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권오삼 <아동문학사랑방> 제 35 호 ․ 2001년 5월 1일 ♧441-837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1267 한성아파트 809동 605호 ☏031-235-0987 |
《문학과 정신》- 이오덕 선생님의 1월 26일 편지글에서 뽑음 - 4/9일
1. 지금 어린이문학협의회가 가고 있는 길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을 살리는 문학의 길과는
아주 많이 다르고 어긋나 있다.
2. 우리 문학이 이렇게 잘못 가고 있는 까닭은, 지금 젊은이들이 모두 “세상이 다 가기 좋은 넓은 길로 가는데, 그 길로 가지 않으면 나만 고생한다. 나만 따돌려 버림받고 외톨로 남는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학을 이론으로 세우고 밝히는 젊은이들조차 이런 풍조를 발벗고 나서서 그럴 듯하게 선전하고 권장하는 판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세상 돌아가는 판이 세계화로 가는 형편이니 일찌감치 이런 이론을 세워 보여야 내가 선지자로 될 수 있겠다는 속셈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사람다운 마음, 민족의 양심, 글쓰기 정신은 간 곳 없고 글 파는 정신만 잔뜩 가지고 있는 꼴이다. 그래서 산업사회에 따르는 새로운 문학의 길이라 해서 너도 나도 남의 나라 어떤 작품을 옮겨 보이고, 그런 문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우리 문인들이 이렇게 타락한 것은 까닭은 이런 젊은이들이 모두 어렸을 때 잘못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방안에서 책만 읽고 글만 쓰고 외우고 해서 어른이 되었으니, 이런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어떤 글이 나올 수 있겠나? 동시고 동화고 소설이고, 체험은 없고 삶을 떠난 글밖에 있을 수 없다. 만약 삶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것이 거의 모두 거짓이고 엉터리가 되는 까닭이 이러하다. 그래서 다만 머리 속에서 제멋대로 꾸며 낸 것, 책을 읽어서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 더구나 늘 훌륭하다고 쳐다보는 서양 사람들이 쓴 것을 이것저것 짜맞추거나 흉내낸 것밖에 더 나올 수가 없다. 이것이 판타지란 것이다. 판타지를 즐겨 쓸 수밖에 없다. 꼭 그렇게 되어 있다.
3. 생활동화가 잘 팔린다 하니까 생활동화를 쓰고, 환경동화가 잘 나간다고 하니까 환경동화 흉내를 내고, 판타지시대가 왔다니까 판타지 쪽으로 몰리고… 이게 정신 나간 짓 아니고 무엇이냐? 병든 사회, 병든 문화, 거기 따라 잘도 기생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문인들, 나는 세상이 온통 다 그렇게 바뀌어도 그런 무리들 속에는 들어가지 않겠다. 이제 나는 갈 길도 멀지 않았다. 그럴수록 내가 가는 발자국만은 더럽게 남기지 않겠다. 물론 어린이문학협의회 회원들이 죄다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따라가는 정신 없는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많은 회원들이 그렇게 되어 있고 회원들을 앞장서서 이끌어 가려고 하는 사람 가운데 이런 이들이 있는 것 같다. (*글을 실어도 좋다고 허락해 주신 이오덕 선생님께 고마움을 드립니다.)
