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곡 처럼 펄럭대던 바람이 비를 몰아온 모양입니다.
몸살 하는 폭염을 잠시 잠재우려는 건지...
예사롭지 않은 풍력에 걱정이 앞서오지만 조용히 비가되어
시원하게 내려 놓고 물러가 주기를 빌어 보는 주말 입니다.
제 근무지는 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아카데미 하우스 끝 자락에 위치한
조용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입니다.
고심끝에 이직을 했고 예전 근무지와 다른 분위기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뚝 떨어진 입맛으로 불면의 밤을 보냈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채워져 가고 있군요?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안내 방송 하던 첫 날은 왜 그리 버벅 댔던지...ㅠ.ㅜ..;;
버벅댄 후 언뜻 튀어나온 사투리가 귀엽더라는 뒷 담화에 홍당무가 되기도 했었는데....
비오는 날은 부침개와 강냉이를 날라오고,
건강한 여름 나려면 꼭 먹어야 한다며 삼계탕 끓여 오는
소박하고 따뜻한 정이 넘치는 곳이지요....
대책없이 목소리만 커다란 민원 만나 진땀을 빼기도 하지만
나름 복잡하고 정신없이 바쁜 일정도, 정해진 날짜까지 완성하는
전산 작업도 이미 익숙한 제 일이 되어갑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땀 방울이
보이는 삶의 일선에서 많은 것을 느끼며 부족한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티타임후 직원들이 제 위치로 흩어진 후 조용히 들어선 경비원 아저씨가
살짝 건네준 까만 봉지에 국화빵 아이스크림이 수줍은듯 숨어있습니다.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한데
받은게 너무 많은데 줄게없어 항상 미안타는 말에 가슴이 찡해 옵니다.
아주 작은 마음만 담은 윌, 아이스크림, 냉커피 ....
그냥 너무 작고 초라한 내 정성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온통 잿 빛 하늘....
오늘은 작은 초소안이 찜통은 아니겠다....
국화빵 아이스 크림 4 개속에 긴 세월 가족을 위해 달려온
내 아버지, 내 남자의 한숨과 눈물이 담겨있는 것만 같아
상념에 잠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