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철거 위기의 마을,감성 풍부한 새로운 마을로 탄생하다.돈의문박물관마을(근현대100년,기억의 보관소) 2ㅡ
6월 25일 늦은 오후,5호선 서대문역을 벗어나 강북삼성병원으로 향했다.
4일 전 5호선 전동차 안에서 우연히 '돈의문박물관 마을' 개관 안내서를 봐서다.
서대문에 자리한 강북삼성병원 앞에는 서울 사대문 중 하나인 돈의문(서대문)이 있었음을 알리는 조형물이 있다.
수년 전 서울성곽 트레킹을 했을 때 봤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그 주변은 사뭇다른 표정이다.서울도시건축센터 건물 위의 '돈의문박물관마을'이란 이름이 이곳이 돈의문마을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조금 걸어 경찰박물관에 도착하니 고스란히 남아있는 옛 골목과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 위에는 어르신 모습의 그림이 그려있다.
이런 특이한 모습을 보고 그냥 스처지나가기엔 뭔가 허전하다.
지나가는 행인을 기다린다.
저 멀리에서 한 신사가 다가온다.
"(스마트폰을 건네며)실례합니다만,사진 한 장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자,그 분은 사진을 잘 찍지 못한다고 사양하기에,괜잖으니 그냥 한장만 찍어 달라고 다시 부탁한다.할 수 없다는 듯 나의 스마트폰을 든 그는 나의 전신 사진 한 장을 찍는다.고맙다는 인사를 마치고 계단을 오르니,전동차 안에서 봤던 키포인트 건물이 눈앞에 있다.
'새문안극장'이란 커다란 글씨가 눈에 익다.
우선 생활사전시관 앞에 배치된 이 마을 팜플렛(리플렛)을 손에 넣는다.마을 지도를 보니 모두 자세히 둘러보려면 약 1시간은 걸릴 듯하다.
이날 중요한 일을 마친 후니 잠시 여유를 부리며, 돈의문컴퓨타게임장ᆞ새문안만화방,서대문사진관,삼거리이용원,돈의문전시관 등 여러 건물들을 샅샅이 훓고 지나간다.
특히 나의 발길을 오랫 동안 잡아둔 건물은 돈의문구락부와 독립운동가의 집이다.
구락부는 클럽을 한자로 음역한 단어로 근대 사교모임의 공간이다.우리나라에 사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과 개화파 인사가 파티,스포츠,문화교류 등의 활동을 했던 곳으로,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돈의문 구락부는 이곳에 거주한 프랑스인 부래상과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Plaisant 등의 외국인들과 20세기 초 무도열풍을 일으켰던 무도학관 등 당시 돈의문 마을을 보여준다.건물 내로 들어서면 마치 타국에 와 있다는 착각이 든다.스탠드 바,바로 옆에는 빨간 옷 차림의 이쁜 한 여인이 단정히 앉아 이곳을 찾는 방문객을 바라본다.
"어서오세요~~.오늘은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
하고 나에게 말하는 듯싶다.바 옆의 탁자에는 축음기와 자기가 놓여 있고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린다.일단 그녀의 유혹에서 벗어나 오른쪽 계단으로 내려간다. 맥주통인지 뭔지 용도를 알 수 없는 통과 탁자,그리고 커피콩분쇄기,정체불명의 도자기,쟁반,책,부래상이라 써있는 푯말이 눈을 즐겁게 한다.살짝 오른쪽으로 눈길을 준다.아치형 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로 작은 방을 낭만적 분위기다.한쪽에 놓인 책상 위에는 수동식타자기가 있는데 아마도 앨버트 테일러가 썻던 물품이 아닌가 싶다.
여기 저기 전시공간을 둘러보니 어느새 독립운동가의 집이다.독립운동가의 집은 3ᆞ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테마전시공간이다.잘 알려진 독립운동가는 물론 그렇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도 소개하고 있다.한옥 같은 아담한 현관으로 들어가면 방형의 조그만 마당이 있고,그 주변으로 항아리와 지게,짚신,물지개가 놓여 있다.방을 살짝 엿보니 뜻 모를 한자로 장식한 병풍은 좁은 공간을 옛스럽게 만든다.조금 전 누군가 책을 읽다 어디로 간 모양(^^)이다.서안 위의 책에는 어떤 내용이 써있을까 궁금하다.
여전히 서울시는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 중이다.
하지만 역사적 가치나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그 건물이 밀집된 지역을 철거나 개발이 아닌 보존한다고 하니 다행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 중 하나는 옛 건물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일 유럽 여행을 갈 때 특정 테마를 정해두고 가지 않는다면 몸만 고생한다.
볼거리는 많지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마음은 '빨리 빨리'에 발길은 바뽀다.
좁은 장소를 방문할 때는 모르지만,넓은 도시를 여행할 땐 자신만의 기준을 정해놓고 즐기는 게 좋다.
예를 들어,파리를 여행한다면 건축,박물관ᆞ미술관,종교 건물,예술가의 집 등 특정한 테마를 정해놓고 이곳을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고,여행서적에 등장하는 뻔한 지역ᆞ장소만 보게 된다.
여행은 자신만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지역ᆞ국가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본다.
세상은 넓고 볼거리ᆞ먹거리ᆞ즐길거리는 많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으로 이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없다.
여행서적 등 책을 통한 간접 경험과 자신만의 독특한 직접 경험을 서로 보완하는 여행이 좋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도시재개발 방식에서 벗어난 서울시의 도시건축 방식에 박수를 친다;
선진국일수록 쇼핑관광보다는 체험관광ᆞ테마관광ᆞ개인관광을 더 선호한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찾은 이날,이곳을 찾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여행객도 많이 눈에 들어온다.
정식 개관일은 7월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