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꽃이 피고
우리들 고향에서도
봄 소식이 전해오던
날에
건강에 상처입고 치유 중인 후배와 함께
옛 고향을 떠올리면서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길따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십 년도 더 되는 지난 세월에
거의 매월 정기 행사처럼
이 모자란 선배에게 점심 한끼
대접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고 찾아 준 후배님을정녕 한 때도 잊지 못합니다.
소식이 뜸 해도 부담이 될까
염려되어
연락도 못하다가 갑자기 천호동에 있는 친구 약국에 들렀다가 전화를 하였더니
부인께서 받으시면서 무슨 소식을
들었는가 물으셨습니다
너무 놀라서 당장 물어 찾아간 병실에
김후배는 수술을 마치고 난 직후라서
겨우 말
몇마디 나누고, 부인과 미국에서 귀국한 딸과 잠깐 이야기 나누다 왔었네요
암 판정 받은 병은 치료 과정도 힘들다고
들었는데
수술 3개월이 지났을 때 김 후배는 조금 걸을 수 있는 힘이 생겨서
힘들지만 을지로에 나와서 전에처럼 식사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아니, 김후배! 내가 그 근처로 가서 만나는 것이 우리 서로에게 훨씬 좋을 것이요”
“아, 와 주시면 저야
좋지요~
암사역에서 만나서 조금 걷다가 해산물 식당에서 대구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니 처음으로 내가 식사
대접을 해 보는 기쁨을 가져보리라,
그러나 그 것조차도 허용되지 않았었네요
힘든 환자의 힘이 어디서 그렇게
나오는지
내 손을 잡는 힘은 나를 완강히 저지시키더군요~
대야의 들판처럼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선사
유적지와 주변 산책 길에서
이 땅의 모든 소용돌이 속에 들리는 소음들을 멀리하고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정과 사랑으로
묻어나는 마음들이 서로에게 전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세대에 함께 오고가던
2천 명의 향우님 들이
저 앞의 강나루를 흐르는 물처럼
스쳐지나가는 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가까운 이웃이며
형제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퍼즐 속의 한 면을
우리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 분
앞에 남겨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