『이달의 시』
점이
-제해만
저기
탱자 울타리 따라 목발을 짚고
비 맞으며 운동장에 들어서는 아이가
내 짝 점이다
엄마도 없는 점이다
지난 해 이때만 해도
탱자꽃처럼 하얗게 웃으며 학교에 오갔지만
지금은 목수일 하시는 아버지 자전거에 실려
학교에 온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다리
뺑소니 운전수 나타나지 않아
전세금 뽑아 치료비 갚고
사글세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점이
엄마가 그리운 날이면 혼자 운단다
혼자 울다가 잠이 들면
엄마 꿈이라도 꾸게 될까
밉도록 불쌍한 내 짝
점이
(제해만 유고 동시집 ‘너를 만나고 싶다’에서)
*1997년 7월에 세상을 떠난 제해만 시인의 유고 동시집 출판기념회가 지난 3월 24일 오후 3시 출판문화회관에서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참석한 사람 수가 적었다. 제해만 시인은 나보다 나이가 두 살 아래였지만 등단은 8년 앞섰다. 그는 말수가 적고 성격이 차분한데다 웃는 것도 싱긋이 웃는, 샌님형이었다. 그러나 술은 꽤 하는 편이어서 목소리 큰 나하고 어쩌다 술자리에서 만나면 농담을 곧잘 주고받았다. 그를 마지막 본 것이 1997년 2월 이재철 선생님의 정년기념논총집 출판기념회때였다. 이때 이미 그는 병이 깊은 상태였다. 이제 그는 가고 없고 그가 남긴 작품을 4년만에 보게 되었다. 출판기념회 때 앉은자리에서 그의 유고 동시집을 통독했다. 92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나는 위의 작품을 이 유고 동시집의 대표작으로 보았다. 이 작품은 이제까지 그가 쓴 작품과는 경향이 전혀 다른 작품이지만 ㉠동심에 가까이 다가 가 있고 ㉡독자인 어린이를 염두에 둔, 어린이의 눈 높이에 시를 맞추려한 시인의 애정이 보이는 데다 ㉢현실 생활 속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동시를 썼다는 점이다. 이와 비슷한 작품이 몇 편 더 있었으나 완성도에선 떨어졌다. 대부분 눈여겨 보지 않을 이 작품을 나는 눈여겨 보고 뽑았다. (2001. 3. 26)
《비평》- 베낀 작품이 상을 받고 지원금을 받나!
1. 누가 누구 것을 베꼈는가?
*새농민주최 전국글짓기
현상모집 최우수작
<자연 보호>
물이 맑아야 / 흙빛이 곱대요. /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공기가 맑아야 / 꽃빛이 곱대요. /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
하늘이 맑아야 / 단풍이 곱대요. /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자연이 아름다워야 / 인심도 좋대요. /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
(1984년 충남 음암초등교 6년 최도식)
*동시집 ‘풀꽃 목걸이’에 수록된 작품
<모두들 그랬어요>
물이 맑아야만/ 흙빛이 곱대요. / 조약돌이 그랬어요.//
하늘이 맑아야 / 별빛이 곱대요. /옹달샘이 그랬어요.//
숲이 우거져야 / 새소리가 곱대요. / 산울림이 그랬어요.//
흙이 살아야 / 우리가 산대요. / 새싹들이 그랬어요. //
(2001년 2월 발행. 허호석 동시집에서)
그런데 위의 동요시는 본디 1979년 경북 안동 풍산만운초등 6년
김연옥의 시였다.
------------------------------------------------------------------------
다음은 1999년 《우리말․ 우리 얼》 10월호에 실렸던 허호석 씨의 노랫말
고와진대요(허호석 글, 아름나라 곡)
물이 맑아야 물소리가 곱대요 조약돌이 그랬어요.
하늘이 맑아야 별빛이 곱대요 옹달샘이 그랬어요.
마음이 고와야 얼굴빛이 곱대요 모두들 그랬어요.
산빛이 맑아야 새소리가 곱대요 산울림이 그랬어요.
말이 쉬워야 겨레가 산대요 아이들이 그랬어요.
흙이 살아야 이 땅이 산대요 들꽃들이 그랬어요.
