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와 산책하라. 행복하게 살 빠진다.

[이승근]

3-6. 멍멍이와 산책하라. 행복하게 살 빠진다.

운동의 정확한 국어사전적 정의를 아는가? 운동은 특정목적을 위하여 신체를 단련하는 움직임이다. 따라서 운동 중에는 운동을 했다고 해서 체중감소가 나타나지 않는 운동들도 많다. 그 때문에 상처받기에는 수학공부를 하면서 손도 대지 않는 국어성적이 왜 상승하지 않느냐고 고민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운동을 아무리 해 왔음에도 체중이 빠지지 않는다며 좌절감에 한두 방울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정상인걸요?”하면서 분위기를 전환시켜준다. 그리고 운동의 국어사전적 정의에 대해서 좀 더 정확히 짚어준다. 몇 년 전 호텔 피트니스 센터에 근무하는 여성트레이너 한 분이 방문하셨다. 운동생리학 석사 출신의 지적인 머리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여성분이었다. 고민은 이것이었다. 너무나 지나친 근력운동 때문에 하루 종일 식욕이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트레이너이니 단 하루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데다 최근에는 필라테스 클래스 수업을 함께 맡게 되어 배와 배꼽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고객들 앞에 서서 다양한 동작들을 정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피트감이 있는 필라테스 복장의 옷을 입고 보니 유난히 짧은 다리의 근육들이 탐스러운 닭다리처럼 보이고 풍성한 여성의 젖가슴보다 단단한 남성의 젖 근육이 더 강하게 돋보여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살을 빼 좀 더 단아하고 여성적인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운동생리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내게 하는 질문 중의 많은 답들을 그녀는 이미 거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희한하게도 공부로 배운 지식을 타인에게는 지혜롭게 가르치지만, 자신의 몸에는 그 지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내과전문의가 혈압 약을 먹고, 정형외과전문의가 디스크로 고생하는 사례를 한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일단 그녀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퇴근이 저녁 9시30분, 그 시간까지는 트레이너 복장과 필라테스 복장으로 남에게 그럴듯한 몸매를 보여 귀감이 되어야 하니 아침 출근 전 10시까지도 제대로 된 맛있는 한 끼를 즐기지 못해왔다. 기상 후 10시까지의 출근 전 여유시간 중에도 견과류 몇 알과 계란흰자 두알, 생수 2병만으로 견디다가 점심이 되면 닭 가슴살샐러드를 먹는다. 그 이후 어떤 것도 먹지 않고 9시30분까지 견뎌낸다. 이후 10시부터는 남편과 함께 한 상차림 파티가 시작된다. 이틀에 한 번은 폭식에 가까운 과식으로 양념치킨과 피자, 생맥주를 마신다. 직업의식이 있기에 적어도 격일로 하루는 퇴근 후 그냥 평범한 밥, 국, 찌게와 같은 한식 한 끼를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휴일 하루를 보장받은 일요일 전 토요일은 그녀에게 가슴 떨리는 저녁의 시작이다. 호텔뷔페와 먹을거리 가득한 곳으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심장보다 더 떨린다고 한다. 긴장이 풀어진 밤중 몰아먹기는 당연히 오전 오후 중 많은 운동으로 kcal를 소비 했다 해도 저장되는 양이 상당하다. 우리의 현실은 한 시간 운동을 해서 소비되는 kcal를 단 1분 만에 특정 음식을 통해 갈아치울 수 있다. 치즈크러스트 피자 한 조각은 700kcal에 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1시간의 운동은 정상체중을 기준으로 한 성인 여성을 기준 삼아도 많아야 200kcal을 넘지 못한다. 1시간에 200kcal 마이너스, 그러나 1분에 700kcal 플러스. 1시간의 속도와 1분의 속도, 게임이 안 된다. 도저히 소비 kcal의 마이너스 속도가 섭취 kcal의 플러스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더구나 무한리필 뷔페식당, 배의 굶주림보다 뇌의 굶주림이 일주일간 누적된 그녀에겐 이미 식욕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파티장이나 다름없다. 둘째, 무리한 근력운동의 연속이다. 그녀는 고객들을 지도하면서 쉴 새 없이 운동한다. 특정 부위 근육을 만들기 위해 고객들에게 동작을 설명하고 하루 종일 그 동작을 함께 반복하며 한 분이 나가면 단 1분도 쉬지 못한 채, 또 동작을 반복한다. 고객들의 니즈는 다양하지만, 결국은 큰 근육을 만드는 복근운동, 대퇴근 운동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근력운동에 항상 지친다. 더구나 그 근육합성에 도움을 주는 영양가들, 단백질과 당류들을 근육이 건강히 만들어지도록 최적화해서 그것들만 먹는다. 당연히 두꺼워질 수밖에. 여성적인 맵시를 위해서 잘못된 판단으로 보톡스로 허벅지 근육을 줄이는 여성도 있는 반면, 근육에 초점만을 맞춘 이 여성트레이너는 두껍고 건강한 근육을 매일 매일 키우고 있던 것이었다. 아주 건강하다. 하지만, 그녀는 두꺼운 근육으로 스키니 진은커녕 여름철 수영복도 못 입는다. 뇌에서는 여성의 부드러운 실루엣을 원하지만, 그녀의 몸은 건강한 체력의 탐나고 각진 근육들로 무성했던 것이다. 자신의 체형에 만족하지 않은 채 계속 직업적인 근육 만들기만을 하니 스트레스는 계속 쌓이고 그에 따른 보상을 더욱 더 먹음으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이 때 줄 수 있는 조언은 딱 하나이다. “고객들을 만날 때 몸은 게을러지시고 입을 바삐 움직이세요. 용불용설[用不用說](생물에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그렇지 않은 기관은 퇴화한다) 아시지요? 사용하는 근육은 점점 더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점점 줄어듭니다.” “그렇게 일정한 동작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며 하루 종일 근육훈련을 하는데 두꺼워지지 않는다면 비정상이지요. 오히려 본인이 목적하는 잔 근육을 만드는 운동 외에는 여성들의 멋진 마스코트가 된다는 마음을 갖고 고객들의 행동을 지도하면서 그들이 움직이게 하세요. 내가 꼭 움직여야 완벽한 교육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의견과 발표를 묻지 않고 자신만 열심히 떠드는 선생님을 우리는 결코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하진 않아요. 참여하게 하고 쓰게 만들고 말하게 만들었을 때 그 긴장 때문에 사람은 발전합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선생님의 동작보다는 자신의 동작을 케어 하길 원할 거예요. 적당히만 보여주시고 절대 함께 하지 마세요.” 실제로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선생님이란 본인의 몸을 다해 함께 운동해주는 선생님이라는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 계속 그런 트레이너로 소문이 났다는 것이다.

