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기
2007. 6. 18
한 달 보름쯤 되었네요.
경기도 파주에 있는 대안학교인 청미래학교 학생들과 제주동부지역 생태문화기행을 했었지요.
점심을 성산 수산초등학교에서 먹었어요.
학교를 둘러보는데 1~2학년쯤 되는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놀고 있더군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는데, 아이들이 한 아이를 따돌리는 거였어요.
"넌 못 생겼으니까 빠져!"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였어요.
아마 엄마는 베트남이나 필리핀 여성이었겠지요.
아이들을 달랜 뒤 함께 사진을 찍긴 했는데 내내 마음이 그랬습니다.
피부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엄마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지요.
보도에 따르면
2005년도에 국제결혼은 모두 4만3121건이었는데, 이는 국내 전체 결혼 건수의 13.6%에 이른다는군요.
특히 농촌 총각의 35.7%가 외국인 신부를 맞았다고 해요.
요즘은 더 늘어서 농촌에서 결혼하는 열 쌍 가운데 네 쌍,
제주도 농촌은 더 높아서 거의 다섯 쌍이 국제결혼을 한답니다.
국제결혼만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까지 포함한다면 앞으로 국내에 사는 외국인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겠지요.
문제는 '단일민족주의', '순혈주의'가 뿌리깊은 우리 사회가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거지요.
나와 다른 문화 다른 언어 다른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 게다가 나보다 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얕잡아보는 풍토가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있다고 생각해요.
다문화사회로 바뀌는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되었어요.
올해 초부터 내 재주를 살려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가정)과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찾아봤지요.
처음에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걸 찾았는데 주로 주말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라 어려웠지요.
그러다 어느 신문에서 한림에 있는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국제결혼가정을 대상으로 다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사를 봤답니다.
한국문화를 알리는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소식도 함께 곁들여 있었지요.
'옳다구나, 바로 이거다!' 생각해서 바로 연락하고 바로 찾아갔답니다.
2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제주문화 이야기, 제주생태문화 나들이를 할 수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오늘 첫 나들이를 다녀왔답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출신 국제결혼 여성들과 그 가족들이랑 애월읍 납읍리에 있는 금산공원에 갔어요.
한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여성들이 많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더군요.
나중에 곶자왈작은학교에서 '국제결혼 가정 아이들을 위한 다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답니다.
"먹고 자고 밥이나 축내는 것들..."
어느 아저씨가 무심코 내뱉은 말, 그 뿌리깊은 관념이 여전히 내 머리와 가슴 속에 아프게 남아있긴 합니다만
"삼촌, 난 요즘 저 사람들과 내 처지를 바꿔서 생각해 보면서 많은 걸 이해하게 돼요."라며
그 아저씨에게 말을 건네던 복지관 담당선생님을 보곤 또 위안을 삼기도 했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다른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려 애쓰는 게
다문화사회를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