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금메달, 염치가 없다
당신의 금메달이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시안게임 야구, 공정한 게임인가?
한국야구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물론 기뻐할 일이고 열심히 해 준 대표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건 인지상정인지 모른다. 그러나 씁쓸한 이 기분은 뭘까? 마냥 기쁘고 축하만 할 수 없게 무언가가 개운치 않다. 아마도 그건 왠지 그 금메달이 순수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반쪽짜리라는 아쉬움과 우리나라만이 갖는 병역혜택이라는 특혜 때문이다.
잔치집에 괜한 태클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당당한 스포츠정신이 기본이다. 그래서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한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스포츠도 모두 돈의 논리에 제압당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현실이기에 나름 프로선수들의 참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야구, 참 재미있고 좋은 스포츠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 대중화된 스포츠가 아니다. 아시아만 보면 프로리그가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 정도다. 대만은 완전한 프로라하기엔 부끄러운 세미프로수준이다. 이를 제외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야구는 진정한 아마추어다. 그러니 각 나라 대표라 하는 팀의 수준이 우리나라 중,고학교야구부 수준이라고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수준차이가 어마어마하니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 아닌가? 누가 우승할 것인가? 결국 일본 아니면 한국 아니면 대만이다. 아무리 못해도 동메달 확보다. 미안하지만 이게 아시안게임 야구다. 4년동안 죽어라 하고 운동해도 동메달 하나 못 따는 선수가 수두룩한데 말이다.
현실이 이러하니 아시아 최강 일본야구 국가대표가 어떠하겠는가? 우리처럼 난리법석을 떨리 없다. 조기축구대회에 국가대표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사회인야구팀 대표를 내보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이 직장이 따로 있는 아마추어선수들이다. 결국 한국팀의 상대가 될만한 팀은 대만밖에 없다. 대만은 우승한번 해볼거라고 우리처럼 미국 메이저리거 해외파까지 불러들여 대표팀을 꾸렸다. 그래도 한국보다 한수 아래임엔 틀림없지 않은가?
우리는 어떠한가? 드림팀이라고들 한다. 메이저리그 추신수를 비롯해 일본리그 김태균, 국내의 내로라하는 최고의 프로선수들로 명실상부한 최고의 국가대표를 구성한다. 또한 팀에 대한 지원도 최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객관적인 조건에 그동안 올림픽이나 WBC게임에서 보았지만 우리 한국의 야구수준이 일본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야구국가대표팀의 수준은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적어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팀을 대적할만한 팀은 있을 수 없었다. 야구는 축구와 다르다. 축구는 전력차이가 많이 나는 팀에게도 질 수 있다. 그래서 축구공은 둥글다라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야구는 좀 다른 스포츠다. 실력차가 확연하면 그 결과가 달라지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에 금메달이 확정된 유일한 경기가 아시안게임 야구일런지도 모른다. 더구나 한국팀은 병역혜택이라는 약해질래야 약해질수 없는 정신력의 기본 베이스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아시안게임에서 야구는 공정한 게임은 아니였다. 야구 룰은 같았겠지만 같은 조건에서 싸우는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스포츠가 아니었음에 그들의 금메달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박태환이나 장미란, 만삭의 스나이퍼 김윤미선수에서 느끼는 감동이 있을리 없다. 우리가 스포츠에 환호하는 것은 선수들의 열정과 찌들린 세상사와는 다른 정직함과 공정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시안게임의 야구엔 이것이 빠졌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왜 이런 아시안게임 야구를 볼 수밖에 없었을까? 그건 바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선수들의 병역혜택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의 군대문제는 선수생명을 좌지우지하고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엄청난 돈이 왔다 갔다하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운동선수가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대표적인 프로스포츠인 축구와 야구에서 병역면제를 받으려면 축구같은 경우 월드컵 4강, 올림픽4강, 아시안게임 우승이다. 