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여행이었다. 속세와 멀리 떨어진 듯한 느낌의 아름다운 풍광과 11000ft그룹에 들어가지만 기술적 난이도는’제로’이고 한번 산행으로 여건이 허락하면 동생산인 Crown과 Tower도 갈 수 있다. (윌링던에서 크라운으로 가려면 약간의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한다.)
광복절 부푼 기대를 안고 70리터 배낭을 가득 채워 모스키토 크릭으로 향했다. 크릭은 물도 많고 모기도 많다.오랜만의 백패킹이라 배낭무게가 버겁지만 부푼 마음 탓에 발걸음은 가볍다. 모스키토 크릭애서 Quartzite col 방향으로 길이 갈라지기 전까지 4km는 트레일 관리가 잘 되어있다. 그다음부터는 크릭을 건너고 다시 건너고를 5-6번 반복하고 2-3km정도의 부시웩후 넓은 메도우가 펼쳐지고 기암괴석들이 자유 분방하게 흩어져있다. 뒷쪽은 돌로마이트 픽이고 앞으로 Quartzite peak와 col이 보인다. 더운 날씨에 무거운 배낭을 메고 점심은 모기들때문에 먹는둥 마는둥 간신히 콜에 오르자 광활한 롤링 메도우 뒤로 드디어 윌링던 산이 보인다. 자! 이제 가파른 콜을 내려가 강 두어개 건너서 쭈욱 걸어가면 오늘 집지을 장소에 도달하겠구나. - 아니다. nasty 하다는 Quartzite col은 소문대로 .. 올라올 땐 남면인지라 눈도 녹고 바위를 성킁성큼 올라오면 되지만 내려가는 북면은 스노우패치도 있고 더 가파르고 스크리도 talus도 만만치 않았다. 한시간이상 걸려 간신히 내려와 마지막 관문인 Siffleur 강만 건너면 되겠지 - 아니다. 강을 건너고 롤링힐을 꾸역꾸역 오르고 내리고 메도우에서 발이 푹푹 빠지고 배낭이 짓누르고 이 고개 넘으면 데본 호수가 보이겠지 - 안보인다. 후달리는 대퇴를 달래가며 여기 넘으면 보이겠지-아니다. 이렇게 실망을 5-6번 거친후에 간신히 데본 호수가 보인다. 어쨌든 오늘은 즐거운 캠핑 저녁이다. 모기들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반주 곁들여 고기 쌈싸먹고 내일 마주할 산에 설레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6시30분 기상하여 간단히 아침먹고 8시에 출발한다. west ridge 루트로, 윌링던에서 릿지로 크라운, 다시 타워로 갈 예정이다. 밑에서 봤을때 크라운가는 릿지 북면에 얼마나 눈이 있을지 가늠이 안된다. 가는 길에 산중턱에서 비비한 두명 팀도 만나 눈인사를 나누고 오른다. 여기는 기술적 어려움이나 스크램블링 재미는 일도 없다. 그저 인내심. 스크리를 오르고 오르고 summit block에 rock band 하나면 오르면 된다. 말은 쉬우나 인내하기가 버겁다. 락밴드에는 소문대로 로프가 있어 100% 믿으면 안되지만 심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정상뷰는 그야말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이제 크라운 방향으로 릿지를 위태위태 내려가니 릿지 오른쪽으로 바위가 3개 정도 있고 그뒤로 또 하나 연결된 바위가 보이고 그 뒤가 크라운이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트레일을 찾으려 우왕좌왕해보지만 바위로는 길이 보이질 않고 눈으로 갈까 의논해보지만 누구도 지난 흔적이 없고 밑으로 불안정한 신호인 크랙도 보인다. 오늘은 허락해 주지 않는구나 하고 돌아서 다시 윌링던 웨스트릿지로 내려오며 등성이로 크라운으로 갈 수 있을지 계속 궁리해보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스크리 뿐이고. 일찌감치 하산 데본 호수가 바라보이는 중턱에서 한참 경치를 즐기고 오늘 11000ft 산을 다녀왔는데 왜 이리 뿌듯함이 올라 오질 않는지, 아드레날린 부족인지 서로를 위로하고 감사하고 크릭에서 발도 씻고 텐트에 도착하여 여유를 즐기다가 소시지 구워먹고 밥먹고 쏟아지는 별도 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집에 갈길이 막막하다. 눈은 떴는데 머릿속으로만 온 길을 되짚으며 어떻게 가야하나...다리는 천근만근. 머무른 흔적을 최대한 지우고 우리도 떠나야 할 시간이다. 롤링힐을 넘고 강을 건너고 쉬엄쉬엄 콜도 넘고. 맛있는 라면에 눈사탕(snow ball)도 먹고...말할 힘도 없지만 한발한발 집으로 향한다.
