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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 간 문 학 이 야 기 원문보기 글쓴이: 마운틴
6. 다시 춤출 수 있는 여유
1965년 8월의 그 화요일 저녁, 로버트 킨케이드는 프란체스카 존슨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녀도 그를 마주 쳐다보았다. 3미터쯤 떨어진 거리에서, 그들은 서로 얽혀들었다. 굳건하게, 친밀하게, 그리고 뭐라 설명할 수 없게.
전화벨이 울렸다. 프란체스카는 여전히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는 첫번째 벨소리에도 두 번째 벨소리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두 번째 벨이 울리고 오랜 침묵 후, 세 번째 벨이 울리기 전, 킨케이드는 숨을 깊게 내쉬면서 카메라 가방을 내려다보았다. 그래서 그녀는 부엌을 갈로질러 그의 의자 바로 뒤의 벽에 걸린 전화 쪽으로 갈수 있었다.
"존슨네 집입니다…… 안녕, 마지. 응, 좋아요. 목요일 밤?"
그녀는 셈을 해보았다. 그는 이곳에 일주일 동안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가 온 것은 어제였고 오늘은 겨우 화요일이었다. 거짓말을 하기로 결정하는 것은 쉬웠다.
그녀는 현관으로 통하는 문 옆에 서서 왼손에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킨케이드는 손이 뻗으면 닿을 곳에,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어깨 위에 내려놓았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들에게 흔연스럽게 하는 것처럼, 겨우 24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녀는 로버트 킨케이드를 좋아하게 된것이다.
"어머, 마지, 그때는 일이 있는데. 디모인으로 쇼핑을 갈 예정이에요. 혼자 있으니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좋은 기회잖아요. 알다시피, 리처드와 아이들이 집에 없잖아."
그녀의 손이 조용히 그에게 얹어졌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목덜미 근육이 어깨를 따라, 바로 칼라 부근까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단정하게 가리마를 탄 그의 숱많은 잿빛 머리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칼라위에 어떻게 찰랑거리는지 보았다. 마지가 계속 말을 늘어 놓았다.
"그래요, 리처드가 방금 전화를 했어요…… 아니, 결정은 내일, 수요일이나 되어야 내려진대요. 리처드 말로는 집에 금요일 늦게나 온다던대요. 목요일에 보고 싶은 구경거리가 있나 봐요. 운전하기에 먼 길이죠. 특히 가축 싣는 트럭을 타고 오니까…… 아뇨, 풋볼 연습은 다음 주나 되어야 시작하나 봐요. 어 어, 일주일이죠. 어쨌든 마이클은 그렇게 말하던데요."
프란체스카는 셔츠를 통해 그의 몸이 얼마나 따스한지 느낄 수 있었다. 따스함이 손에 전해지더니 곧 팔 위로 올라갔고, 거기서 몸을 통해서 어디든 퍼지고 싶은 곳으로 퍼졌다. 별다른 노력을 -- 사실, 별다른 통제도 -- 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가만히 있었다. 마지가 의혹을 느낄 수 있는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아, 그래요, 어떤 남자가 길을 물었어요."
짐작한 대로, 플로이드 클라크는 어제 집으로 가는 길에 존슨네 마당에서 초록색 픽업 트럭을 보고, 집으로 가서 곧장 부인에게 말한 것이었다.
"사진 작가라구요? 맙소사, 난 모르겠는데.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든요. 그럴 수도 있겠죠."
이제, 거짓말이 더 술술 나왔다.
"로즈먼 다리를 찾고 있더군요…… 맞아요. 낡은 다리의 사진을 찍는다구요? 뭐 별로 나쁜 짓도 아니군요.…… 히피라구요?"
프란체스카는 킬킬거리면서 킨케이드의 머리가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글쎄, 히피가 어떻게 생겼는지 난 확실히 몰라서. 이 사람은 공손하던데. 1,2분 정도 머물다가 가버렸어요……. 이탈리아에 히피족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마지. 8년 전에 가보고 지금까지 못 가봤으니까. 게다가, 아까 말한 대로 나는 히피를 본다고 해도 정말 히피족인지 구별하지 못할 테니까."
마지는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 히피족의 자유 연애와 공동 생활체 이야기며 마약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마지, 당신이 전화했을 때 막 목욕탕에 들어가려던 참이었어요. 물이 식기 전에 뛰어가 보는 게 좋겠어요……. 좋아요. 곧 전화할게요. 안녕."
