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6(토) 10:35
말만 들어도 가슴 뛰는 간월, 신불 능선의
장쾌한 억새 군무와의 만남,
그 기대감 안고 배내봉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안개가 포연처럼 점점......
어째 심상치 않습니다.
고개 마루, 하늘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11:02 배내봉^^
작년 9월 27일 15:00엔 산행 마무리 지점이었지요~~
정확히 1년만입니다.
단 하루도 틀림 없는......
1년전 그 길, 꺼꾸로 간월 신불산으로~~
안개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가슴엔 다 보입니다.
저 길 가다 보면 깍아지른 듯 낭떠러지,
그 건너 산엔 단풍이 막 시작되려 했었지요~~
작년엔.....
단풍 들면 다시 오리라 했는데 1년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왔답니다.
무슨 할일이 그리 많다고....
다시 그 길에 들꽃도 피고
성급한 나뭇잎은 길에 내려 앉아 뒹굴고 있습니다.
능선 따라 안개는 먼저 간월산 오르고......
작년 그 소나무는 그대로 이고요~~
12:00, 간월산^^
먼저 오신 안개님,
이제 좀 비켜 주면 안되남요?
안개님은 도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어디서 친구들까지 떼거리로 몰려옵니다.
안개님, 미워~~
전망대,
간월재가 보일만도 한데 '오리무중'입니다.
굵은 빗방울까지...
구절초인가요?
안개 자욱하면 눈 감고,
내리는 비는 그냥 맞으라 하네요
그게 다 세상사라고....
예, 구절초님 그렇게 할께요~~
억새도 비를 맞고 있습니다.
갈바람도....
12:25에 간월재~~
안개속에 장이 섰습니다.
간월재 데크엔 점심이,
일행을 위한 기다림이 있습니다.
그 가까이엔 억새도.....
간월 장터의 사람 냄새,
아쉬움 뒤로 하고 신불산으로 향합니다.
희뿌연 안개 속으로....
계속되는 오름길에 등이 축축해옵니다.
힘들지만 한걸음 한걸음,
정상에 조금씩 가까워짐에 희열이 있습니다.
"아이스 케키~~"
"애들아, 혹시 쉬지는 않았는지 살펴 먹어라!"
^)^
저기 아름다운 동행, 부러울 게 없겠지요~~
함께니까...
신불산 정상 조금 못가 전망대에서 선두대장님 일행을 만납니다.
'쉬엄 쉬엄'
화살표 표지까지 깔아 놓고서 점심을......
함께 하는 점심,
꿀맛이 따로 업죠 잉~~
13:30, 신불산^^
넘치는 산님들로 정상석 독차지 하는데 20분 걸렸음다~~
"오메, 귀한 거!"
어, 여기도 아이스케끼?
무심한 산님들...
"그래, 사람이 모인다고 다 목은 아닌 거여~~"
신불공룡 길목엔 우람한 정상석,
이 빗돌을 쓰다듬고 가면 새천년 꿈과 희망이 이루어 진다고...
13:42, 신불재가 발 아래.....
좌로 가면 가천리, 우로 가면 휴양림~~
안개가 갑자기 걷히고 있습니다.
걷히는가 싶더니 또 몰려오고....
그러면서 한쪽으로는 햇살이 비치고..
참 알 수 없는 안개입니다.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을 안개속이라들 하지요
신불산 안개 또한 알 수 없답니다.
하기사 자신의 마음도 갈피 못잡을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안개 탓 할것도 없지요~~
다시 어디론가 몰려갔습니다.
변화무쌍한 파노라마가 언제 또...
억세도 잠시 한숨을 몰아쉽니다.
"휴~~"
13:53 영축산으로 향하는 능선,
저 만치에서 다시 쑈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능선을 통째로 삼켰다가는 금새 내 뱉고.....
안개는 쑈쟁이~~
막간에 억새가 폼을 잡습니다.
구불렁 용틀임 능선과의 멋드러진 어울림,
그야말로 죽여줍니다.
그 길에 고운 산님들이 있습니다.
작년 이때
이 길에서 함께했던,
신불 억새를 무지 좋아한다던,
바로 그 산님일까?
아리랑인지 쓰리랑인지
잠시 뒤돌아 보니 피가 꺼꾸로 솟구칩니다.
마음은 작년 이맘때 그 산님따라
영축산으로 영축산으로~~
가까이 가면 숨긴 마음 들킨 듯 부끄럽고
멀어지면 또 아쉽고....
안개는 잦아 평온하기만 한데 이내 마음은 도통 오리무중.....
^)^
이리 가슴 뛰는 길이 될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저 영축산으로 향하는 능선일 뿐인데....
길섶 들꽃
"갈바람님아, 그대는 아직 청춘이구려~~"
빙긋 웃어 줍니다.
^)^
저기 영축산이 보입니다.
아까 그 고운 산님은?
영축산 넘어 멀어져 갔다 생각하니
봇물처럼 터지는 아쉬움.....
14:20, 단조산성^^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서 축성했다는 단조산성,
이제 몇 돌무더기들만 남아 아픈 역사 들려 주려는 듯......
그 너머로 억새가 역광받아 빛나고 있습니다.
좌청수골 가는 길,
"오메, 단풍 들것네!"
싱싱한 나무가 햇살을 덮어 상큼한 길도
나뭇잎 뒹구는 지루한 내림길도 있습니다.
15:25, 청수좌골 날머리^^
지난 겨울, 저 물방아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물방아 도는 모습 보고 싶었느데.....
가뭄때문인지 여전히 돌지않는 물방아가 아쉽습니다.
주차장 내려와 배낭 내려놓고
왠지 텅빈 마음에 다시 걷습니다.
누군가 만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오늘 하루 쭈욱 함께 했습니다.
변화무쌍한 안개 쑈에 푸짐한 오리전골 어울림,
그래서 더 행복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2009. 9. 27
'갈바람'이었습니다.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