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괴산고등학교 2학년 학생에게서 문의가 왔습니다. 학교에서 모의창업과정을 진행하는데 '로컬잡지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특강을 와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어요. 반가운 내용이라 당연히 가겠다고 했죠. 그리고 오늘, 모의창업 특강에 다녀왔습니다.
우선 '로컬 잡지'를 만들어보겠다고 뜻을 모은 그 마음이 고마웠어요. 디지털 정보는 그냥 '보는' 것이지만 인쇄매체는 '읽어내는' 것이기에 그 가치가 귀하며 특히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로컬 잡지라는 매체의 형태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이런 아이템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이 사전에 보내온 질문지에 하나하나 답을 해나가며 마음이 조금 벅찼습니다. 나는 괴산이라는 지역에서 왜 이렇게 힘든 잡지 만들기를 하고 있는 것일까, 자문자답했던 내용들을 우리 지역 학생들과 나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로컬잡지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떤 목표와 가치를 두고 잡지를 만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국내 첫 농촌마을 로컬잡지'라는 타이틀이 있는데 다른 로컬 잡지와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사실 국내 처음은 아닙니다...ㅎ...)
-출판을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대표님의 경험 속에서 발견한 팁들이 궁금합니다.
-잡지 출판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 또 어떻게 대처하셨는지 극복방안을 알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로컬 잡지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위해 어떤 디자인과 홍보방법을 강구하셨나요?
-로컬 잡지가 지역 내에서 갖는 가치와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로컬잡지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상품으로써 기능을 하는 동시에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재생종이나 콩기름 인쇄와 같은 친환경출판에 대해 조언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현재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 시기에 종이 잡지가 가질 수 있는 장단점이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과 종이 두 가지 방식으로 제작하는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의창업 주제로 왜 하필 '로컬 잡지'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은 괴산로컬잡지 '툭'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고 했어요. 학생들은 잡지를 꼼꼼이 돌려 읽었고, 그 소감을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알지 못했던 괴산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힐링되었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이 있었다, 괴산 사람들은 그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잡지를 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내 지역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머물러도 좋은 곳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열 한 명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약간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제가 로컬잡지를 만들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바로 여기 이 학생들이 너무나 명확하게 답변을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괴산이라는 곳이 아직도 내게는 고향같은 곳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내 삶의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을 살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하늘과 바람과 별을 되찾을 수 있었고, 내 안의 시를 만났고, 삶의 기쁨과 보람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만난 이 소중한 것들을 우리 지역 어린이 청소년들이 한껏 깨닫고 느낄 수 있었으면 했고 이런 기쁨들이 합해져 내가 사는 지역에 아름다운 이야기가 깃들 수 있으면 했습니다.
괴산로컬잡지 "툭"을 만들기 정말 잘했다!!
스스로 칭찬하며 돌아오는 제 발길이 한껏 가벼웠습니다.
**아쉽게도 친환경 출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대답해주지 못했습니다....이 부분, 다른 분들에게 취재를 해보라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하면서 조금 부끄러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