그녀는 개를 키운다. 남편과 아이를 갖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예쁜 애완견을 자식처럼 키운다고 한다. 필자는 NEAT(Non Exercise Activity Thermogenesis)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가 미처 표로 배우지 못했던 일상생활 속의 소비 kcal에 대해 언급했다. 의외로 개 산책하기, 집안 청소하기 등의 한 시간 움직임이 웬만한 운동의 한 시간 운동과 비슷하였고, 오로지 운동 한 가지에만 집중해야 했던 기존의 kcal 계산법과는 달리, 일상생활을 하면서 뇌에서는 한꺼번에 많은 kcal가 크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긴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부담 없이 사람의 몸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면서 살을 빼준다는 데 초점을 두어 설명했다. 개와 산책하고 조카들과 뛰어놀고 일상의 삶에서 살아있는 생기를 회복하며 몸을 움직인다. 일거양득이다. 이런 하루하루가 반복되면 실제로 살이 빠진다. 일정기간 피트니스클럽에 돈을 지불하고 내 몸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개와 평원과 정원과 거리에 프리패스를 끊은 듯 공짜로 마음껏 뛰어놀면 즐겁고 행복하게 살이 빠질 수 있음이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대단위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되지 않았는가? 이제 우리의 마음만 바꾸어 실천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