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의 회의]
주말 동안 예진이와 서현이가 부스를 어떻게 할지 의논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습니다.
예진이와 서현이 모두 부스를 합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참 기특하게도 예진이가 자기 용돈을 모아 산 타투 스티커를
서현이가 준비한 게임의 상품으로 나눠주겠다고 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예진이가 혹시 분위기에 휩쓸려서 합치겠다고 한 것은 아닐까,
서현이는 원래 준비했던 대로 부스를 진행하는데
예진이는 타투 스티커를 보상으로 나눠주게 되어
속상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의논하고 결정한 것이기에 그저 지켜보고 따랐습니다.
그렇지만 걱정이 되어 세경 선생님께 여쭤봤습니다.
선생님~~ 주말에도 아이들과 회의하셨어요??
아이들의 열의도, 선생님의 살피는 마음도 참 고맙습니다.
그 결정 과정을 다 모르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예진이가 기뻐했을 것 같아요~!
분명 혼자 하겠다던 예진이가, 왜 서현이랑 같이하겠다고 했을지, 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같이 하는 게 부담을 덜었을 수도 있고요.
내가 기획해서 준비한 스티커로, 친구에게도 나누고 도움을 준다는 게
예진이로써는 기쁘게 느낄 일일 수도 있겠어요.
서현이가 예진이에게 얼마나 고마웠을까요~~
서현이가 예진이 덕을 봤네요.
서현이의 활동에 대한 보상이 타투 스티커인 거고,
예진이는 누구에게나 타투 스티커 주는 거니까
또 예진이는 예진이 나름대로,
서현이는 서현이 나름대로 활동이 달리 진행될 것 같아요.
예진이가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거기에 친구 사이도 좋아지게 거들었으니, 잘된 일, 잘한 일 같아요.
이 과정을 선생님이 이끈 게 아니라, 아이들이 의논하여 결정한 일이니 더욱이요.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너무 잘 되었는걸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라고 답해주셨습니다.
세경 선생님의 답변을 보고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아이가 타투 스티커를 주면서 속이 상하지는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예진이가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어 친구를 도우면서
더 기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순간의 판단으로 아이들의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 의논하고 결정하도록 지켜보기만 해서 정말 다행입니다.
[무더위 대탈출 D-DAY]
드디어 무더위 대탈출 당일입니다.
원래 예진이와 서현이가 8시부터 와서 풍선을 불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예진이는 치과 진료 때문에, 서현이는 늦잠을 자서 오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른 아이들이 올 때까지 제가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위해 풍선을 불었습니다.
아이들이 오지 못해서 제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아이들의 일인데 제가 대신 다 해줘 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오늘처럼 제가 대신 다 해줘도 되는 건지,
아니면 조금 늦어지더라도 공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맞는 일이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저도 풍선 묶는 것이 미숙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정말 고맙게도 도환이와 유진 선생님이 풍선 부는 걸 도와주셔서
공원으로 떠나기 전에 풍선을 다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에 가서 예진이와 서현이와 함께 부스를 꾸미고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먼저 부스 뒤에 있는 벽에 꽝과 당첨 쪽지가 들어 있는 풍선을 붙였습니다.
예진이는 자기가 준비한 게임을 세팅하기도 전에
서현이를 도와 풍선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보물찾기를 위해 리본을 잘라 미리 준비해온 미션 카드를
나무와 덤불 곳곳에 매달고 숨겼습니다.
예진이는 부스에서 공 던져 컵 부수기 게임을 준비했습니다.
컵을 미리 쌓아놓으니 컵이 계속 바람에 무너졌습니다.
아이들이 오면 쌓자고 제안했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굉장히 많이 왔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아이가 오자
예진이는 “망했다”고 했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아이가 와서 다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의 말이었죠.
그래서 저는 예진이에게
“예진아~ 친구들이 많이 와서 우리가 준비한 게 얼른 떨어지면
우리도 다른 친구 부스 가서 놀면 되지~”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아이가 놀이터를 찾아줬지만,
대부분이 아래에 있는 물풍선과 물총 놀이로 몰렸습니다.
예진이 서현이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이 왔다며 걱정하던 예진이였지만
막상 친구들이 계속 다른 부스로 가자 조금 속상한 모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기다리자 친구들이 조금씩 서현이와 예진이가 준비한 부스를 찾아줬습니다.
타투 스티커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가 많았습니다.
타투 스티커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면 상품으로 컵 부수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저 보물찾기 할래요~
갑자기 아이들이 몰렸습니다.