위의 허호석 씨의 노랫말은 본디 1979년 경북 안동 풍산만운초등 6년 김연옥 어린이가 지은 것인데, 이걸 5년 뒤인 1984년에 충남 음암초등교 6년 최도식 어린이가 그대로 베껴서 새농민주최 전국글짓기 현상모집에 응모, 최우수작으로 뽑혔다. 그런데 이 작품이 <2000년 우수 동시 작품으로 뽑혀 일천만 원의 한국문학창작 특별지원금>을 받아 출간한 동시인 허호석 씨의 동시집 《풀꽃 목걸이》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본디 <1979년 김연옥 지음>→<1984년 최도식 전문 표절>→<1999년 허호석 부분 개작 표절>로 이어지고 다시 <2001년 부분개작표절․동시집 수록>이 되었다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일차 표절자인 최도식 어린이는 전문을 표절했기에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이차 표절자인 허씨의 것을 보면 일부 고친 (1999년 《우리말․ 우리 얼》 10월호에 실렸던) 것이 훨씬 뛰어나고, 동시집에 수록된 것은 도리어 떨어진다. 개인들이 유행가 노랫말 고쳐 부르는 일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자기가 지은 것으로 할 때는 문제가 된다.
어린이 작품을 베껴 자기 것으로 삼아 시집에 수록한 것도 문제지만 이런 작가의 작품을 우수작품으로 뽑아 1000만원 특별지원금을 주게 한 심사위원들을 생각하면 쓴웃음이 나온다. 이런 식이라면 <일천만 원 한국문학창작 특별지원금> 제도는 없애야 한다고 본다.
2. 또 다른 베끼기
새 얼굴
김광섭(4차 6-1교과서)
아기가 들어와 / 아침 하늘을 / 얼굴로 연다. //
아기는 / 울고 나도 새 얼굴 / 먹고 나도 새 얼굴 / 자고 나도 새 얼굴//
하늘에서 /금방 내려 온 / 새 얼굴. //
-----------------------------------------------------------------------------------
제비
유재천(안성 보체교 6년)
제비가 날아와 / 아침 인사를/ 입으로 한다. //
제비는 / 울고 나도 짹짹/ 먹고 나도 짹잭 / 자고 나도 짹짹//
어디에서 / 금방 날아온 / 제비. //
-------------------------------------------------------------------------------------
김광섭 시인은 시창작 후기에 들어 문명비평의 시 ‘성북동 비둘기’를 쓴 유명한 시인이다. 그런데 위의 동시를 보면 너무 형편없다. 뛰어난 시인도 동시를 잘못 인식하면 시가 이렇게 돼 버리는 모양이다.
3. 표절로 말미암은 원작자의 피해
표절작이 현상 모집에서 상을 받게 됨으로 원작자가 도리어 표절한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된다. 이로 말미암아 원작자가 피해를 입게 되니 이게 큰일이다. 그래서 표절을 근절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당한 경험이 있다.
내가 1995년에《가시 철조망》이란 동시집을 내고 나서 어떤 이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다. “권선생의 <못>에 관한 두어 편의 동시를 보니 성인시를 쓰는 김××시인의 시에서 착상을 얻은 것 같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한 충격을 받았고 한편으론 쓴웃음을 삼켰다. 그러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시인은 한때 나와 술집에서 자주 어울렸던 친구다. 어느 때 술집에서 그를 보고 내가 발표한 <못>에 관한 동시를 이야기하면서 이 소재로는 동시를 쓰기가 어렵고 성인시로 쓰면 좋겠는데 했다. 이때 김시인은 눈을 반짝였고 그 뒤 못에 관한 소재로 쓴 작품을 몇 편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얼마 뒤 《못에 관한 ××》이란 제목으로 시집을 냈는데 신문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나는 그이보다 늦게 동시집을 냈으니 거꾸로 내가 오해를 받은 셈이다. 물론 시의 내용은 다르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비슷한 소재로 하여 피해를 입은 셈이다. 해명을 할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잖았으면 어찌 될 뻔했겠는가. 그 뒤부터 어느 자리에서든 시에 관한 어떤 착상이나 모티프도 말해 줘서는 안되겠다 하는 것이 내가 얻은 교훈이다. 착상만 얻으면 비슷한 작품은 얼마든지 쓸 수 있기에 말이다. 착상에서 우연의 일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작가에게 표절이나 모방은 나중에 지울 수 없는 전과 기록과 같은 것이다.
