지기를 바란다.
음식을 많이 준비했는지 토스트가 많이 남았다.
그래서 한 개는 여기서 먹고 한 개는 교실로 가져간다.
이따가 또 배고프면 쉬는 시간에 먹으라고.
앗 근데 걱정이다.
아침을 너무 든든하게 먹어서 점심 식사를 조금만 먹으면 어쩌지?
급식이 남으면 안되는데...
괜시리 영양사 선생님께 미안한 마음이다.
그나저나 다음 달 메뉴는 뭐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