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사랑 한번 실패했다고 시무룩해 있는 모습이 바보같아서였을까...
그런데 이 사람도 그런가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왜 헤어졌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도 나처럼 많이 힘들었겠지..
난 하느님이 나에게만 시련을 주셨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의 눈에서 나와 같은 깊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현아야.너... 내 애인할래?"
갑자기 경민이 현아에게 말했고
현아는 너무 놀라서 마시던 커피를 삼켜버렸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기침을 하던 현아
"헉...애..애인?"
"야...괜찮아..?"
"........."
"서로가 소중한 사람을 찾을때까지 서로 애인하는거야.
그리고 상대방이 아픈 기억을 다 잊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을 때...
그 땐 다시 친구로 돌아가는거지..."
"......"
"싫어?"
"아니..그런 건 아니구"
"그럼 이제부터 넌 내 애인이야. 너한테 정말 잘할게"
",,,응.나도"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
'그가 어떤 사랑을 했었는지,어떤 소중한 사람을 잃었는진 모른다.
하지만 난 오늘부터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주기로 했다.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어쩌면 이 사람이 내 기억속에서 민석오빠의 그림자를 지워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바램을 해보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빠가 내 아픔을 치료해 줄 수 없다 해도...
나만은..이 사람이 나처럼 더 이상 고통스럽게 살아가지 않도록 새로운 사랑을 찾아주고싶다.'
경민과 현아는 스파게티 전문점에 들어갔고 말없이 스파게티를 먹는 현아를 보며 경민은 생각했다.
'혜인이와 비슷해...하지만 혜인인 아냐...
내가 현아에게 새로운 사랑을 찾을 때까지 옆에 있어주겠다고 했지만..
더 깊은 상처만 안겨주는건 아닐까
혜인일 잊기 위해 현아를 그저 방패막이로 삼으려고 하는건 아닐까...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하지만...내 옆에 현아를 두고 싶어.난 너무 지쳤어...제발 날 도와줘...'
"..왜 안먹어?"
"응? 먹을꺼야^^ 현아 너두 많이 먹어. 이거 먹구 우리 영화보러 갈래?"
"응..."
"나 너한테 정말 잘할게. 니가 행복해 질 때까지"
"고마워..."
그날 저녁
"여기가 우리 집이야.오늘 즐거웠어."
"그래~잘 들어가. 내일 연락할게..."
"응...먼저 가"
"그럼 내일 보자"
웃으며 돌아서는 경민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현아는 경민을 바라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
'미안해...'
딩동 딩동~
아침부터 시끄럽게 초인종이 울려댔다.
"누구세요"
"서현아씨?"
"그런데요..."
"애인 되시는 분한테 배달왔는데요."
"애인이요? 전 애인 없는데...혹시....잠시만요."
달칵~
"어머..."
현아의 눈 앞에 커다란 토토로 인형과 하얀 카라꽃다발이 들어왔다.
"짠~이쁘지?"
"오빠? 뭐야~"
"너 주려구~"
"나 주려고 이렇게 아침부터 달려온거야? ...고마워...
그런데 우리 너무 진도 빠른거 아냐..."
"그게 우리가 할 일이잖아~나가자"
"어?...잠깐 기다려...옷좀 갈아입구"
옷을 입으며 현아는 생각했다.
'우리가 해야할일...그래...우린 진짜 애인이 아냐...이건 다 거짓이라구..
서현아. 넌 네 할 일만 잘하면 되는거야...그래..'
현아는 자신에게 신경써주는 경민이 고맙기도 하고 진짜 애인은 아니지만
계약이 끝날때까지 완벽한 경민의 애인 역할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경민이 사주었던 옷을 입고 외출준비를 했다.
"우리 현아 이쁘네....가자."
"응...그런데 어디 가는데?"
"나만 따라와~"
현아와 경민은 웃으며 문을 나섰고 밖엔 멋진 사브 한 대가 서있었다.
"오빠차야?"
"어"
"오빠 부잔가봐.이런 비싼 외제차 가지고 다니는거 보면"
"어? 아냐. 내가 차를 좋아해서 돈 모아서 산거야..암튼 타"
"응.우리 어디가?"
"좋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