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요상한 우편물이 도착하였다.
서해안고속도로 갓길운행위반 신고.
어이없는 일,
곰곰 생각, 뭐가 뭔지...
나는
고속도로 갓길 운행은 안 한다.
절대 안 한다.
아무리 차 밀려도
버스전용차선제는
우리나라가 아주 잘 한 일이라며 칭찬하였다.
가다 갓길 질주하는 얌체족 있으면 비난하였다.
우리 아이 둘 키우며,
오줌마렵다고 하면
갓길 차 세워 볼일을 보게 한 적은 몇 차례 있다.
이 날도
지아 녀석이 오줌 마렵다 야단이 났다.
밀리고 밀린 상행선,
한잠 자고 일어나 깬 녀석이다.
휴게실까지는 참을 수 있느냐며,
밀려서 어떡하냐며,
아일 달랬다.
무슨 속셈인지
저는 참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얼마나 밀리는지
도통 짐작이 안 되었다.
점점 애가 야단이다.
참다참다
얼마나 참기 어려웠을까.
안 되겠어서
갓길로 들어섰다.
4학년짜리 애는
주변을 잘 가렸다.
제 생각은 보는 사람 있어
여기는 안 된다는 주장,
앞문 뒷문 다 열고
제 어미가 나가 가린 틈에서
얼른 누라고 재촉,
이제는 안 되겠는지,
참다 참은 녀석이
바짓가랑이를 내렸다.
한참 누었다.
오줌이 한강 물처럼
많이 흘러간다고 농담 농담,
홍수 났다고 농담 농담,
평소 나는 아이들과
이런 농담을 잘 하였다.
우리 지아가 웃고
우리 식구도 웃었는데...
이 죄로
신고가 들어 왔단다.
누가 영상매체로 신고하였다고,
나는 의아하다.
그 날은 어린이날 휴일,
그 때 마침 재수 없으려고
고속도로순찰 헬기가 지나간 게 아닐까...
애 오줌 뉜 건
또렷이 생각나는데,
헬기는 지나간 건지, 아닌지는 아리송하고,
나는 그 때 속 생각에
아, 재수 없게 우리 차 찍히는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이것도 아리송하다.
왜냐면,
우리 애는 여자 애,
아무 데나 옷 벗고
용변 볼 수 없다고 떼써서
휴게소까지는 아직 멀고
그 땐,
차만 멈추어 섰을 뿐이지
사람은 아직 내리지 않은
차 속에서,
여기서 봐도 괜찮다고
타이르고 있는 중에
그만 속력 빠른 헬기가 훑고 지나갔다면...
분당경찰서 교통과 문의,
영상매체 신고 들어온 일은 처음이라고,
이런 경우는 잘 모르겠다고...
애 오줌 뉘었다고 해명하자니 곧이 듣겠나,
목격자로 나서 증명해 줄 이도 없는 노릇이고,
가만이 잘 사는 사람
건드려 애타게 만든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나는 신고한 사람을 찾을 것이다.
밀린 고속도로 운행하며
애 오줌 마렵다고 아우성일 때
저는 어떡하는지...
카페 게시글
미주알고주알~
오비이락
달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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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6.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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