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명절은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한다. 그러나 이놈의
머슴근성이 뱃속에서 꿈틀대고 있으니 이 또한 장담키는 어려운 일.
이에 내가 나에게 특명을 내리노니 이름하야 작전명
- 명절 기간에 내몸 지키기 프로젝트
추석 이틀전-
새벽녘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다. 모처럼 늦잠을 계획하며 혼곤히 잠에
빠져있었던 나는 누군가 받아 주시겠거니 기대 하며 귀를 세웠다.
그런데, 건넌방의 시부모님은 기척이 없으시니 할 수 없이 내가
받아야겠구나, 마음을 정하려는 찰나- 어찌된 일인가.
출근 할때마다 어르고 달래야 일어나는 남편이
어인일로 벌떡 일어나 수화기를 집어드는것이었다.
"여보세요. 아, 형, 오늘 성묘 가자구요. 몇시에요- 언제 오시려구요.
이렇게 갑자기... 하여튼, 어머니 아버지께 말씀드리고 다시 전화드리죠."
딸깍- . 남편이 어머님을 찾는 소리 - 두뜌르르르-
아침 일찍 출타하신 아버님의 핸폰으로 급히 접속하는 소리-.
이윽고 - 아버님과 시아주버님이 한시간 내로 이곳으로 당도하신다는 소리-.
"당신 어여 준비해..."
"엉, 나더러 또 산소 가서 벌초하고 일 하라고..."
(아~! 시어머님도 형님 가게 일 도우시느라 못 가실텐데...
내가 혼자 따라간다면...)
이에, 뜨악해진 내 표정을 보고는 남편이 한마디 한다.
"아니 이 사람이 군기가 빠졌구만. 남편이 간다면 함께 따라나서야지.
서방님 혼자 가게 하려하다니 말이야."
내가 이번 추석에 선산에 가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지난 이월 부터 직장을 다녀서인가. 피곤이 누적되어 있기도 하려니와
나의 고질병이 도질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에 -
이 현상은 결혼 이후 지금까지이다. 난 선산에만 가면 미친듯이 일을
하게 된다. 그것이 요상하게도 풀과 나무와 흙만 보면 그것들을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 손끝이 근질 거리면서 가슴 밑바닥에
숨어 있었던 머슴근성이 발동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또 집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발생.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가 싫고 눈으로만 열심히 머릿속에
뭔가 집어 넣는일에만 열중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이련가.
필시, 이는 전생에 내가 농사꾼의 아낙이었거나 . 또는...
생각에 빠져있는 데 남편이 이런 나를 보며 뭔가 생각하는듯 하더니..
"아니야. 당신은 집에 있어 우리 남자들끼리 갖다 올께.
집에서 청소나 깔금하게 하고 있으슈."
"청소! 아녀,, 그냥 따라 가지 뭐. 가을 들꽃도 못 보았는데
글구 과수원에도 들를거 아녀.
이참에 자연도 구경 할겸. 운동삼아 따라가지뭐."
"아니야.. 내가 아버지한테 말씀 드릴테니까. 나한테 맡겨 놓으라구."
"아버지 이 사람은 집에 있으라 하구요 우리 끼리 가지요. "
그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섭섭하신듯한 아주버니와 아버님 표정이 달겨든다.
"아니 왜 그러냐. 바람도 쐴겸 함께 가면 좋을텐데."
"아,, 아니예요. 아버님 저도 갈 거예요. 어머 자기 왜그래 나도 갈건데.."
시아버님은 바람도 쐴 겸- 이라 하셨다.
허나. 내 속에 있는 근성 때문에
바람만 쐬러 가는 일이란 가당치도 않다는걸 그들은 안다.
그러나 몸사리기 작전 1호는 돌입해야지-
아버님, 갑자기 가자시니 암것도 준비 못했어요.
(아침부터 성묘하고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 것도 큰 일거리다.
고기를 재워서 상추에다 쌈장 그리고 갖은 반찬을 준비하노라면
야외에 소풍을 가는 듯 준비물이 트렁크로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내몸 지키기 프로젝트도 있고 하니 그냥 ~
대충 ~ 낸 모른다. 이집안 남정네들이 알아서 하게 내비두자.)
이에 돌아오는 아버님의 대답이 또한 나를 흡족하게 한다.
"괜찮다. 이렇게 휑하니 갈 수 있는것도 어디인데, 라면 가져가 끓여 먹음 된다."
자동차는 평택을 지나 안중시장에 들어섰다.
세 남자들은 무언가를 심각하게 의논을
하더니 근처의 농묘상에서 예초기를 빌리기로 한다.
안중 시장의 농기구 상에 들러 차를 세운 다음 예초기를 빌려 차에 실었다.
남편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라면을 먹는 것은 그렇고하니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 하고 가자고 한다.
(어라, 이리 쉬운 방법이 있었나.) 신기해 하는 것도 잠시
우리는 빠른 속도로 안중읍의 시골 순두부 청국장집으로 공간이동을 하였다.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님 그리고 건너편으로 남편과 내가 식탁에 자리를 잡았다.
"청국장 둘과 순두부 하나요." (나는 가져온 과일과 커피. 빵으로 끼니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뭐 좀 시키라는 남편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극구 사양하였다.)
"아, 이사람은 밥 생각이 없답니다."
시아버지 앞에 앉은 며느리 - 시골의 특색있는 반찬에 젓가락이 저절로 움직인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뜨거운 두부 한접시와 오뎅반찬 그리고 들깨 가루를 넣은 연한
고구마 순 볶음. 쪄서 무친 가지 나물과 콩나물 무침. 또 생으로 절인 깻잎...
정신없이 젓가락질 하는 내 사정을 알았음일까.
청국장과 순두부가 나오는데 밥이 네공기이다.
"아주머니, 어찌 밥 한공기를 더 주셨나요."
"아, 네 저희는 세분이 오시면 한공기를 더 드립니다. 맛잇게 드세요."
따스한 시골인심에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더해지니 허했던 뱃속이 든든해진다.
이것으로 명절 기간 內 - 내몸 지키기 프로잭트 1 은 가뿐하게 성공
다음 2편은 (글이 넘 길어 화~악 짤랐슴다)
장호원 복숭아 과수원에서의 이야기를 올려 보겠습니다.
첫댓글 ...안사람을 지극히 생각하시는 낭군님이십니다.. 좋겠습니다...
글쎄요,, 아직은 어리기만한 동갑네기 신랑입니다여.