프란체스카는 그의 어깨에서 손을 치우기가 싫었지만, 이제는 그대로 있을 핑계거리가 없었다. 그래서 싱크대로 가서 라디오를 켰다. 컨트리 음악이 나왔다. 그녀는 큰 소리가 났다가 다시 작은 소리가 날 따가지 다이얼을 조정했다.
"'탱거린'이군요."
킨케이드가 말했다.
"네?"
"노래 말이에요. '탱거린'이라는 노래예요. 어느 아르헨티나 여자에 대한 노래죠."
다시 변죽말 울리는 이야기. 이야기를 하고, 또 이야기를 하고. 시간과 그 모든 느낌과 싸우면서도, 그는 마음 속 어디선가 아이오와의 어느 부엌에 있는 두 사람 뒤로 문이 덜컥 하고 조용히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만을 남겨놓기 위해.
프란체스카가 그를 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배고프세요? 언제든 저녁 식사를 하시도록 준비해 놓았는데요."
"아주 기분 좋고 긴 하루였어요. 식사하기 전에 맥주 한 잔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한잔 하시겠습니까?"
그는 시간을 벌면서 마음의 중심을 찾고자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중심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그러겠다고 했다. 킨케이드는 맥주 두 병을 따서 한 병은 그녀 쪽 테이블 위에 놓았다.
프란체스카는 자기 모습과 감정에 마음이 흡족했다. 여성스러움.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바로 그것이었다. 가뿐하고 따스하고 여성스러운 느낌. 그녀는 부엌 의자에 다리를 포개고 앉았다. 치맛자락이 올라가 오른쪽 무릎이 드러났다. 킨케이드는 냉장고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자신의 다리를 보고 있는 것이 좋았고, 그는 정말로 그녀의 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일찍 여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그냥 걸어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이성이 그를 질책했다. '그냥 놔둬, 킨케이드. 다시 길로 돌아가. 다리 사진을 찍고 인도로 가라구. 가는 길에 방콕에 들러서, 고대로부터 전수되어 온, 황홀경에 빠지는 비법을 가르쳐줄 수 있는 비단 장수의 딸이나 만나라구. 새벽이면 그녀와 정글의 연못에서 벌거벗고 헤엄을 치고, 황혼이 무르익을 때면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가라구. 그래서 그녀가 내지르는 비명 소리나 들으라구. 이번 일은 그냥 내버려둬.'-- 여기서 목소리는 거의 분노조였다-- '이번 일은 도가 지나치다구.'
그때, 느린 탱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어디서 연주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낡은 아코디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인지, 아니면 멀리 앞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인지 알 수 가 없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그를 향해 움직여왔다. 그 소리에 그는 이성이 흐릿해졌고, 판단력이 마비되었다. 음악 소리가 파고들자 프란체스카 존슨에게 말고는 갈 곳이 없어지게 되었다.
"원하시면 춤출 수도 있는데요. 춤추기에 아주 좋은 음악이군요."
그는 진지하고, 예의 수줍은 태도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는 재빨리 보호막을 쳤다.
"나는 별로 춤을 잘 추진 못하지만, 당신이 원하시면 부엌 안에서라도 어떻게 움직여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잭이 현관 문을 긁으며 들어오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 순간, 두 사람 다 방해꾼을 안으로 들이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프란체스카는 약간 얼굴만 붉힐 뿐이었다.
"좋아요. 하지만 저도 그렇게 잘 추는 솜씨는 아니에요……. 이제는요. 이탈리아에 살던 시절에는 춤을 췄지만, 이제는 12월 31일 밤에나 출까, 그 외에는 거의 안 추거든요."
킨케이드는 미소지으며 카운터 위에 맥주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일어섰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섰다.
"시카고 WGN에서 보내드리는 화요일 밤의 댄스 파티입니다. 전할 말씀을 들으신 후 다신 시작하겠습니다."
라디오에서 부드러운 바리톤 음성의 남자가 말했다.
그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라디오에서 광고가 흘러나왔다. 그것이 두 사람 사이에 현실감을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 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손을 뻗어,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카운터에몸을 기대고, 오른쪽 발목이 왼쪽 발목 위에 겹치도록 하고 서 있었다. 프란체스카트트 그의 옆쪽으로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서서, 식탁 근처의 창문을 내다보면서, 그의 가는 손가락이 와 닿는 감촉을 느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옥수수는 익어가고 있었다.
