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면 오히려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더 나는 듯하다.
경제까지 불황인 추운 연말연시를 맞아, 기업들의 큰 손길은 줄었지만 남을 도우려는 작은 손길은 예년수준을 웃돈다고 한다.
강서구 염창동 소재 '하늘바람' 골프연습장에 근무하는 박병준(해남읍 호천리 출신)세미프로는 적은 수입으로 본인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 수년째, 개인교습 수입액 10%를 쪼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단체에 성금을 기부하고 있다. 그의 기부는 1997년 성탄절 이브, 부인과 함께 나들이한 명동에서 이웃돕기 상징인 빨간 '사랑의 열매'를 옷깃에 꼽으면서이다.
그 이듬해 230만원 성금을 시작으로 2003년까지 매년 빠짐없이 모두 1500여만원을 기부했다. 물론 2004년과 2005년에는 일자리를 잃는 바람에 기부를 하지 못했다. 이때 박병준씨는 그토록 염원했던 프로시합은 꿈도 꾸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골프장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 레슨을 했다.
어렵게 생활하면서도 남모르게 선행한 사실이 알려지자 골프업계에서는 박 프로를 '골프장의 천사'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작년 10월 성실성과 근면성을 갖춘 박 프로는 지금의 골프연습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취업하자마자 1인당 10만원 하는 개인교습수강료 중 1만원을 어김없이 적립해 지난해 말 40만원으로 기부를 다시 시작했다. 실직한 후 오랜만에 시작한 일이라 기부를 한동안 망설이기도 했다. 빠듯한 생활 때문에 이 기부사실은 부인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기부를 하지 못해서인지 일도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빚지고 있지만 아직은 젊으니까 세상 헤쳐 나가는데 자신이 있다. 넉넉하지는 못하지만 지금 이순간이 마냥 행복하다."고 말한 젊은 천사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가득하다.
박 프로의 골프 계 입문은 해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한 1985년 작은형인 박병호씨로부터 골프를 배우면서이다.
박병호씨는 세계적인 프로골퍼가 된 최경주프로를 완도수산고등학교 재학시절 골프를 가르쳤던 장본인이다.
프로골퍼로 성공하기 위해 1993년 세미프로(2부 시합자격 소유자, 반 직업적인 선수)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1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전문프로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요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레슨프로의 적은 수입으로 이웃들에게 기부를 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작은 전셋집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름의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그것에서 기쁨을 얻듯 그는 나눔의 사랑에서 기쁨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