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속상함(傷)
自傷(스스로 속상해) / 梅窓*(조선, 1573~1609)
一片彩雲夢(일편채운몽) 한조각 꽃구름 같은 꿈
覺來萬念差(각래만념차) 깨어나니 만감이 교차하네
陽臺何處是(양대하처시) 임과 다시 만날 누대는 어디런고,
日暮暗愁多 일모암수다) 날은 저물어 어둑하고 시름만 더해가는데
自傷(스스로 속상해) / 梅窓*(조선, 1573~1609)
夢罷愁風雨(몽파수풍우) 꿈을 깨니 근심스런 비바람
沈吟行路難(침음행로난) 세상살이 어려움에 작은 소리로 읊조리네
慇懃樑上燕(은근량상연) 들보 위의 제비는
何日喚人還 하일환인환) 어느 날에나 은근히 임을 불러 돌아오려는지
(*본명은 향금(香今), 매창(梅窓)은 호인데 계랑(癸娘 또는 桂娘)이라고도 부름. 詩文과 거문고에 뛰어나 당대의 문사인 유희경(劉希慶)·허균(許筠)·이귀(李貴) 등과 교유가 깊었는데, 특히 유희경과의 로맨스는 유명하지요. 부안(扶安)의 기생으로 개성의 황진이(黃眞伊)와 더불어 조선 名妓로 쌍벽을 이루는데, 미인박명이라던가, 37세에 요절하지요. 문집으로 '梅窓集')
傷春(봄을 타다) / 梅窓
不是傷春病(부시상춘병) 이것은 봄을 타는 병이 아니고
只因憶玉郞(지인억옥랑) 다만 임을 그리워한 탓이네
塵豈多苦累(진기다고루) 티끌 같은 세상 괴로움 거듭되니
孤鶴未歸情(고학미귀정) 이 외로운 학 죽고만 싶은 마음
2. 시름(愁)
離愁(이별의 시름) / 李玉峰*(조선, 1550년대 후반에 출생 35세 쯤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
深情容易寄(심정용이기) 깊은 속마음을 쉽게 전하려
欲說更含羞(욕설갱함수) 말로 하려니 더욱 부끄럽네요
若問香閨信(약문향규신) 만일 내 소식 묻거든
殘粧獨依樓 잔장독의루) 화장 안 지우고 홀로 누각에 기대있다 하소서
(*玉峰은 호이고 본병은 숙원(淑媛). 선조의 아버지 덕흥대원군의 후손으로 충북 옥천군수를 지낸 이봉(李逢)의 서녀입니다. 비록 첩의 딸이었지만 재주가 뛰어나 남의 첩살이를 원치 않았고 시인묵객들과 어울였다네요. 그때 조원(趙瑗)이라는 젊은 선비와 만나 사랑에 빠져 첩실로 들어가지요. 그러나 재주많은 게 오히려 화가 되어 버림을 받게 됩니다.)
春愁(봄 시름) / 錦園*(1817~?, 조선 순조대)
池邊楊柳綠垂垂(지변양류록수수) 못가의 버들은 녹색으로 드리우고
蠟曙春愁若自知(납서춘수약자지) 밀초도 새벽 봄시름을 절로 아는듯
上有黃隱啼未己(상유황은제미기) 나무 위 꾀꼬리 울음 그치지 않는 것은
不堪趣紂送人時(불감취주송인시) 임을 보내는 슬픔 이기지 못함입니다
(*錦園은 그녀의 호로 때로는 남장을 하고 금강산 등 관동지방과 의주 등 관서지방 그리고 한양 일대를 유람하면서 시를 썼다고 합니다. 여성의 신분이 신장하기 시작하던 당시, 여류시인의 모임인 삼호정(三湖亭)시단을 결성하여 활동하였다고 하네요.)
