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게임
사실 요즘의 일과가 되어버린 밤 12시까지 그 날 저녁게임을 보고 잤습니다. 사실 나는 프랑스전을 꼭 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자다가 잠이 깨면 본다는 가벼운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었고, 4:50에 우연히 날이 밝는 것 같아 깨어보니 주위 조용하였고, 마치 전반전 결과를 말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결과였기에 안 봐도 좋다는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가, 역시나 1:0으로 진 전반전이었고, 아나운서는 한 골 실점 후 한국의 게임내용이 점차 나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이라이트와 하프타임의 중계는 다소 심각하게 한국팀의 무능력을 지적하였고, 슈팅 수가 1개라는 점에서 짐작이 되었습니다.
후반 시작하자 전반의 그 페이스대로 프랑스가 게임을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후반전 중반까지는 프랑스가 전반전을 재연하고 있었고, 그 중반을 넘기면서 프랑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국팀의 압박이 시작되었습니다. 체력과 정신력이 유일한 장점이라는 지적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조금 나은 측면이 있을 뿐 여전히 프랑스가 공격을 주도하고 한국은 제대로 된 돌파와 슈팅이 없습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구나 하는 순간인 후반 33분경 단 한 차례의 측면돌파와 크로스에 이은 문전쇄도로 어렵게 동점골이 나왔습니다. 당황한 프랑스를 이후 한 차례 더 몰아쳐 좋은 슈팅이 어어졌고, 마지막 찬스를 골키퍼가 선방하면서 경기는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팀이 동점골을 넣기 전에는 마음이 편안하였는데, 그 이후 마음을 더 졸였던 게임이었습니다.
2. 다음날
언론을 기분좋은 소식을 전하고 전국에 축제의 기운에 휩싸입니다. 밤을 세운 거리의 시민들은 피로를 기쁨으로 만끽합니다. 만일 졌다면 경기내용이 엄청난 비난이었겠지만 동점골은 이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쥐약입니다.
프랑스가 강한 팀이지만 이날의 경기는 토고전 전반과 같이 전혀 우리의 역량을 보여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허리를 내주고 상대의 빠른 돌파를 수없이 허용하였고, 공격은 허리의 연결이 없고, 전방에서의 고립된 공격수는 어디다 공을 줄지 모르거나 쉬 빼앗기는 보잘것 없는 축구였습니다.
쉴 새 없이 압박하고, 뛰는 2002년의 모습은 찾을 길 없습니다. 왜일까요. 토고전 보다 다소 긴장을 덜 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육체적,기술적 능력이 월등한 프랑스에 대하여 특유의 조직적인 방어와 공격을 하지 못한 것입니다. 체력도 다소 떨어진 느낌이고, 사기도 저하되고, 파이팅도 떨어집니다.
자신의 장점을 전혀 노출시키지 않은 채 가는 플레이는 어떤 완성된 팀으로 가는 과정이 될 수 없습니다. 강한 프랑스를 맞아 제대로 안되니 당황하고 허둥대는 모습입니다. 감독도 다른 방법이 없고, 단지 선수교체를 통하여 투톱과 측면의 스페셜리스트를 통한 단 한번의 찬스를 엮은 것 뿐입니다.
심장의 고동소리를 느낄 수 없는 후반 35분이었습니다. 만회골 이후에도 많은 찬스를 내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연습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하였으나 베스트의 70% 정도 밖에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막을 맞이한 것입니다. 두 게임을 통하여도 보완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2년을 기억합니다. 홈과 어웨이를 구분할 때가 아닙니다. 16강은 전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토고가 변수이지만 어디까지나 사기가 떨어진 팀의 변수일 뿐입니다. 팀과 자신의 베스트를 위하여 더 피나는 4일의 준비여야 합니다. 팀 컨디션이 좋은 24일 스위스전은 한국의 마지막 시험대입니다.
시간은 짧다. 선수들은 지쳐있다. 사기는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국민들의 응원은 드세다. 실력 이상의 알파라는 정신력과 팀정신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때다. 눈빛이 살아있는 24일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