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꿀+계피 … 은근히 끓이니 따끈한 보약
추위 이기는 겨울 건강음료
인체는 오묘하다. 추운 날에는 본능적으로 달달한 음료가 당긴다. 찬바람에 언 몸을 풀어줄 에너지가 필요해서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몸과 마음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제철 음료를 알아봤다. 따끈하고 달콤한 맛에 영양까지 더한 음료들이다.
2013년 1월 11일 금요일 week& 맛
글=이지연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 =김성룡 기자 xdagon@joongang.co.kr
새콤달콤, 끓여 먹는 와인
와인을 끓여 마시는 전통은 유럽에서 왔다. 한겨울 원기 회복이나 감기 예방을 위해 약으로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겨울철 축제나 크리스마스 파티 등에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음요다. 뜨겁게 마시는 와인을 부르는 이름은 다양하다. 독일어로는 ‘글루바인(Gluhwein)’, 프랑스어로는 ‘뱅쇼(vin chaud)’, 영어로는 ‘멀드 와인(Mulled wine)'이다. Em거운 와인은 냄비에 포도주를 붓고 레몬이나 말린 과일, 꿀과 계피 등을 취향대로 넣은 뒤 뭉근한 불에 30분 이상 끓여 만든다. 피노누아ㆍ시라ㆍ메를로 등 과일향이 풍부한 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을 주로 사용한다. 와인을 끓이면서 오렌지주스ㆍ레몬주스 등을 약간 섞어도 괜찮다.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의 뷔페 식당 카페아미가의 ’글루바인‘ 은 와인 2L, 오렌지 1개, 정향 25~30개, 통계피 70g, 꿀 100~150g을 섞어 만든다. 재료를 모두 섞어 한꺼번에 끓이면 되는데, 정향이 떠다니지 않도록 오렌지껍질에 박아넣고 오렌지를 통째로 사용하는 게 좋다. 이렇게 끓인 와인은 혈액순환을 도와 피로해소에 효과가 있다. 특히 감기에 걸려 몸이 으슬으슬 추울 때 마시기엔 안성맞춤이다. 끓이는 동안 알코올 성분이 상당 부분 날아가 술이 약한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끓인 와인과 비슷한 술이 있다. 해장술 ‘모주’다. 전주의 향토음식인 모주는 막걸리에 생강ㆍ대추ㆍ인삼 등 한약재를 넣고 24시간 끌이다가 알코올 성분이 거의 없어졌을 때 계피가루ㆍ흑설탕을 넣어 따뜻하게 마시는 술이다. 단맛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가 2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음료처럼 마실 수 있다.
우유의 무한 변신, 라떼
『유기농 카페 음료』(디자인이음)의 저자인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보은 씨는 겨울 음료로 다양한 라떼 메뉴를 제안했다.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속을 든든하게 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단호박ㆍ고구마ㆍ콩가루ㆍ미숫가루 등 고소한 재료는 물론 진피(귤껍질)ㆍ유자청ㆍ홍삼엑기스 등도 따뜻한 우유와 잘 어울린다. 라떼를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 가장 어려운 과정은 우유 데우기다. 우유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데우면 막이 형성될 뿐 아니라 비릿한 맛이 강해진다. 라떼에 적당한 우유 온도는 50~60℃ 정도인데, 우유를 냄비에 넣어 데우다가 가장자리에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올 때 불을 끄면 대략 이 온도를 맞출 수 있다. 우유대신 두유를 사용할 때도 온도 맞추는 방법은 같다.