삭제된 댓글 입니다.
(긴 글 알러지 있는데)넘넘 재밌게 읽어 내려갔어요. 동화책처럼../즐거운 명절이었네요~^^
전 유진님의
가집 명절 체험이 탐이 나부러요. 저희 시댁 일가는 넘 단촐해서리
다음엔 한복을 입고 시댁 
가 어르신들을 황후 마마 처럼 친견 하시라요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것은 노래 잘 하는 사람,, 다음은 시부모 잘 모시고 탈없이 잘 사는 사람이 지금은 얼마나 부러운지..!;;;; 정아님은 골고루 잘하시는 분입니다.. 순창사람들은 사람이 원래 다 좋은 사람들입니다..정동영도 순창사람이잖아요,,,
배태랑님 저의 본적은 정읍으로 되어 있답니다여. 근디 자란곳은 순창이라네요. 넘 어려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러는 배태랑님은 어디 사람인교


태랑씨도 정읍 사람인게라. 맞지라~? 홍홍~^^
마저라...ㅋㅋㅋㅋㅋ
무지 잼나요. 푸하ㅏㅏㅏㅏㅏㅏㅏㅏ 잡초 근성도 아닌 머슴 근성. 전 정말 일 못해. 잡초처럼 제대로 자라지도 못하고. 정아 님처럼 내 몸챙기기 프로젝트도 못하고. 힘 딸려 서울도 못가...........ㅠ.ㅜ/2탄이 기대되옵나이다.
몸으로도 못하고 머리로도 못하는 유진, 걍 지나갑니다.
할걸 피해가는것보다는 내몸은 좀 피곤해도 할걸하고 지나가면 속이 씨원하지요...잘했어요 정아씨! 일을 줄일것은 센스있게 과감히 확~ 줄이고...뭐든지 즐건 맘으로 해야 기분도 괜찬지요?? 그나저나 정아씨네 장맛도 참 좋겠네요..봄에 강천산 산행하고 담양으로~~순창 전통고추장 마을도 댕겨 왔는데...시중에서 파는 장맛보다는 본고장에서 산거이 훨씬 맛있더군요^^
네에,, 일을 줄이는 센스

고거슬 이제야 터득했다는

고추장은 순창 에서 가져다 먹는답니다여. 울 시어머님은 된장은 잘 담그시는디 고추장은 영

고추장에 물을 부어놓은듯 부글부글
그려서 몇번 해 보시더니 이제는 기냥 순창에서 대놓고 먹고 있습니다여.
저희 시어머님은 고추장 된장은


고거이 바로 중심에서 벗어나기 전법이지요. 즉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 고로해서 정신과 육체가 편해지는 것이 되지요. 저두 저 전법을 펼치고 있지요......^,.^
짝!짝!짝!
아

금강 도사님은 벌써 터득한 진리를 내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니

@ 도사님,, 뭐 제게 전수해 줄 다른 전법은 없슈

말을 아끼고 행동을 아끼고 감정을 아끼는 연습이 필요하지요. ^,.^
기대치를 낮추는 것. 그지라잉~? 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