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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월) 아침은 몹시도 추웠다. 배낭을 점검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논산 시외버스 터미널에 나갔다. 다른 두 선생님과 함께 공주행 직행버스로 12시 공항버스 시간에 맞추어 가려니 시간이 모자라 운전기사에게 부탁하여 시내 진입 1km전에 있는 주유소에서 내려 택시로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가니 11:55분, 12시 10분에 공항버스를 타고 천안을 거쳐 경부 고속국도를 타고 서울의 강변도로를 따라 김포 제2국제선 청사에 도착하니 3:30경으로 4시의 약속시간보다 앞서 왔으나 이미 두 선생님은 와 계셨다.
4시경 대전 0 선생님을 만나 탐승수속을 하였다. 탐승권만 받고 배낭은 모두 기내로 가져가기로 했다.
나는 먼저 한국통신 사무실에 가서 KT카드를 재발급 받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권하여 모두 발급을 받았다.
우리는 필리핀 항공사에서 탐승권을 발급 받았는데 나는 PR469편의 30D 좌석으로 Economy석의 중앙부였다. 공항이용료로 19,000원을 지불하고 출국신고서를 작성한 후, 출입국관리국과 세관 검색대를 통과한 후 면세점에 들려 진열된 물품들을 둘러 보았다.
그러는 사이 점심을 먹지못해 너무 배가 고픔을 느꼈지만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굶고 참는 연습을 여기서부터 해야 하나보다. 시간이 되어 탐승하기 전에 가족에게 출국신고를 했다. 다행히 카드전화가 있어 몇 번이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실행 할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내의 건강이 걱정이다.
8:15 정시간보다 약30분 늦어진 9시경에 깊은 밤하늘 속으로 이륙했다.
비행기는 국제선으로는 중형으로 좀 낡은 느낌이었다. 승객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방학을 맞은 학생연수생들도 많이 있었다. 기내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꿀맞이다. 엮시 식사는 배가 고파야 맞을 더한다.
물 한컵, 와인 한잔 그리고 커피한잔을 하고 나니 마닐라 도착 안내방송이 나왔다. 서울에서 약4시간 이 채 안되어, 현지시간으로 11:58(우리시간12:58)에 도착하였다.
열대의 따뜻함을 피부로 느끼며 입국수속을 마치고 공항밖으로 나오니 낯선 땅에서 막막함 속에 지도를 보며 쿠폰택시로 공항에서 약4km거리에 있는 Pasai 지역으로 가서 여기저기를 돌며 숙소를 찾았다. 왜냐하면 내일 우리는 BLTB 직행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한 곳은 Carston Hotel로 4층건물 이었는데 건물과 시설이 노후하고 냄새가 많이 나는 곳으로 1실당 P800를 지불했다. 조그만 방에 화장실과 침대2개가 있었으나 침대 매트는 스폰지였고 화장실은 다 낡아 보기조차 흉하였다.
나는 두 선생님과 같이 사용했는데 샤워 후 너무 피곤하여 새벽2시경 잠자리에 들었다. 더위와 찜찜한 냄새가 우리를 괴롭혔다.
이국에서의 첫밤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공항 앞에서의 호객행위와 Tip을 요구하는 안내자 또는 기사들의 모습 속에 앞으로의 여정을 예기하면서 ----
1/16(화) 새벽녘에 각종차량들의 고음 속에 잠을 깨어 시계를 보니 4시경으로 사방이 어두웠으나 Balcony에 나가보니 많은 곳에 불이 켜있어 이곳도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동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들어와 다시 잠을 청했다. 잠은 오지 않고 갇 가지 상념들이 떠오르고 지워지기를 반복하며 퀴퀴한 냄새와 더위에 얼킨 내음이 6시가 되기 전에 나를 깨운다.
화장실에서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배낭정리를 끝 낸 후 동료들을 깨웠다. 사방은 환한 이른 아침으로 출근하는 사람들과 차량들로 시끌 벌쩍한 이곳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Pasai 지역으로 건물들이 낡고 지저분한 곳 같았다.
7시에 배낭을 메고 숙소를 나섰다. 오늘의 일정인 Tagaitai 를 가기 위해 BLTB Bus Terminal 까지 시내구경을 하며 걷기로 했다. 거리마다 Jeepneys 가 많았고 그가 내뿜는 매연 때문에 눈까지 매워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걸어야 했다.
우리는 Hamburger House에서 아침으로 Egg Hamburger를 먹었는데 비교적 깨끗했고 우리 나라의 Fast Food점과 비슷했다. 손님들로 보아 이곳정도는 White Color들이나 일부 대학생들이 오는 곳 같다.