"아, 잠깐만요."
그녀는 마지못해 손을 빼고, 오른쪽 찬장의 아래 서랍을 열었다. 거기서 흰색 초 두 개와 작은 황동 촛대 두 개를 꺼냈다. 그날 아침, 디모인에서 그녀가 사온 물건들이었다. 그녀는 그것들을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가 다가와서, 초를 하나씩 기울여서 불을 붙였고, 그녀는 천장의 전등을 껐다. 이제 밖은 어두웠고, 작은 불꽃 두 개만 곧추서 있었다. 바람 없는 밤이라 촛불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소박한 부엌이 이렇게 좋아 보인 적이 없었다.
음악이 다시 시작되었다. 두 사람 다 운이 좋게도, '고엽'을 느리게 편곡한 곡이 나왔다.
프란체스카는 어색한 기분이었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허리에 팔을 둘렀다. 동시에 그녀가 그에게 다가서자 어색함은 사라졌다. 어떻게든 쉽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킨케이드는 팔을 더 뻗어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몸을 더 가까이 밀착시켰다.
그녀는 그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깔끔하고 따스한 비누 냄새. 조금은 원시적인 빛깔이 남아 있는, 문명화된 남자의 내음.
"향수 냄새가 좋은데요."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그의 어깨 근처 가슴 위에 놓으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그들은 천천히 춤을 췄다. 어느 방향으로도 그다지 멀리 움직이 않았다. 프란체스카는 다리에 휘감기는 그의 다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따금씩 배가 맞닿았다.
노래가 끝났지만, 그는 계속 그녀를 껴안은 채 방금 연주된 멜로디를 콧소리로 흥얼거렸다. 다음 곡이 시작될 때까지, 그들은 그대로 있었다. 킨케이드는 자연스레 그녀를 춤으로 이끌었다. 춤이 계속되는 동안 어디선가 매미가 울어댔다. 9월이 오는 것을 불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얇은 면셔츠 사이로 그의 어깨 근육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존재가 성큼 다가서는 느낌. 이렇게도 가깝게 느껴 본 사람이 그녀에게는 지금껏 없었다. 그가 약간 몸을 숙여 뺨을 그녀의 뺨에 댔다.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의 언제인가. 그는 자기가 마지막 카우보이 중의 한 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들이 뒷마당 펌프 옆 잔디에 앉아 있을 때였다. 그녀는 그런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묻지 않았다.
그는 말했었다.
"시대에 낙오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피를 몸에 지닌 사람 말이에요. 세상은 조직화 되고 있어요. 지나치게 조직화되어서 나 같은 사람은 끼여 들 여지가 없죠. 모든 것이 제 자리에 있고, 모든 것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죠. 저, 내가 갖고 있는 카메라 장비만 해도 굉장히 조직화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상의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규칙이니 법률이니, 사회 관습 같은 것 말입니다. 정부의 권위, 통치력, 장기 계획, 예산이니 하는 것들, 우리가 '동료'라고 믿는 것의 협동심. 주름진 정장과 꼬리표가 달린 세계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어요. 어떤 사람은 다가오는 세계에서도 잘 적응하겠죠. 하지만 어떤 사람은, 우리 몇몇은 그렇지 못할 겁니다. 컴퓨터와 로봇이 활개치는 세상에서 말입니다. 옛날에는 우리가 할 수 있고, 우리가 하게 되어 있는 일이 있었죠. 누구도, 어떤 기계도, 할 수 없는 일이 있었어요. 우린 빨리 뛰었고, 강인하고 재빨랐고, 공격적이고 끈질겼습니다. 예저에는 용기가 있었죠. 우린 멀리 멀리 창을 던질 수 있었고, 맨손으로 싸울 수도 있었어요.
틀림없이 컴퓨터와 로봇이 세상을 운영할 겁니다. 인간은 그런 기계를 통제하지만, 거기에는 용기나 힘 같은 것은 요구되지 않지요. 사실 인간은 이제 필요치 않아요. 필요한 것은 종족을 보존시킬 정 은행이고, 그런 세상이 지금 오고 있습니다. 여자들은 말하지요. 남자다운 남자를 이젠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구요. 그러니까 과학이 섹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고 해도 별로 잃을 게 없죠.
