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반야심경ㅡ5
반야심경 강의를 시작했는데요. 지난 시간에는 반야심경의 첫 문장에 나오는 ‘반야바라밀다’를 설명하면서 대승불교의 육바라밀 수행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오늘은 다음 문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비추어 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반야심경의 핵심은 바로 이 문장입니다. 우리는 오온이 공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예요. 왜 깨닫지 못했을까요? 반야바라밀다 수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천적 측면에서는 육바라밀을 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사상적인 측면에서는 제법이 공한 줄을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불교대학에서 ‘일체는 오온이다’ 하는 것을 배웠잖아요. 오온이란 존재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의 쌓임,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을 말합니다. 오온개공이란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뜻이에요. 일체가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말은 일체가 공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체개공(一切皆空)’ 또는 ‘제법개공(諸法皆空)’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나’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실체가 없는 이유 세상은 ‘너’와 ‘나’를 구분하죠. 그러나 부처님은 ‘나’라고 할 수 있는 어떤 실체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한 번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감촉하고, 생각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각 작용마다 기분이 좋고 기분이 나쁜 반응이 일어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바로 인지하고 분별하는 작용도 있습니다. 이래야지 저래야지 하는 의지 작용도 있습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이러쿵저러쿵 생각하는 작용도 있습니다. 이런 작용들이 그냥 있을 뿐이지 ‘나’라고 할 실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자동차를 예로 들어볼게요. 자동차는 바퀴로 굴러가고, 소리도 나고, 불도 켤 수 있지만, 자동차라고 할 어떤 주체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을 아무리 쪼개도 물이라는 성질이 계속 남아있을까요? 옛날에는 물이라고 하는 어떤 근본 요소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최소의 알갱이가 분자인데, 과학이 발전하면서 물 분자는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수소와 산소만 각각 놓고 보면 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물이라고 할 실체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수소 2개와 산소 1개가 105도의 각도로 결합하면 물이라는 물질이 되는 거예요.
물의 작용이 있을 뿐이지 그 속에 물의 본질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옛날에는 이것을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지만, 오늘날 과학 문명의 발달로 물의 본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예요. 그런데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더 발달해서 수소에 핵 변화가 일어나면 수소가 헬륨이 되듯이 다른 원자로 바뀐다는 사실을 새로 발견합니다. 이렇게 과학이라는 학문이 발달하면서 물질의 작용은 있지만, 그것의 실체는 없다는 것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더 미시적인 세계로 들어가면 텅 비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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