식사 후 길을 물어 직행버스 정류장까지 30분 이상을 걸어서 갔다. 대부분의 거리는 신호등이 없었고 수많은 차량들이 무질서 속에 서로를 양보하며 그들대로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단지 큰 대로의 4거리에서는 교통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않아 도로변에 쌓여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보인다.
회사마다 버스 정류장이 따로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멀지 않은 주위에 모여 있었다. 우리가 찾은 BLTB 버스터미널은 우리의 고속버스격이다. 그러나 차량자체는 우리의 완행버스와 비슷한 노후 차량들이다.
어디를 가나 차량공해 때문에 숨이 차다. 건물들이 낡은 데다가 외부도장을 하지 않는 이곳 특성으로 더 지저분해 보였다. 겉모양에 신경쓰지 않는 이들 특유의 성향이 나타나 있다. 여하튼 거리마다 무질서한 차량과 경적소리, Jeepneys들의 찢어 질 듯한 고음소리와 쓰레기, 그리고 짖 굳게 따라붙는 구걸자들---, 이들이 우리를 피곤케 한다.
차에 오르니 표를 끊어주는 남자 안내원이 있었고 에어콘이 있어 시원하다. Tagaitai까지는 45km정도로 1인당 P50 씩 주고 약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마닐라 시내를 벋어 나도 오래도록 차량이 이어지는 소도시가 나타난다.
도로변은 유난히도 Jeepneys들의 정비소나 생산공장들이 이어졌다. Tagaitai 가까이 가자 넓은 평원의 야자수와 코코넛 나무 등의 열대 과일 나무 농장, 말 목장과 울창한 밀림지역 등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남국의 아름다움과 서양풍의 아름다운 집들이 자리하고 있어 마닐라 시내와 대조적이다.
Tagaitai에 도착하니 벌써 관광객 임을 알고 현지 가이드들, Bicycle-car, Taxi, Jeepneys 기사등이 모여들었다. 그들과 Taal 화산까지 다녀오는 코스로 계약을 하고 Jeepneys를 탔다.
Ninoi Statue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올라가 2km정도를 가니 평지 같았던 이곳은 산마루로 저 멀리 아래로는 아름다운 호수와 섬들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부터 산비탈을 계속 내려가며 펼쳐지는 거대한 호수와 풍경이 과연 아름다운 명승지다. 약8km정도를 내려가니 호숫가의 선착장에 다다랐다. 그곳에서 보는 Taal 화산의 모습이 호수의 풍경과 어울어져 한폭의 산수화 같다.
바람이 많이 불어 물결이 사나웠다. 그러나 이곳 배 들은 양쪽에 안전하도록 큰 통 대나무로 날개를 만들어 놓아 안정감을 주었다.
우리는 이 "Baka" Boat를 타고 선착장을 떠났다. 거센 파도가 선미에 부딫치며 일으키는 물보라가 우리를 덥쳐 왔다.
옷이 온통 물보라에 젖으며, 또 바람에 마르며 주위경관을 줄기며 12km이상이나 되는 바다 같은 호수를 건넜다. 건너오는 중에 파도가 너무 심하니 한 동료가 포기하고 돌아갈 것을 요구했으나 다른 동료들은 웃음으로 그를 달래며 온 것이다. 푸른 물결이 거센 바람을 받아 마치 인당수처럼 요동치는 것만 같았다.
Taal(탈) 화산섬에 도착하니 우리를 마중하는 것은 그곳 주민들이 조랑말을 한 마리씩 끌고 나와 산정까지 타고 가기를 끈질기게 권유하는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었으나 그들의 끈질김에 또 한번 지고 말았다.
우리일행은 말을 타고 화산을 등정했다. 나의 마부는 벙어리였고 40세가 넘어 보였다. 둘이 타고 올라 가는 데는 말이 가엷고 쓰러질 것 같았다. 가파른 곳을 갈 때는 마부는 내려서 가는데 그들도 불쌍해 보였다. 마부일 외에는 논밭을 볼 수가 없으니 이일 외에는 호수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리라.
약2km를 올라가니 가파른 산정아래 둘레가 약4km정도 되는 Taal 호수가 저 아래 신비를 드러내고 있었다. 산정에서 화산 호수까지는 전망대에서 가파른 절벽으로 바람이 세차게 불어 날아갈 것 같은 전율을 느꼈다.
나무로 만들어진 엉성한 전망대에서 탈호에서 피어나는 화산의 신비로움과 열기를 느껴본다.
