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기 108년 3월 5일 일요일
제목 : 그이의 배려
아침 일찍 분주하게 움직였다. 종법사님과 호타원님을 뵐 생각에 마음이 매우 기뻤다.
교도님들과 리무진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간다는 것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산들바람처럼 행복이 밀려왔다. 나가 원불교 교도가 되었다는 것이 새삶 뿌듯하여 사은님께 감사하고 대종사님께 감사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도안님을 깨웠더니 내가 태워줄께 하는 것이다. 여보 나태워 줄거야 고마워 사랑해 하고 말했다. 나날이 바뀌는 도안씨를 보면서 또 감사했다. 도안씨가 준비하고 나와서 교당 앞까지 태워주었다.
오후에 도착할 무렵 그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쯤 오느냐고 묻고 몇시 도착할수 있냐고 하였다. 십여분쯤에 후에 도착할 것 같다고 해ᅟᅣᆻ더니 시간맞춰 온다고 한다. 여보 고마워요 하고 끊으려 함니 대신동 아줌마랑 같이 타고 가자면서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교도님들께 잘 가시라는 인사를 나누고 원경 언니와 나는 그이 차를 탔다. 언니를 집앞에 내려주고 집으로 향했다.
정말 그이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면서 감사한 마음이 우러난다. 나도 그이를 사랑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무의 의견
총부 성지순례를 가는 데 도안님이 교당까지 차를 태워 주셨네요. 옛날에는 자기 위주의 생각만 하고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아 자주 다투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많이 배려하네요. 도안님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은 도안님이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넓어지기도 했겠지만 신영님께서 불공을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종사님께서 인도품 25장에 저 사람의 존대를 받는 방법은 곧 내가 먼저 저 사람을 존대하며 위해 주는 것이니, 내가 그를 존대하고 위해 주면 그도 나를 존대하고 위해 주나니라.] 하셨습니다. 신영님이 도안님께 마음을 열고 잘하려고 노력을 하니 그동안의 업장이 풀리면서 선연이 맺어지게 된 것이라 여겨집니다. 우리는 영생을 살아오는 동안 이런 이치를 모르기 때문에 나의 편할 대로 말하고 행동을 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악업을 많이 심어왔습니다. 자기가 심어놓고 상대를 탓하고 원망을 합니다. 알고보면 서로 사이가 좋으려면 업장이 소멸 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동안 교당을 다니면서 마음공부를 하고 은혜를 발견하며 불공을 하였기 때문에 업장이 소멸되고 은혜만 남아 서로 감사한 관계가 된 것이라 믿어집니다.
원기 108년 2월 25일
제목: 졸업식장의 신랑 복장
원광디지털대학 졸업식을 참석하기 위해 신랑이 동행해준다.
참 든든하다.
신랑은 졸업식장 같은데는 축하객도 양복을 입어야 예의에 바르다고
양복과 넥타이를 골라 한쪽에 걸어두었다
익산까지 운전하니 편한 복장으로 가다가 익산 가서 양복으로 갈아입겠단다.
가져갈 물건들과 먹거리를 현관 입구에 두고
아침을 먹고 출발 시 챙긴 물건들을 차에 싣고 익산 원광대를 향해 출발하였다.
차가 고속도로에 들어섰는데
아뿔샤……. 생각나는 신랑 양복.
한쪽에 걸어두고 그냥 온 것이다. 챙기지 않고….
난감하네. 고속도로가 아니면 차를 돌려 집으로 가자고 말하고 싶다.
이제 너무 늦었다.
일단 운전하시는 신랑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보소 양복을 안 가져왔소.
앞만 보고 운전만 하는 서방님. 아무 말이 없다.
정말 미안했다.
오늘 스타 ㅡ 원민 오빠야를 욕되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합니다.
구두는 가져왔는데 구두라도 신으시오.
아무 말 없이 운전만 할 뿐
참…. 더 이상 표현할 말이 없다.
한참 운전만 하던 신랑 왈
오늘 날씨도 추운데 양복 갈아입고 덜덜 떠는 것보다
옷도 안 갈아입어도 되고 잠바가 따뜻하고 잘 되었다고 한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대종사님 오늘의 축하 복장은 노란 잠바로 하겠습니다.
공부인으로 많은 걸 배우며 알아가는데
상시 응용 주의 사항에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를 되새겨 보며
서방님을 바라보고 참 부끄럽고 미안하다.
12시까지 원광대회관에 도착해야 하니
새벽에 일어나 몸단장에 오갈 때 먹을 간식거리도 챙기니 짐이 많았다.
하루 출장 시엔 챙김 없는 간편한 출장인이 되고 싶다.
조금은 별난 가족들과 지금까진 집을 비울 때 서로의 배려 속에 챙기며 살아왔는데
이젠 더 간편해지고 싶다ㆍ
교무의 의견
디지털대 졸업식장에 남편이 함께 가 주셨네요.
