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 파도가 심상치 않다. 시래기의 파도가 몰려온다. 처음엔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줄 알았다. 잠깐 지나면 사라질 유행가쯤으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추이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지금 추세라면 외식업계에 일정한 흐름을 형성할 듯하다. 전체적인 외식업 발전의 둔화와 성장 아이템의 부재 속에서 유독 시래기로 만든 음식의 약진이 눈에 띈다. 시래기 주산지인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 농촌에서 시래기 채취량과 판매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만 보아도 시래기 열풍을 가늠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시래기 음식을 먹고 싶어도 도무지 시래기 음식을 취급하는 식당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경향 각지의 식당에서 심심치 않게 시래기를 활용한 음식이 메뉴판을 속속 채우고 있다. 가난한 농촌의 천덕꾸러기 한겨울 묵나물에서 새로운 건강 식재료로 각광받는 시래기! 활용하기에 따라서 개별 식당의 효자 아이템이 될 수도 있고, 우리 외식업계에 새로운 도약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래기 부상의 이면을 살펴보고 그 활용법에 대해 알아본다. 국내 최대 시래기 산지인 강원도 홍천과 양구에도 다녀왔다.
식당·고객·농가 모두 만족시켜준 효자 식재료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시래기 전문 식당에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집은 시래기밥 전문점으로 입지를 굳혔다. 방송에 소개된 뒤 더욱 대기줄이 길어지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은 주부들이다. 우리나라에서 특정 트렌드를 주도하는 집단 가운데 ‘강남 아줌마’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취향과 선택은 키치kitsch현상을 통해 다른 계층 다른 지역 주부들에게도 전이된다. 좋은 의미이건 그렇지 않건 이미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들이 시래기에 열광하는 것은 업소의 마케팅 전략이 먹힌 측면도 있지만 건강을 추구하려는 사회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여기에 추가 소득원을 개발하려는 농가와 농정당국의 노력, 양질의 새로운 식재료로 외식 시장의 틈새를 돌파하려는 외식업소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가 최근의 시래기 열풍을 몰고 왔다고 볼 수 있다.
식당·고객·농가의 이해관계가 시래기에서 서로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들의 욕구를 골고루 충족시켜주는 식재료가 바로 시래기였던 것이다. 외식업소의 입장에서 보면 시래기 붐은 건강과 추억이라는 이미지가 담긴 매력적 식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다.
칼슘은 장노년층 뼈 건강, 식이섬유는 젊은 층 다이어트
시래기에는 비타민(A, B1, B2, C)과 칼슘, 그리고 무기질이 풍부하고 식이섬유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열량이 매우 낮다. 이런 영양성분과 특성이 식생활 불균형으로 건강을 잃어가는 현대인에게 희망을 준다.
먹으면 체내에서 비타민A로 변하는 베타카로틴은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한 암 치료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신선한 녹채가 부족했던 예전 겨울철에 시래기는 비타민 공급원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비타민C 함유량이 배추나 무보다 월등히 높다.
시래기는 100g에 32㎉ 정도로 열량이 낮아 걱정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시래기는 35% 이상이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위와 장에 머물면서 포만감을 준다. 자연스럽게 과식을 막아 다이어트에 좋다. 포도당과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지해 당뇨와 동맥경화 변비를 막아준다. 또한 체내에서 수분을 흡수, 대변 부피를 늘리고 연동 운동을 도와 대장암이나 변비를 예방해준다.
시래기는 100g에는 철분 14.5mg(성인권장량: 14mg)이 들어 있어 빈혈이 잦은 여성에게 좋다. 건망증을 예방하는 효능도 있다. 시래기의 무기질 성분 가운데 가장 풍부한 성분이 칼슘이다. 삶은 시래기 100g에는 칼슘이 335mg(성인권장량: 700mg) 들어 있다. 칼슘은 성장기 어린이의 골격 발달은 물론이고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어서 중년에 접어든 이들은 반드시 먹어야 하는 식재료다. 또한 칼슘은 식이섬유와 함께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 억제 효능도 있다. 칼슘은 빈혈을 예방하고 이도 튼튼하게 한다.