3. 원망(怨)
閨怨(신부의 원망) / 王昌齡*(698~765, 盛唐) ☞ 閨는 여자들이 거처하는 안방을 지칭
閨中少婦不知愁(규중소부불지수) 규방의 어린 색시 시름을 모르고서,
春日凝粧上翠樓(춘일응장상취루) 봄날 곱게 화장을 하고 푸른 칠을 한 누각으로 올랐네
忽見陌頭楊柳色(홀견맥두양류색) 문득 길가의 버드나무 파랗게 잎 피어났음을 보더니만,
悔敎夫壻覓封侯(회교부서멱봉후) 높은 벼슬 구하라고 남편을 멀리 보낸 걸 못내 후회하는구나
(*왕창령은 이백과 동시대의 무인 겸 시인으로 변새시(邊塞詩)를 많이 지은 이로 알려져 있는데, 위의 시는 남편을 출세시키기 위해 변방으로 보낸 어린 신부의 뒤늦은 회한을 남자인 작가가 대신 읊은 것)
閨怨(소녀의 원망) / 林悌*(1549-1587, 조선)
十五越溪女 羞人無語別(십오월계녀 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 泣向梨花月 (귀래엄중문 읍향이화월)
열다섯 살의 아리따운 아가씨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헤어졌네.
돌아와 문닫아 걸고는 배꽃 하얀 달을 보며 눈물 흘리네.
(*조선조 손꼽히는 바람둥이 임제는 여인의 마음을 잘 아는 詩客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 역시 마치 여인이 직접 쓴듯하지요.)
閨怨(아내의 원망) / 許蘭雪軒*(1563~1589, 조선)
月樓秋盡玉屛空(월루추진옥병공) 달뜨는 누각에 가을 다 가는데 옥병풍은 비어 있고
霜打廬洲下暮鴻(상타여주하모홍) 서리 친 갈대밭에는 저녁 기러기가 내려앉네요.
瑤琴一彈人不見(요금일탄인부견) 거문고 타고 있어도 임은 보이지 않고
藕花零落野塘中(우화영락야당중) 연꽃은 연못 속으로 시들어 떨어지는구나.
(*허난설허은 허균의 친누나로 三唐시인 중 최고라는 이달에게서 시를 배움. 못난 남편과 시어미 구박에다 아들 딸 두 자식마저 먼저 보내고 시름속에 28살의 꽃다운 나이에 요절하지요. 美人薄命-_-;;)
閨怨(아내의 원망) / 曺臣俊*(1573~?, 조선)
金風凋碧葉 玉淚銷紅頰(금풍조벽엽 옥루소홍협)
瘦削只緣君 君歸應棄妾(수삭지연군 군귀응기첩)
가을바람에 푸르던 잎은 시들고, 옥 같은 눈물 붉은 뺨을 지우네.
여윈 것이 그대 때문이련만, 임 돌아와 보고는 산다 안 산다 하시려나
(*조신준은 선조대의 문인. 위 시는 여인의 심정을 잘 대변한 작품임.)
閨怨(一)(여자의 원망) / 梅窓(1573~1610, 조선)
離懷悄悄掩中門(이회초초엄중문) 이별의 아픔 품고 소리없이 문을 닫아 거니
羅袖無香滴淚痕(나수무향적루흔) 비단 소매엔 임의 향기는 없고 떨어진 눈물자욱만
獨處深閨人寂寂(독처심규인적적) 홀로 지내는 깊은 규방 사람없어 적적한데
一庭微雨鎖黃昏(일정미우쇄황혼) 뜨락에 가랑비 저녁놀까지 막는구나
閨怨(二)(여자의 원망) / 梅窓(1573~1610, 조선)
相思都在不言裏(상사도재불언리) 서울 계신 그리운 임께 심중을 말도 못하고
一夜心懷鬢半絲(일야심회빈반사) 하룻밤 시름으로 머리는 반백이 되었네
欲知是妾相思苦(욕지시첩상사고) 얼마나 그림움에 괴로운지 알고 싶으면
須試金環減舊圍(수시금환감구위) 모름지기 금가락지 헐거워진 손가락 보소
昭君怨(왕소군의 원망) / 東方虯(동방규*, 5세기 初唐)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엔 꽃과 풀이 없어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절로 윗옷과 띠가 느슨해진 것이지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이것이 몸매를 위한 것은 아니라오
(*唐나라 측천무후(則天武后) 시대 동방규(東方虯)란 무명의 시인이 漢나라의 미인 왕소군을 두고 읊은 소군원삼수(昭君首) 가운데 세 번째 연에 나옵니다. 오랑캐 땅으로 끌려간 절세미인 왕소군이 향수병으로 여위어가는 가련한 모습을 그린 시로, 왕소군은 날으는 기러기 조차 그 미모에 취해 떨러졌다 하여 落雁이라는 별명이 있지요. '春來不似春'이란 명구는 이름도 없는 동방규라는 이의 시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