커피전문점 등의 대표적인 겨울 메뉴로 부상한 고구마라떼는 찐 고구마보다 군고구마를 이용해 만들 때 더 맛있다. 단맛과 구수한 향이 더 강해서다. 고구마는 오븐이나 직화구이용 냄비 등을 활용해 껍질에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올 때까지 굽는다. 고구마라떼 1인분에는 중간 크기 고구마 반개 정도의 분량(100g)이 들어간다. 고구마와 우유(1인분 200mL)를 믹서에 넣어 간 뒤 소스팬에 부어 뜨겁게 데우고, 여기에 아가베 시럽이나 꿀을 첨가해 마시면 된다. 시판 고구마라떼는 대부분 라떼용 파우더나 페이스트를 스팀우유에 섞어 만든다. 집에서도 한꺼번에 고구마라떼 재료를 준비해두고 싶다면 페이스트 형태로 만드는 게 좋다.군고구마 속살에 시럽이나 꿀을 섞어 으깬 뒤 한 번 먹을 분량씩 작게 나눠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찐 단호박을 이용한 단호박라떼도 고구마라떼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단호박과 함께 옥수수 가루를 넣어주면 구수한 맛을 더할 수 있다.
한약 재료이기도 한 진피로 만든 라떼는 감기에 걸렸을 때 권할만한 음료다. 진피에 가래와 콧물 등을 삭혀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진피라떼를 만들 때는 우선 진피를 가볍게 씻은 뒤 참물에 담가 15분 정도 끓여 진핏물을 만든다. 진핏물 50mL에 유자청 2큰술을 넣어 진피유자차를 만들고, 여기에 뜨겁게 데운 우유 150mL를 넣으면 완성이다. 진피는 대형마트 유기농 코너나 약재 상가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집에서 만들 때는 귤 껍질을 굵은 소금으로 깨끗이 닦아 말려 쓴다.
부드러운 단맛, 핫초콜릿
뜨거운 초콜릿은 추위에 지친 몸을 풀어주는 데 즉효가 있다. 워낙 열량이 높은 데다 초콜릿 고유의 강장 효과 덕이다. 역사적으로 초콜릿은 원래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던 음식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에야 고형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그 이전의 초콜릿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나는 건강음료로 통했다.
뜨거운 초콜릿 음료를 뜻하는 ‘핫초콜릿’은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고급과 저급 핫초콜릿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재료가 파우더 형태인가 아닌가다. 카카오 파우더는 카카오 열매에서 카카오버터 성분을 분리하고 남은 카카오 매스를 건조ㆍ분쇄해 만든다. 카카오 버터 성분이 빠져 부드러운 맛이 없는 데다, 음료용으로 물에 잘 녹도록 가공하는 과정에서 항산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가 줄어든다. 시판하는 대부분의 핫초콜릿용 파우더는 카카오 파우더에 설탕ㆍ분유ㆍ식물성유지 등과 색소ㆍ인공향료 등 화학첨가물을 섞어 만든다. 이를 물이나 우유에 섞어 만든 핫초콜릿에는 카카오 버터 성분이 아예 없어 초콜릿만의 부드러운 맛을 기대할 수 없다.
제주 초콜릿박물관 한예석 관장은 “‘초콜릿의 고향’이라 불리는 멕시코에선 아직도 카카오빈을 통째로 맷돌에 갈아 걸쭉한 반죽으로 만든 뒤 이를 우유에 녹여 만드는 전통 방식의 핫초콜릿을 마신다”면서 “이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보면 카카오 함량이 높은 고형 초콜릿을 뜨거운 우유에 녹여 만들어야 진짜 핫초콜릿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초콜릿박물관에서 운영하는 초콜릿 전문점 샤또 쇼콜라에서는 카카오 함량 65%(카카오 매스 53%, 카카옹 버터 12%)인 다크초콜릿을 녹여 핫초콜릿을 만든다.
핫초콜릿을 만들 때는 우유에 잘게 다진 다크초콜릿을 넣은 뒤 중불에 올려 거품기로 저으면서 70~80℃까지 데우면 된다. 여기에 계피가루를 약간 뿌려 만드는 게 가장 일반적인 핫초콜릿이지만, 술이나 커피 등을 넣어 마시기도 한다. 특히 매운 칠리 가루를 넣어 마시는 멕시코식 핫초콜릿은 몸을 뜨겁게 만들어줘 감기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소주에 고춧가루’식 감기 처방과 비슷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