우린 자유를 포기하고, 점점 조직화되어 가면서 우리 감정을 하찮게 여깁니다. 효능과 효율성, 지성적인 기교 같은 것만 강조하죠. 자유를 상실하면서 카우보이가 사라졌죠. 아메리카 라이언도, 얼룩이리도 함께 사라졌죠. 이젠 방랑자들이 설 자리가 거의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마지막 카우보이 중의 한 명이죠. 내가 하는 일이 어느 정도의 자유를 줍니다. 며칠 동안 보셔서 아셨겠지만요. 내가 마지막 카우보이라는 그 사실을 슬퍼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되고 싶어하죠.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되었고, 우리가 자신을 파멸에서 구할 방법은 그것뿐이죠. 남성 호르몬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이 혹성에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는 게 내 생각이에요. 다른 부족을 지배하려는 힘을 행사한 것이 남성이었다는 건 다른 문제예요. 또 미사일을 만든 것도 다른 문제구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저지르고 있듯이, 자연을 파괴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구요. 레이첼 카슨이 옳아요. 존 뮈르와 알도 레오폴드도 옳았구요.
현대의 저주는, 장기간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곳곳에서 남성 호르몬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죠. 국가간의 전쟁이나 자연 파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서로 이간시키고,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에서 멀어지게 하는 그런 공격력이 존재한다는 게 문제이죠. 우리는 그런 남성 호르몬을 어떻게든 순화시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남성을 제어해야 합니다.
유치한 일은 집어치우고 성숙해져야 할 때가 되었어요. 쳇, 난 그런 것을 깨닫습니다. 인정하구요. 내가 완전히 시대에 뒤처져서 심각한 피해를 당하기 전에 좋은 사진을 만들고 싶다는 게 저의 소박한 바람입니다."
오랜 세월, 그녀는 그가 말한 것을 생각하며 살았다. 어쩌면 표면적으로는 맞는 말인 듯했다. 그러나 그의 여러 면이, 그가 한 말과 달랐다. 그는 대단히 공격적인 면을 지니고 있었지만 자제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원하면 그런 감정의 방향을 돌릴 수도 있는 듯했다. 그런 점이 그녀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글어당겼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인함. 하지만 자제할 수 있고, 따스함과 존귀함이 뒤섞인, 화살같은 강인함.
그 화요일 밤, 의도 같은 것은 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부엌에서 춤을 추며 점점 가까워졌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가슴에 달라붙어 춤을 추면서, 원피스와 셔츠 사이로 그가 그녀의 가슴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아마도 그러리라는 확신의 느낌이 왔다.
그는 굉장히 느낌이 좋은 사람이었다. 프란체스카는 이런 기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옛 노래가 더 나오고, 춤을 더 추고, 그의 몸이 그녀의 몸에 더 밀착되기를 바랐다. 그녀는 다시 여자가 되었다. 다시 춤출 여유가 생긴 것이다. 느릿느릿, 끈기있게,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고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더웠다. 습도가 올라갔고, 멀리 남서쪽 하늘에서는 천둥이 쳤다. 나방은 방충문에 달라붙어서 촛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킨케이드는 이제 그녀 안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도 그의 안으로 떨어졌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뺨에서 뺨을 떼고, 검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고, 그녀도 마주 입맞춤했다. 부드럽고 오랜 키스가 강이 되어 흘러들었다.
그들은 춤을 핑계로 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프란체스카는 팔을 그의 목에 둘렀다. 그는 왼손으로는 그녀의 허리를 안고, 오른손으로는 그녀의 목덜미와 볼, 머리칼을 쓸어내렸다. 토마스 울프틑 옛 열정에 사로잡힌 유령 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그 유령이 프란체스카 존슨의 안을 뒤흔들었다. 두 사람 다 마찬가지였다.
예순일곱 살 되는 생일, 프란체스카는 창가에 앉아서 빗줄기를 바라보며 추억에 잠겼다. 그녀는 브랜디를 부엌으로 가지고 와서, 두 사람이 서 있던 바로 그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마음 속의 감정이 넘쳐 흘렀다. 언제나 그랬다. 얼마나 강한 감정인지, 오랜 세월이 지났건만 감히 이렇게 자세히 추억하는 것은, 겨우 일 년에 한 번뿐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짓눌리고 짓눌린 나머지 프란체스카라는 존재 자체가 산산이 부서져 버렸으리라.