이 곳은 정말 뷰가 다 했다. 오랜만의 백패킹이라 배낭도 무겁고 다리도 아팠지만 산속에 푹 들어와 언제나 느끼는 것들 - 근심이 얼마나 가벼운지,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지, 그렇기에 더 아름답게 채워가야지-이런 비움이 좋았고, 기술적 어려움은 없으나 포기하고 싶은 자신과 내면의 전쟁을 치르며 작게나마 성장하고 오늘도 허락해준 동료에게 자연에게 가족에게 감사한다.
“WE” made it!!
8월 15일
모스키토 크릭
모스키토 크릭과 Quartzite col 중간 어디쯤..
부시웩 지나고 락가든.
회색반 붉은색반 희안한 돌입니다.
콜을 오릅니다. 오른쪽 뒤가 돌로마이트
콜에 오르니 윌링던 삼형제와 클리어워터산이 한눈에 보입니다.
서쪽
내려와서 올려다본 nasty col
집도 지었고 밥먹읍시다.
캠핑의 꽃 - 불놀이
8월 16일
윌링던 오르면서 바라본 풍경.
오른쪽 위에 정상이 보입니다. 왼쪽 릿지로 오릅니다.
경치가 좋습니다.
다리에 쥐나요!
스크리
돌아가는 길 두고 벽만 보면 오르는 그 분.
우리는 사이 좋게 돌아돌아
넘어진거 아님 주의! 뒤에 클라임다운 하시는 분도 함께
핵터 빅토리아 템플 멀리 아시니보인 ...뷰가
와우!
와우와우!
크라운 가는 길 눈에 크랙.
하산길 비치 모래 사장 같은 곳이 있어 사과먹으며 쉬어가는 중.
이 경치를 놓치기 싫어 하염없이 앉아 있었네요.
음식보관. 상하는 음식은 차가운 물속에 꼭꼭 숨겨 놓고 나머지는 저기 메달아 놓고.
소시지
8월 17일
집으로
Quartzite col. 경사는 사진으로 보이는 것 보다 심하니 주의하세요.
넘어 왔네요. 이제 편한길 걸으소서.
눈이 맛있다고 계속 왕복하고 계세요, 손에 제것도 한주먹.
진라면은 진리.(뒷광고아님)
첫댓글 말 그대로 학수고대했던 원시자연으로의 여행이었다.
몇번의 크릭을 건너고, 힘겹게 스크리와 바윗길을 올라 quartzite col 에 올라섰을때 펼쳐진 대자연의 웅장함에 한동안 무념하게
서 있었던 나 자신을 보았고, Willingdon 정상에 오른후 아쉬움에 몇번이나 crown쪽을 바라보며 내려오면서도 미약한 나에게 이만큼이라도 받아준 자연앞에 감사함도 느꼈습니다.
Willingdon만 오르는 바람에 야영지까지의 왕복 35키로의 어프로치(?)가 등반보다 훨 힘들게 느껴졌던 산행이었고, 많은이의 발길이 닿지 않는곳이라 그런지 그 어디보다 깊은 자연속에 들어온듯한 고적함이 들었습니다.
릿지길에서 마주쳤던 전혀 새로운(대리석인듯한) 바위의 질감도 좋았고, 록키산에서는 생경한 차가우면서 하얀 고운모래의 촉감도 잊지 못할거 같네요. 야영지 바로옆에서 모닥불 피우며(open fire 가능) 즐기는 원시속의 만찬,칠흑의 밤하늘을 정말이지 가득 메운 별들과 갑자기 떨어지던 유성을 보는 운은 덤이었고요.
늦더위 때문인지 예상과 달리 많은 모기와의 싸움만이 유일한 흠이기도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찾을거라는 마음속의 다짐을하고 떠나온 그지없이 멋진곳이었네요.
동행했던 두분 모두 진통제로 아픈허리, 두통 참아가며 오르느라 고생 많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