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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 감상
오늘날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 많이 줄었다.노인은 경험이 많고 지혜로워서 도서관과 같다. 존경받아야 마땅한데 세상사람들은 노인을 외면하고 재산, 권력 등 노인의 물질적인 유산에만 관심이 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에 노인이라는 작은 도서관이 있어 인류는 문화를 발전시켜왔다.이 시에서 누군가를 형제이거나 공동체의 제자들이라고 나름대로 대입하여 읽어본다. 누군가와 화자는 대립 중이다.누군가는 노인의 유산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 있고 나는 그렇게 노인을 읽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대립한다.
노인은 끝내 죽고 나는 노인의 삶을 반추한다
도서관의 도서관/ 임효빈
(앞의 도서관은 세계를, 뒤의 도서관은 개인을 의미)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거라 했다
(노인은 경험과 지혜가 많은 사람이다. 그의 생에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은 도서관이다. 노인의 죽음은 도서관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
누군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나는 열람실의 빈 책상이었다 책상은 내가 일어나주길 바랐지만
(누군가 노인을 읽을 때 나는 빈 책상이어서 노인을 이해하지 않았고 마음 속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게를 바랐다)
누군가의 뒤를 따라갔으나 나의 슬픔은 부족했고 무수한 입이었지만 말 한마디 못했고 소리 내어 나를 읽을 수도 없었다
(누군가를 따라갔으나 내가 공감능력이 부족했고 할말은 많았지만 한 마디 하지 못했고 또 내 마음을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다)
대여 목록 신청서에는 첨언이 많아 열람의 눈이 쏟아지고 도서관은 이동하기 위해 흔들렸다
(노인이라는 책을 빌리기 위한 대여목록신청서에는 첨언이 많아 즉 조건이 많아 열람의 눈(경쟁자)이 쏟아졌고 노인은 이 갈등이 보기 싫어 죽음쪽으로 흔들렸다.(더 쇠약해졌다 )
당신은 이미 검은 표지를 넘겨 놓았고
(노인은 죽음을 준비하였고)
반출은 모퉁이와 모퉁이를 닳게 하여 손이 탄 만큼 하나의 평화가 타오른다는 가설이 생겨났다
(누군가와 내가 노인을 충분히 이해하고 읽었다면 그리고 스킨쉽을 하였다면 평화가 찾아왔을 것이다)
몇 페이지씩 뜯겨나가도 도서관 첫 목록 첫 페이지엔 당신의 이름이 꽂혀 있어
(노인이라는 책은 많이 쇠약했지만 노인의 정체성은 여전하였고)
책의 완결을 위해 읽을 수 없는 곳을 읽었을 때 나는 걸어가 문을 닫는다
(이제 노인은 삶의 완결인 죽음을 맞이하였다)
도서관의 책상은 오래된 시계를 풀고 있다
(화자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 노인과의 추억을 더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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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도서관의 도서관
임효빈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거라 했다
누군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나는 열람실의 빈 책상이었다 책상은 내가 일어나주길 바랐지만
누군가의 뒤를 따라갔으나 나의 슬픔은 부족했고 무수한 입이었지만 말 한마디 못했고 소리 내어 나를 읽을 수도 없었다
대여 목록 신청서에는 첨언이 많아 열람의 눈이 쏟아지고 도서관은 이동하기 위해 흔들렸다
당신은 이미 검은 표지를 넘겨 놓았고
반출은 모퉁이와 모퉁이를 닳게 하여 손이 탄 만큼 하나의 평화가 타오른다는 가설이 생겨났다
몇 페이지씩 뜯겨나가도 도서관 첫 목록 첫 페이지엔 당신의 이름이 꽂혀 있어
책의 완결을 위해 읽을 수 없는 곳을 읽었을 때 나는 걸어가 문을 닫는다
도서관의 책상은 오래된 시계를 풀고 있다
■ 임효빈 시인
- 1966년 충남 부여 출생
◆ 심사평
- 소통 단절된 당대 문제 내밀한 정서로 예각화
... '도서관의 도서관'은 사회적 소통이 단절된 당대 문제를 내밀한 정서 의식으로 예각화하면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자유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김경복 조말선
[당선소감] 시의 속도를 따라갈 가속의 전환점 맞아
독일의 시인 라이너 쿤체의 ‘뒤처진 새’를 읽었습니다. 도나우강을 건너는 철새의 무리에서 뒤처진 새를 보며 어릴 적부터 남들과 발맞출 수 없었던 시인은, 스스로와 동일시하며 새에게 힘을 보낸다는 고백을 합니다. 저도 늘 한 템포, 아니 몇 걸음은 뒤에 있었습니다.
시는, 늦게 온 사랑이라 금방 식어버리겠거니 했으나 늦은 만큼 깊어지는 속도가 더딜 뿐 식지도 못하며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부질없이 높아만 가는 사랑의 온도였습니다. 뜨겁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죽일 놈의 사랑에서 빠져나오려 할 때 출구마저 잃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생에는 그만하려 이별을 고했지만 그조차 받아 주지 않은 나의 시.
관계가 지쳐갈 무렵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가 사랑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 저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을. 그는 늘 뜨겁게 다가왔고 진심을 고백했으며 품에 안기려했지만 저의 속도가 맞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야 가속을 내는 전환점을 잡았습니다. 측정할 수 없을 진한 온도로 직진할겁니다. 미운 사랑과 함께.
그 사랑의 행보를 몰라 헤매던 제게 분명한 좌표로 이끌어 보이게 한 이돈형 시인이 있습니다. 오래 감사할 것입니다. 함께한 김혁분 시인과 좋은 인연입니다. 규행과 은재는 거기 언제나 빛으로 있습니다. 뒤처진 새였던 제 날개를 밀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