쉬운일이 아니다. 아니 거의 힘든 기적같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야구는 올림픽종목도 아니니 방법이 없고 WBC도 우승한다한들 프로선수들 잔치에 병역까지 특혜주긴 좀 그렇지 않은가? 그러니 한국야구계에 아시안게임이 어떤 의미이겠는가? 이것은 단지 야구선수들의 병역혜택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로인한 파급효과는 한국 프로야구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 선수들이 4년에 한번씩 병역혜택을 받으면 각 프로야구 구단은 그 선수로 인해 돈을 더 벌것이고 야구 흥행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또한 그들 스타선수들의 일본이나 미국진출에도 최고의 골칫거리가 사라지니 장사하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이것이 우리야국국가대표가 드림팀이 될 수밖에 없고 대한민국 야구계가 일치단결해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금메달을 못 따면 이상할 정도의 수준의 팀들로 짜야진 아시안게임이니 말이다. 1994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된 후 우리나라는 이번 우승으로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편한 금메달, 염치를 갖자
사실이 이러함에도 한국야구계는 염치가 없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메달의 병역혜택은 선수들이 흘린 피땀에 대한 격려요, 국위선양의 댓가로 국민들이 용인하는 것이다. 과연 야구가 그러한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선수들의 병역혜택을 위한 수단이요, 그것으로 인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논리가 숨어 있음에 그들의 금메달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이런 불공정한 스포츠인 야구가 아시안게임에서 퇴출되지 않는다면 적어도 이제 한국야구계는 염치를 가져야 한다. 우선 선수들, 군대에 안가도 된다는것은 운동선수로서 생명과 직결되는 일이다. 또한 그로인해 자신이 벌어들일 수익 또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변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추신수가 군대에 가야된다고 하자. 연봉 500만달러를 받을 선수가 월급 8만원짜리가 되어야 한다. 군대 갔다 와서 예전 실력을 되찾을지도 의문이다. 추신수는 이번 금메달로 향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기업이 된다. 다른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수억연봉에 FA로 풀리면 일본으로 미국으로 건너가며 제2의 추신수, 제2의 김태균이 되지 않겠는가? 당신이 잘나서 금메달 따고 당신이 잘나서 떼돈을 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다지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덕분이라면 국민들앞에, 당신들 대신 열심히 군생활하는 청춘들앞에 조금은 염치를 갖자는 말이다.
염치라함은 사전에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적어도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염치가 있다면, 선수들이여 당신이 쌓을 부와 명예를 당신만을 위해 쓰지 말고 국민들에게 팬들에게 조금은 어떤 방식으로든 돌려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군복무기간만큼이라도 말이다. 그래야 약간의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털 수 있지 않을까? 야구는 돈벌이 수단이기 전에 스포츠이니까 말이다.
대한민국 야구계도 마찬가지다. KBO도 많은 스타선수들이 군대면제를 받으면 그 덕에 프로야구 흥행에 큰 도움을 줄 것이고 프로야구가 더욱 국민적 사랑을 받고 야구시장도 넓어질것 아닌가? 그 자랑스런 금메달 덕에 말이다. 염치를 갖자. 야구단 모기업들도 좋은 건 마찬가지 아닌가? 스타선수들 그대로 있으니 좋고 값올려 비싸게 팔아 먹어서 좋고, 구단 흥행에도 말할 것도 없고 돈으로 따져도 어마어마한 장사를 한 셈 아닌가? 그러니 염치를 좀 갖자는 말이다.
그러나 금메달 뒤에 그런 염치를 논하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우리 야구를 폄하하거나 금메달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아시안게임에 야구종목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논란은 뒤로 하고도 적어도 이런 민망한 금메달따기 작전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면 선수들과 우리 야구계와 스폰스기업들이 염치라도 있었으면 한다. 우리사회가 말로만 공정한 게임을 외치고 결국 누군가가 힘과 권력으로 게임의 열매를 독식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져서 인지 염치란 놈이 스포츠에서도 사라져 버린것 같아 씁쓸하다.
한국야구여, 금메달리스트들이여 염치를 좀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