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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 지움
우리말이 아주 쉽고도 서로 다른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또한 어렵다고도 한다. 이처럼 헷갈릴 때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지움” 과 “지음”이 아닌가 싶다. “지움”은 ‘지우다’에서 온 말이고 “지음”은 ‘짓다’에서 온 말로 사전적 풀이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 지우다 . (있던 것을) 없애다 - 글씨를 지우다 . (생각 느낌 표정 등을) 사라지게 하다 - 웃음을 지우다 . 일부를 덜다 - 밥을 지우고 말아 먹다
* 짓다 . 재료를 들여서 만들다 - 밥을 짓다 . 낱말을 나열하여 글을 만들다 - 글을 짓다 . 표정이나 자세 따위를 드러내다 - 미소를 짓다
즉 “지움”이 소멸을 뜻한다면 “지음”은 생성을 뜻하는 말로 서로 반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혼용하거나 같은 의미로 잘못 알고 있어 본래의 뜻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여기에서 ‘미소’나 ‘눈물’을 앞에 붙여보면 그 뜻이 보다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다.
* 미소를 지우다 - 미소를 지움 미소를 짓다 - 미소를 지음
* 눈물을 지우다 - 눈물을 지움 눈물을 짓다 - 눈물을 지음
같은 값이면 눈물은 지우고(지움) 미소는 짓는(지음) 것이 좋을 것이다. 이처럼 눈물을 짓는(지음) 것보다는 눈물을 지우고(지움) 미소를 짓는(지음)이 미소를 지우는(지움) 것보다 좋지 않는가? 얼굴에서 미소 즉 웃음을 거두는 것보다 웃음꽃을 피우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다. 누가 칠판에 적어놓은 글씨를 지웠을까? 에서는 지움 즉 “지운이”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이 책을 지었을까? 에서는 지음 즉 글 쓴 사람 “지은이”를 말한다. 누가 ‘지우개’라 쓰지 않고 ‘지으개’라 쓰겠는가. 누가 글쓴이를 ‘지은이’라 하지 않고 ‘지운이’라고 하겠는가?
고작 점(.) 하나 차이 같지만 ‘님’이 점 하나로 ‘남’이라는 정말 엉뚱한 말이 되듯이 “지움”이 점 하나로 “지음”과는 엄연한 차이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부정과 긍정과도 같은 상반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말을 사용함에 보다 조심스럽게 가려서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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