추억을 절제하는 것,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지난 몇 년 동안은 추억의 조각들이 세세한 곳에 이르기까지 자주 밀려들긴 했지만, 이제 그녀는 문을 열었다. 그녀의 마음속으로 그를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았던 울타리를 치워 버렸다. 이미지는 분명하고, 현실적이고, 늘 현재 같았다.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인데도. 22년이나 거슬러 올라가는 일인에도. 추억 속의 이미지들은 이제 다시 그녀의 현실이 되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느끼며 살고 싶어하는 현실이었다.
프란체스카는 자신이 예순일곱 살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런 사실을 받아들였지만, 로버트 킨케이드가 일흔네 살이라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생각할 수도, 상상할 수도, 상상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는 여기 바로 이 부엌에, 흰 셔츠를 입고 긴 잿빛 머리를 늘어뜨리고, 카키색 바지와 갈색 샌들 차림으로 은팔지와 언목걸이를 목에 걸고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는 그녀를 껴안고 여기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마침내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들이 서있던 부엌의 그 자리에서 벗어나 그의 손을 잡고 위층 쪽으로 이끌었다. 계단을 올라가 캐롤린의 방을 지나고 마이클의 방을 지나 그녀의 침실로 들어가서, 침대 옆의 작은 독서등을 켰다.
이제, 그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프란체스카는 브랜디를 들고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오른손으로 난간을 잡고 오르자니, 그와 함께 계단을 올라 복도를 걸어 침실로 들어가던 추억이 되살아났다.
그녀의 마음 속에 박인 이미지가 너무나 또렷해서, 그가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 같았다. 그녀는, 두 사람이 알몸으로 침대에 들어가는 꿈 같은 장면을 떠올렸다. 그녀의 몸 위에서 그가 어떻게 껴안았는지, 그녀의 배를 지나 가슴 위로 그의 가슴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생각했다. 낡은 동물 도감에서 구애 의식을 벌이는 동물처럼, 그가 이 동작을 어떻게 반복했는지. 킨케이드는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날렵한 표범이 초원 지대의 길게 자란 풀 위에서 그녀의 몸을 핥는 것 같았다.
그는 동물이었다. 우아하고, 강한 수컷이었다. 겉으로는 그녀를 지배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완전히, 그 순간 그녀가 그랬으면 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지배했다.
그러나, 그가 지치지도 않고 오랫동안 사랑의 행위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사실이긴 해도, 그것은 육체적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를 사랑하는 것은 영혼의 차원에 속하는 문제였다. 20년도 넘게 그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다보니, 그녀에게는 사랑이란 말이 진부하게 들리긴 했지만.
사랑의 행위 중간에 프란체스카는 그에게 속삭였다.
"로버트, 당신은 너무 강해서 겁이 나요."
그는 육체적으로 강인했지만, 그 힘을 조심스럽게 썼다. 그에게는 육체의 힘이 넘친다고 표현하기에는 웬지 부적절한,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다.
섹스는 다른 문제였다. 그녀는 그를 만난 이후, 뭔가 즐거움이, 늘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일상을 깨는 무엇인가각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프란체스카는 그의 신비스런 힘을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었다.
그는 모든 면에서 그녀를 소유한 것 같았다. 두려운 것은 바로 그런 점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로버트 킨케이드와 무슨 일을 하든, 가족과 매디슨 카운티의 생활에 얽힌 자기의 일부분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가 그것을, 모두를, 가져가 버렸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트럭에서 내려 길을 물었을 때, 그것을 알았어야했다. 그때 그녀는 그가 마법사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처음 판단이 옳았다.
그들은 한 시간 동안,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사랑을 나누곤 했다. 행위가 끝나면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면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녀에게도 한 대 내밀고, 그녀 곁에 누워서 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쓰다듬는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몸 속에 다시 들어가곤 했다. 귓가에 부드러운 말을 속삭이고, 말을 하는 사이사이 키스를 퍼부으며, 허리에 팔을 감고, 그녀를 끌어당기고, 그리고 그녀 안으로 몸을 넣곤 했다.
그러면 그녀는 숨을 몰아쉬면서, 그에게 이끌려, 그가 사는 곳으로 갔다. 그는 이상하고 유령이 나타날 것 같은 곳에, 다윈의 진화 줄기를 따라 멀리 거슬러 올라간 곳에 살고 있었다.
