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
회사 내지는 상품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용되던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사람에게도 똑같이 강조되는 ‘휴먼 브랜드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이 평소 가지던 억대 연봉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이려는 노력들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대기업 임원·은행 CEO·의사·변호사 등 일부 전문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을 빼곤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받는 만큼 돈을 받아가는 성과급 제도가 경제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 보험업·금융업·유통업·자동차업·IT업·제약업 등 다양한 업종군에 속속 출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젠 디지털사회·정보사회의 등장으로 아날로그적 사고인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좀 더 나은 연봉을 받기 위한 이직이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따라서 직장인들도 몸값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적인 전략을 적절하게 수립해야 할 ‘휴먼 브랜드 파워’ 시대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물론 업체들도 고급인재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늘어나는 억대 연봉자 수=국세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0년 귀속 종합소득세 납세인원은 348만여명. 이중 1억원대 이상의 소득자는 2.0%로 2만9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일인당 평균 소득액은 2억4577만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결국 100명 중 2명꼴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성과급 제도가 더욱 확산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고액 연봉자는 그 수가 더욱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억대 연봉자는 전체 국민소득의 33.1%를 차지하고 이들이 내는 종합소득세는 전체 세액의 무려 45.4%를 차지함으로써 국가경제에 기여도가 높아지는 등 국가경제의 새로운 소득원으로서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3억∼5억원대 이하의 고액 연봉자는 2296명(0.2%), 5억원대 이상의 고액연봉자는 1910명(0.1%)인 것으로 집계돼 ‘밀레니엄셀러(백만장자)의 꿈’에 근접한 이들도 심심치 않게 나올 전망이다.
과거에 부동산 투기 붐을 타고 속칭 ‘거부’가 태어났다면 지금은 성과급제 도입·전문직종 탄생과 IT붐을 타고 새로운 신흥 거부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비록 경기 침체로 IT분야에서 고액 연봉자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분명한 점은 억대 연봉의 다수 출현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억대 연봉인의 특징=‘억대 연봉을 받는 셀러리맨에겐 뭔가 남 다른 게 있다’. 헤드헌팅 업체인 써치스테이션은 최근 고액 연봉자 회원(30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했다고 발표, 관심을 끌었다. 우선 1억원 연봉자의 대부분이 석사·박사 이상의 고학력자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일관적인 경력이다. 즉 직업적인 경력뿐만 아니라 학사·석사·박사과정의 전공분야도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분야와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는 억대 연봉자들이 근무하는 업체들이 외국계기업에 집중돼 있고 급여형태는 성과급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억대 연봉인들의 경우 다양한 언어구사능력과 전문지식 그리고 글로벌마인드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것이 특징이란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마인드는 유연한 사고·국제적 감각·정보활용의 용이성·조직 혁신성 등을 포함한 것으로 그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전통 산업구조에선 전문성과 성실성이 억대연봉의 기준 잣대가 됐지만 21세기 사회에 들어선 전문성은 기본이면서 국제 기준에 적합한 능력과 매너를 갖춰야만 비로서 억대 연봉의 직장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헤드헌터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헤드헌터의 활동=억대 연봉 셀러리맨 뒷배경엔 헤드헌터가 항상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헤드헌터가 억대 연봉을 받는 데 만만치 않은 내조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급제도가 본격 도입되고 직장 사회에서도 종신고용의 개념이 희박해지면서 필요한 직장을 찾아주는 헤드헌터의 역할과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들의 핵심역할은 다름아닌 고객의 커리어 빌드업(career build-up)이다.
헤드헌터는 몸값을 높이는 데 필요한 다양한 경력관리 방법과 인력시장 정보들을 고객에게 제시, 고객 만족도를 높여준다. IT·금융·제약·유통 등 해당 분야의 해박한 지식과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인력시장 동향을 철저하게 파악, 고객과 회사에 모두 만족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연봉과 직급의 일자리를 국내외 업체 가리지 않고 주선해주기 위해 헤드헌터들은 소위 잘나가는 업체 임원진과 안면을 트는 데 아낌없이 투자한다.
헤드헌팅 업체 인쿠르트의 한 관계자는 “임원 명단이 적힌 수첩 하나와 명함만을 얻기 위해 수백만원씩이나 하는 사비를 호주머니에서 털어 컨설팅기관의 고위경영자과정을 이수하고 수천만원씩하는 비싼 수업료도 마다하지 않는 헤드헌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 헤드헌팅 경력 3년차인 에이치알파트너스의 오윤경 부장은 “헤드헌터 직업의 매력은 평사원부터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에는 우수한 인재를 연결해주고 개인에게는 기회의 무대를 제공하는 점에서 직업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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