멀리 호숫가에서 흰 화산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지금도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의 백두산 천지와 비숫한 모습이나 규모가 작고 화산호 가운데에 조그만 섬(화산활동이 최근에 멈춘듯)이 있는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Coco 물로 목을 적신 후 타고 왔던 말들을 다시 타고 내려왔다. 조그만 말은 내려오는 길이 더 힘들어 하는 듯 보였다. 말과 마부가 안쓰러워 보여 내려서 걷고 싶었다.
출발지점에 내려왔을 때 또 다른 한국인 여행객들이 출발하고 있었다. 그때 낯익은 여행객이 있어 다가가니 뜻밖에도 00선생이었다. 정말 멀리 타국 이곳에서 대학동료를 만나다니 반가움을 어떻게 말하랴!
그들 일행은 00고 3학년 담임들로써 휴식 차 함께 와서 여행중인데 Borakay 섬을 다녀서 여기에 왔는데 내일 출국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선착장에 나오니 우리배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시 배를 타고 파도를 헤치며 호수를 건넜다. 물이 깨끗하고 바다같이 넓은 호수였다. 물가에는 많은 배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 정경이 아름다워 우리가족과 다시 오고싶은 마음이다.
3:30에 예약했던 점심이 준비되어 나왔다. 큰 잉어 비슷한 고기를 여러 마리 익힌 것과 마른 밥이었다. 가져간 고추장으로 밥을 비벼서 소주와 함께 많이 많이 먹었다. 아침을 일찍 햄버거 하나씩 먹고 왔으니 늦은 점심에 허기 질 만하다.
식사를 마치고 Jeepneys로 다시 Tagaitai 읍내로 나오니 Manila행 버스가 있어 타니 완행버스다. 좁은 공간과 냄새 . 어디서든 손만 들으면 정차를 계속하니 속이 메스 껍고 정신이 혼미했다.
마닐라 Pasai 종점에 왔을 때는 8시가 되어서였다. 그곳에서 Jeepneys를 타고 중심가인 Ermita에서 내려 여행사를 찾았다. 다행히 Kim's Tourest House가 있어 들어가니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물도 먹고 쉬면서 예정지를 알아보고 예약하기로 했다. 먼저 내일 예정지인 Pagsanjan 봉고버스와 안내를 해결하고, 모래 출발하는 Borakay섬의 비행편을 예약했다. 또한 한국인이 경영하는 호텔을 소개받아 그곳에 머물기로 했다.
안내인을 따라 Arirang Hotel로 갔는데, 그곳은 4층으로 2년전에 이민온 한인이 경영하는 곳으로 중급정도의 호텔로 한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저녁으로 된장백반을 먹었는데 타국에서 먹으니 더 맞있고 우리맞이 최고라고 생각된다.
배정된 방에 배낭을 풀고 샤워를 하니 살 것 같았다. TV를 켜니 우리와 비슷하게 여러방송 채널이 있었다. 특히 우리의 아리랑TV가 선명히 나오고, 성인채널도 24시간 방송이 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방송을 보면서 피로를 풀다가 가져온 KT카드로 집에 전화를 하다. 몹시 궁금했던 모양으로 타국에서 통화하니 더 애틋하게 느껴온다. 이곳은 선진국과 같이 공중전화에서 언제든 국제전화를 할 수가 없고, 이용할려면 호텔이나 우체국을 찾아야 하니 쉽게 연락할 수가 없었다.
10시가 넘어 시내를 걸으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키로 했다. 큰 도로에도 가로등의 불빛이 희미해 어두웠다. 슈퍼. 환전상 과 음.주류 영업점은 새벽 4시까지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음악이 요란한 Night Club에 갔는데 4인용 테이블이 가득하고 무대가 있는 200평은 됨직한 곳인데 많은 여자들과 1인 또는 몇 명이 함께 온 손님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앙에는 밴드와 가수가 노래를 계속해 주었는데, 특히 하게도 한국인 들은 P100를 내면 노래할 수가 있다고 했다.
이날도 한 한국인이 우리노래를 여러곡 열창하며 독무대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들도 가볍게 춤도 추고 맥주도 1병씩 나누는데 많은 아가씨들이 우리를 처다보며 웃는다.
물어보니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한국인들이 팁을 잘 주기로 소문난 모양이다. 자정 가까이 그들과 English Speaking을 나누다가 돌아왔다. 마닐라에는 셋방을 얻어 낮에는 잠을 자고 밤에는 이런곳에 나와 생활하는 Callgirl들이 많다고 한다. 생활고로 쉽게 돈버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의 현실과 같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