어느 성공한 외식업 경영자는 젊은 시절 산 오징어를 구매하러 매일 강원도를 오갔다. 그때마다 평창의 한 식당에 들러 시래깃국과 시래기나물을 먹었다. 따로 운동하지 않아도 소화가 잘 되고 속이 편했기 때문이었다. 시래기는 여러 소화 효소를 함유해 소화 작용을 돕기도 한다.
가식 부위 많고 잘 말라야, 물에 하루 담근 뒤 1시간 삶아
시래기용 무청은 가급적 푸른빛이 돌고 잎이 연한 것이 좋다. 자연건조 시 누렇게 변색된 부분이 생기는데 이 갈변 부위는 맛이나 영양에서 떨어지지는 않는다. 가정용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업소에서 고객에게 내놓을 음식 재료이므로 가급적 색깔이 고운 것이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색깔이 너무 일률적으로 푸른빛을 띠는 것은 자연건조품이 아닌 기계 건조품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줄기보다 가식 부위인 푸른 잎사귀 비율이 높은 것을 골라야 시래기가 부드럽고 실속 있다. 잘 마른 시래기를 고르기 위해서는 무청의 끝 부분에 달린 무의 건조 상태를 확인한다. 무 부분을 눌러봐서 바짝 말랐다면 잘 마른 시래기다. 산지에서는 채취 시 이를 고려하여 1.5츠 정도 규격으로 자른다.
길이는 35~40cm 정도가 알맞으며 전체적으로 들쑥날쑥하지 않아야한다. 너무 긴 것은 가식 부위보다 목질부가 많아 질기다. 일부 친환경 인증 마크를 받은 시래기도 있다. 그러나 친환경 마크가 없어도 시래기는 병충해가 별로 없는 작물인 무의 부산물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또한 친환경인증 시래기는 업소용으로는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 소량 구입 시, 생산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업소에서 대량 구입 시에는 샘플을 채취하여 시험 삼아 먹어보고 품질을 확인 후 구입하는 것이 필수다.
구입 후 마른 시래기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한다. 양파 망이나 통풍이 잘되는 바구니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래기를 부드럽게 삶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시래기를 하룻밤 정도 푹 잠길 정도로 찬물에 담가 불린다. 이물질이 없도록 중간중간 물을 갈아주면 더 좋다. 찬물이나 쌀뜨물에 굵은 소금을 넣고 잘 불린 시래기를 처음부터 넣은 뒤 1시간 정도 삶는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약불로 줄여 은근한 불에서 20여 분 더 삶는다. 2시간 정도 삶은 물에 그대로 충분히 담궈 식힌 뒤 찬물에 3~4번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짜서 냉동 보관한다. 냉동보관 시 물기를 너무 꽉 짜서 보관하면 질겨진다. 어느 정도 물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시키는 방법도 좋다. 이렇게 보관하면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불리는 과정에서 깨끗하게 잘 씻어 삶으면 시래기 삶은 물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이 물은 모아두었다가 된장찌개 등을 끓일 때 육수로 사용한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삶아서 개별 포장해 냉동 보관하면 편리하다. 강원도 등 주산지에서 구입한 시래기는 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된다.
품질 신뢰도 거래 안정성 높은 시래기 생산자 단체
국내 시래기 생산과 판매는 개별 농민을 제외하면 영농회사법인, 농협, 작목반 단위로 집단화 되어있다. 국내 최대 주산단지인 강원도 양구의 시래기 영농단체가 가장 많은 생산량과 거래량을 보이는 가운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타 시도에서도 최근 시래기 붐에 편승, 차츰 생산 채비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래기 고정 수급처가 없는 업소라면 전국의 주요 시래기 생산자 단체와의 직거래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시래기 붐에 따라 농가에서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경우 가격폭락과 과잉생산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작업 과정에서 부서져 형태가 일정하지 않지만 품질이나 먹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이른바 ‘파치’ 시래기도 있다. 이는 정품의 1/3 가격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본래 형태를 갖추지 않아도 되는 국이나 찌개용 시래기, 음료용 시래기라면 파치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글·사진 제공 : 월간외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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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어제도 시골 거창서 아버님 말려주신 시래기로 찌게? 해서 맛있게 먹었음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