격식을 갖추어 축하하려고 양복을 꺼내 놓았는데
준비할 게 많고 짐도 많아 양복을 못 챙기셨네요
남편께 양복을 못 가져왔다고 하였을 때
짜증을 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지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불안하기도 하였지요
그런데 의외로 남편은 오늘 날씨가 추운데
양복 입으면 추운데 잠바를 입어야겠다고 하셨네요
만일 남편이 짜증을 냈다면
축하하러 온 게 아니고 일 시키러 오신 분이 되었을 텐데
멋진 유머로 서로가 기분이 좋으셨네요.
우리의 삶은 행복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행복하게 하려다 싸우는 예가 많습니다.
너를 위한다고 하면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목적은 잊어버리고 수단만 가지고 따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당에 다니는 것도 행복을 위해서 다닙니다.
행복을 위해서 법문을 듣고 규약도 만드는데
교당에서 잘하네 못하네 하면서 다투게 되면
행복은 멀어져만 가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잘못할 때에 지적하고 탓을 하기 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면서 이해하고
내가 좀 도울 걸 하면서 미안하게 생각하면 진급할 것 같습니다.
노란 잠바를 볼 때마다 졸업식장의 유머가 생각이 나고
고마움과 감사함으로 미소지으리라 여겨집니다.
원기 108년 3월 4일
제목: 사진 속의 얼굴
증명사진이 필요하다.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하자니 사진도 USB에 저장해서 갖고 다녀야 한단다.
마음공부 지도사 민간자격증 시험에 응시하기 위하여
양식을 이메일로 받아 하나씩 작성해가니 증명사진도 첨부해야 한단다.
근래에 찍은 사진이 없어 사진관에 가야 한다.
참 번거롭다.
적당한 사진이 있는가 핸드폰 속의 앨범을 점검해봤다.
딱히 이것이라고 하는 사진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방님왈ㅡ
요즘 누가 사진관에서 사진 찍노.
핸드폰으로 찍어도 잘 나오는데.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바뀌면서
서방님 핸드폰으로 나를 잘 찍어 달라고 했다.
서방님 핸드폰에 내 얼굴을 맡기고 고정 자세로 폼을 잡았다.
번쩍번쩍... 눈 감지 말기.
가까이서 찍은 내 얼굴은 거울에서 보던 얼굴보다 영 못했다.
얼룩이 여기저기 주름이 많은 70대 얼굴이다.
내가 이렇게 늙었나
적당히 세수만 하고 마스크 쓰고 만족스럽게 살아왔는데
지금은 충격적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진관에 가서 찍으면 포삽도 해주고 좀 괜찮을까? 잠깐 고민해 본다.
그 얼굴이 얼마나 달라질까? 그냥 만족하자.
40세가 넘으면 변화된 자기 얼굴에 책임지라 하지 않았던가?
60세가 넘은 내가 자기 얼굴을 보고 실망한 것은 누구를 탓해도 안 되는 것이고.
그래도 이만한 표정의 얼굴은
원불교를 만나 원망 생활을 감사 생활로 돌리며 마음공부를 하였으니
마음공부 지도사가 될 얼굴이다.
앞으로 훈련 잘 받아 수행ㆍ정진 잘하면
내가 존경하는 교무님의 얼굴로 닮아 갈 것이다.
대종사님께서 이 공부길 열어 주심을 감사한다.
교무의 의견
마음공부 지도사를 하기 위하여 응시원서를 작성하는데, 사진이 필요하셨네요
요즘은 휴대폰이 아주 좋아서 사진이 잘 찍히지요
그리고 파일로 저장이 되어 응시원서에 바로 올릴 수도 있습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사진에 보여진 자신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일어나셨네요
마음속에는 젊은 시절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70대처럼 보여서 편치 않으셨지요
세상 사람들은 한 생만 보고 삶으로 현재의 육신이 전부인 줄 압니다.
그리하여 이 육신을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도 하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세상 사람들은 평가 기준이 드러난 모습에 있는 것 같습니다.
주름이 없는 모습, 코의 높이, 갸름한 얼굴 등을 위하여
성형수술도 하고 얼굴을 고치는 것 같습니다.
고친 얼굴도 영원하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육신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한번 두 번 지은 표정이 주름이 되고
새로운 세포가 덜 생겨나기 때문에
헌 옷 같은 얼굴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새 옷도 중요하지만 품위 있는 옷이 더 돋보이듯이
얼굴도 좋은 인상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인상은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마음을 한번 두 번 작용할 때마다 그 표정이 얼굴에 나타나고
반복된 표정은 주름이 되어 그 사람의 인상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인상은 코의 높이나 눈썹의 길이보다는
맑고 환한 그 모습일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은 자기의 책임이라 하신 것은
처음 태어날 때의 모습은 전생의 인연이지만
4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만들어진 얼굴은
자기 자신의 마음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주름 잡힌 얼굴을 보면서 편치 않으셨는데
대종사님 말씀에 의지해서 마음을 편안하게 운전하셨네요
현재의 육신이 영원한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것인데
집착할 것도 없고 괴로워할 것은 더욱 없지요
좋은 인상은 마음의 작용에 있는 것이니
편안한 마음, 모두를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면
정산종사님 같은 얼굴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