4. 아주 최근에 발견한 모방작
어디 있을까
-권오삼
가게에서 / 담배 한 갑 사서 보니 / 답배갑 거죽에 / 웬 아기 사진이 박혀 있었어요. /
빨간 티셔츠에 / 웃옷은 벗은 채 / 입을 이름은 정희택. 반쯤 벌리고/
두 눈 또랑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는 / 통통하게 살찐 얼굴 /
네 살 때 엄마 아빠가 잃었대요./ 어쩌다가 잃었는지 모르지만 / 손꼽아 보니/
지금은 일곱 살이 되었을 아기. / 오늘도 엄마 아빠는 애타게 찾는데/
아기는 아직도 입을 반쯤 벌린 / 네 살 때 모습 그대로 /
담배갑에 박힌 사진 속에 있어요. /
아기는 어디 있을까? / 희택이 엄마 아빠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
가슴 아픈 사진 한 장. / 희택이는 어디 있을까? /
담배를 들고 가면서 / 희택이 사진 보고 또 봅니다.
(김녹촌 엮음. 고학년 동시집 바른사 수록. 1996년)
------------------------------------------------------------------------------------------
이태수
-○○○
버스 타고 집으로 가다가 / 의자 뒤에 붙어 있는 / 이상한 아기 사진을 보았어요/
빨간 티셔츠에//눈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 통통한 얼굴/
이름은 이태수 / 다섯 살 때 아빠를 잃었대요 /
어디서 헤메고 있을진 모르지만 / 지금은 여덟살이 된 아기/
아빠는 지금도 애타게 태수를 찾는데 /
태수 눈은 그대로 다섯 살이지요/ 버스가 천번은 더 왔다갔다 했어도/
소식 없는 아가 얼굴 / 태수는 어디 있을까 / 버스를 내릴려 문 앞에 섰어도/
계속해서 뒤돌아보아지는 / 태수의 사진 한 장
(2001년 ‘000 문학상 응모작’)
*이분은 습작기에 있는 것 같아서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김종상 선생님의 작품에 대한 표절작은 지면 관계로 못 실었습니다.
(2001. 4. 8)
---------------------------------------------------------------------------------------------
【고맙습니다】-아동문학사랑방으로 보내 주신 귀한 마음(존칭 생략) *도착순
이상권 - 장편 동화 ‘아름다운 수탉’(창작과 비평사) / 이영호 - 전자 편지
이재복 - 평론집 ‘판타지 동화세계’(사계절) / 이야기밥 21호
김종상 - 2000년도 유석교육통신, 2001년도 유석교육통신 2호와 3호
우리 교육 - 손창섭 장편소설 ‘장님 강아지’ ‘싸우는 아이’
권정생 - 전화(앞 호의 ‘20세기 문명의 악들 7개항’은 간디가 한 말이다)
한국글쓰기 연구회 - 글쓰기 68호 / 박상규 - 전자 편지
민족문학작가회의 - 작가 2001년 봄호 / 한국문인협회 - 월간문학 3월호
아침햇살 - 아침햇살 봄호 / 열린아동문학 - 봄호
이중기 - 시집 ‘밥상 위의 안부’(창작과 비평사) / 한국문협 - 월간문학 4월호
*한국문협회원이 5천 55명이라고 한다. 회원이 아닌 다른 단체의 문인들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문인들은 얼마나 될까? 한 6천명? 장사하는 이들은 서로 뜯어먹고 산다더니 이제 문학도 같은 문인들끼리 서로 뜯어먹고 사는 꼴이 아닐까?(서로 독자가 된다는 말) 아동문학가는 몇인가? 한 1500명?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