원래 한 라운드에 3명의 아이만 보물찾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자 서현이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도 남은 아이들에게는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람이 갑자기 몰리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아이들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 모습이 참 기특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아이가 컵 부수기 게임도 찾아줬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참여해줬고,
예진이가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컵을 많이 쓰러뜨렸습니다.
그래서 예진이가 보상으로 준비했던 레몬 사탕이 빨리 떨어졌습니다.
예진이도 컵 부수기 게임 보상으로 타투 스티커를 주기로 했습니다.
규칙이 조금 복잡해서 아이들이 참여 안 할까 봐 걱정했던 보물찾기에도
많은 아이가 참여해주었고,
컵 부수기도 선생님들을 비롯한 많은 아이가 참여해줬습니다.
덕분에 타투는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풍선 터뜨리기 게임은 2부에 진행됐습니다.
꾸미기를 잘하는 서현이의 강점으로 풍선 안에 쓰는 쪽지를 열심히 꾸몄습니다.
풍선을 터뜨린 후에 나오는 당첨 쪽지를 보면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감탄했습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우리 서현이가 금손이에요~”
서현이를 한껏 세워줬습니다.
중간중간 서현이나 예진이도 물총 놀이나 다른 부스 놀이를 하러 자리를 비우면
제가 아이들에게 타투 스티커를 붙여주기도 하고,
또 활동이 마무리될 쯤엔 유진 선생님과 지현 선생님이
어느새 타투 스티커 붙이는 법을 익히셔서
자연스레 저 대신 타투 스티커를 붙여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저와 활동을 하는 아이들,
그리고 지현 유진 민재 선생님과 활동하는 아이들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행사를 하면서
다른 동네 아이들에게도 인사하고 이름을 묻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신났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물총’ 하나로 아이들이 너나 할 거 없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비록 저희 부스의 프로그램이 물총 놀이는 아니었지만,
무더위 대탈출이라는 행사를 구실로
동네 아이들이 어울려 놀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행사하면서 예진이와 서현이의 강점을 발견했습니다.
일대일로 아이를 만났을 때는 몰랐던 강점입니다.
서현이는 책임감이 참 강합니다.
행사를 진행하는 중에 서현이가 아팠습니다.
행사가 재미있겠다면서 잔뜩 신나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배가 아프다며 힘들어했습니다.
앉아서 쉬다가 너무 힘들면 집에 가도 된다고 서현이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힘들어하면서도 서현이는 괜찮다며 있겠다고 했습니다.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는 서현이가 안쓰러우면서도
책임감 있게 부스를 지키려는 서현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예진이는 배려심이 참 깊습니다.
서현이와 부스를 합치면서 서현이에게 자기가 준비한 스티커를 선뜻 양보했습니다.
오늘 부스를 준비할 때 서현이 게임을 세팅하는 것을 모두 도왔습니다.
내 것이 돋보이고, 내 것이 먼저 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는데,
예진이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진이를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행사 직전에 서현이와 예진이가 부스를 합치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행사를 해보면서 합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만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강점이 함께하면서 새로이 보였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강점이 빛나던 서현이와 예진이었지만,
함께 있으니 새로운 점이 또 보입니다.
첫댓글 예진이가 준비한 타투가 너무 예뻤어요~ "예진아 예쁘다~"하니 "타투 예뻐요? 선생님도 쉬는 시간에 해드릴께요."하는 거예요. 10시 20분이면 아이들에게 한창 설명하거나 가르쳐줄 때이니 저에게는 쉬는 시간에 시간을 내줄 수 있다고 하는 예진이가 반가웠어요.
무더위 대탈출 기획단 아이들이 수고하는데, 기획단 부모님들도 오셔서 도와주셨어요. 특히 예진이 아버님은 아이들이 물뿌려 만든 워터 슬라이드(미끄럼틀) 밑에서 혹시라도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한 시간 정도 계속 봐주셨어요. 혹시라도 슬라이드 밑을 지나는 아이들이 슬라이드에서 내려오는 아이들과 부딪힐까봐 살펴주시고, 안내해주셨어요. 도환이 어머님은 물풍선 계속 묶으시다가 엄지 검지 손가락에 물집이 생겨가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서연이 서준이 어머님도 물총으로 과녁 맞추는 부스를 내내 도와주셨고요. 기획단과 부모님, 그리고 활동을 잘 거들어준 민주선생님과 동료들 덕분에 무더위 대탈출 성황리에 마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