킨케이드의 목에 얼굴을 묻고, 그의 살에 살을 대고, 프란체스카는 강과 숲의 연기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멀고 먼 옛날, 겨울 밤의 기차역에 선 듯, 증기 기관차가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행자들이 언 강 위를 조심스레 걷는 모습과 여름의 초원을 지나 목적지를 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표범이 그녀의 몸 위를 몇 번이고 계속해서 훑고 지나갔다. 초원의 바람처럼. 그의 몸 아래에서, 그녀는 성전에 바쳐진 제물이 되었다. 이제 바람이 불어와 불길을 일굴 것이고, 그 불길은 모든 것을 망각으로 빠뜨릴 것이다. 달콤한 망각 속으로.
그녀는 숨도 쉬지 못하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오, 로버트…… 로버트…… 나는 내 자신을 잃고 있어요."
오래 전부터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 그녀는, 이제 반은 사람이고 반은 다른 생물인 이 남자에게서, 오르가슴을 느꼈다. 그녀는 그가 이상했다. 어떻게 그토록 참을 수가 있는지, 신비스러웠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는 육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마음 속으로도 그런 절정에 다다를 수가 있다고. 마음 속으로 느끼는 오르가슴은 그들 종족만의 독특한 특색이라고 했다.
프란체스카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것은, 그가 일종의 사슬을 꺼내서 두 사람을 꽁꽁 묶었다는 것, 너무나 꽁꽁 묶어서 스스로 요동치지 않았다면 숨이 막혔을 거라는 것뿐이었다.
밤이 계속되었고, 빙빙 돌아가는 춤이 멈추지 않았다. 로버트 킨케이드는 모든 것을 빙글빙글 돌아가게 하는 장본인이었다. 그는 모양과 소리와 그림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사였다. 옛날의 오솔길로 그녀를 안내하여 여름 햇살에 녹아드는 이슬을 보여주었고, 태양과 가을 잎새가 어떻게 절묘한 풍경을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속삭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치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그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릴케의 시 구절이 나왔다.
"고대의 탑 주변을…… 나는 천 년 동안 돌고 있네."
나바호 인디언의 태양 숭배에 관한 구절도 있었다. 그는 그녀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와 자홍색 바람, 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돌고래의 등에 탄 갈색 펠리컨들.
그녀가 그를 향해 몸을 활처럼 휘고 다가갔을 때였다. 소리, 작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완전히 이해하는 언어였다. 그의 몸 아래 있는 이 여자 안에서, 그가 배를 맞대고 깊이 들어가 있는 그녀 안에서, 로버트 킨케이드의 오랜 방황은 끝을 맺었다.
그리고 마참내, 그는 알았다. 지금까지 그가 걸었던 인적드문 해안의 작은 발자국들의 의미를, 한 번도 항해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배에 실린 비밀스런 화물의 의미를. 황혼녘 도시의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는 그를 커튼 뒤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눈동자들의 의미를. 그는 먼 여행을 떠났다가 이제는 집에 돌아와 난로 앞에서 불꽃을 바라보며 외로움을 녹이는 사냥꾼이었다. 마침내. 드디어. 그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이렇게 멀리까지. 그는 그녀 위에 누워서 그녀를 향한 사랑을 결정지었다. 완벽하게. 변할 수 없게. 마침내.
아침이 밝을 무렵, 그는 몸을 약간 일으키고,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프란체스카? 여행하기 위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 혹성에서 살고 있는 거요. 이제 그걸 알았소. 나는 머나먼 시간 동안, 어딘가 높고 위대한 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떨어져 왔소. 내가 이 생을 산 것보다도 훨신 더 오랜기간 동안. 그리하여 그 많은 세월을 거쳐 마참내 당신을 만나게 된 거요."
그들이 아래층에 내려왔을 때, 아직도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새벽이 밝아왔지만, 태양은 얇은 구름막에 가려 있었다.
"프란체스카, 부탁하고 싶은 게 있소."
그는 커피를 만드느라 부산을 떠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뭔데요?"
프란체스카가 그를 보았다. 오, 하나님, 저는 그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변함없이. 그를 더 많이 원하는 내 마음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젯밤에 입었던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어요. 그 샌들도 신고. 딱 그것만 걸쳐요. 오늘 아침, 당신이 어떤 모습인지 사진을 찍고 싶소. 우리 두 사람만을 위한 사진을."
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밤새 그의 품에 안겨 있느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녀는 옷을 입고 그와 함께 초원으로 나갔다. 거기서 그는 해마다 그녀가 보곤 했던 그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