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한국방문 할 때만 사용하는 수첩이 있다 거기엔 긴 시간 지내는 비행기안에서의 일기 낙서 등등 언제 누굴 만났었고 선물 주고받은 내역 등이 상세히 적혀있기에 지난날의 경험으로 한국서 사올 물건들을 쇼핑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걸 들여다보면서 갑자기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살고있기에 수첩이 필요 없는 그런 생활을 하는가! 미국선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고 팽개쳐진 수첩이 한국만 가면 손에 떨어져서는 안되는 아주 소중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 수첩에 적혀진 메모를 들여다보며 한국방문날의 해프닝을 되새겨 본다
록키마운틴 산악지대에(?) 사는 나로서는 바다가 그리운지라 한국행을 할때면 바닷가에 자리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경유해서 간다 그날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서울 가는 싱가폴에어라인을 타기 까진 시간이 두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으니 새로 단장한 공항내의 미술품이라든가 세계의 풍물들이 전시되어있어 구경하느라 시간은 쉬이 지났다
헌데 내가 탈 비행기의 연료탱크에 연료가 새어 4시간정도 연착이 된다는 안내방송과함께 공항내에 있는 아무식당에나 들려서 점심식사를 하시란다 여행사 직원들은 우리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계산을 하고 다녔다
식사를 마친 난 언제적부터 샌프란시스코 시내관광을 원했었기에 택시를 타고 드라이브를 할까 생각했지만 나 혼자서 게다가 거액의 택시비를...잔머리를 굴리다보니 멀리서지만 금문교도 보았고 바다를 논처럼 막아 여러 가지색으로 물들여놓은 해상 아트도 구경했는데..하며 그냥 공항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난 자유로운 여행자의 마음이 되어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비행기 타기를 기다리는데 비행기수리가 여의치않아 다음날로 미루어졌다며 호텔로 모실 테니 줄을 서라는거시엇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내린곳은 멋진 바다가 내어다보인 메리어트호텔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관광이 하고싶어 택시 승차장에서 망설였던 내가 만일 일을 저질렀으면 얼마나 후회했을꼬~~
호텔에 도착하니 숨 쉴 겨를 없이 객실을 배정해주는데 촌스런 내 생각으론 두사람 정도 함께 사용할 줄 알았었는데 넓은 방을 혼자서 쓰라했다 방이 좋던 말던 상관없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난 야자수 나무를 무척 좋아한다 겨울이 거의 없는 샌프란시스코는 야자수(종려나문가?)처럼 활개를 뻗친 나무들이 즐비했다 바닷가 옆으로 운치 있는 산책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어두워지기 전에 빨랑 그 길을 헤메고만 싶었다 꽃이 피어 잇는 가로수를 사이를 거닐며 저 멀리서 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바라보노라니 어느 외딴곳에 나혼자만 떨어져있다는 야릇한 고독감이 바닷바람에 실려왓다
한국엔 새로운 만남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번 여행은 더욱 더 마음설랬더랬는데 낯선 이방지대에서 예정치 않았던 모처럼의 하루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비행기고장이 나에겐 특별보너스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