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15일 윤영관 외교부장관의 경질 이유에 대해 “외교부 일부 직원들은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정신과 방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외교관 발언 파문의 결과는 노무현 정권의 외교 노선은 ‘자주’이며 이 ‘자주의 기준’에 벗어난 외교관은 교체하겠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일부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응징이나 이른바 공무원 군기잡기 차원을 넘어 우리 외교의 근본적인 방향과 원칙을 재정립하는 중대한 문제와 직결돼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스스로 주창하는 ‘자주 외교’의 구체적 내용과 실현방법을 국민 앞에 내 놓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초기의 냉소적 대미(對美) 태도, 대통령 방미기간의 일방적 친미 발언과 행동, 그리고 그 이후의 대미 자주파의 득세 등 불안한 과정을 밟아 오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이 정부가 과연 국가의 운명이 걸린 외교정책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를 위태위태한 시선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게 만들어 왔다.
그러다가 결국 실무자에서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대미 외교라인을 ‘의존적’이라는 이유로 통째로 문책하는 건국 이래 최초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아마 60~70년대 아프리카의 신생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지향하는 대미 자주 외교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이 모르고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의 진로를 가늠할 중대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자주 외교’를 외치고 그것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외교부 장관까지 교체하게 됐으니 한국의 ‘자주 외교’는 국제적으로도 관심을 끌 게 됐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한·미동맹 50년사에 처음 있는 이번 사태를 통해 한국 자주외교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울 것임이 자명하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ㆍ일본ㆍ러시아 등 주변 4대국 모두 ‘한국적 자주’의 내용과 의도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주’라는 기준으로 한 나라의 외교노선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북한 말고는 없다. 윤 장관이 이임사에서 “자주냐 동맹이냐의 이분법은 잘못된 것이다. 한국은 국제정치의 공백상태가 아니라 관계속에 존재하며 그 관계를 존중하면서 우리의 국익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한 것은 누구보다 청와대가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핵(核)을 머리에 얹고 사는 한국의 최고지도자인 노 대통령은 바로 엊그제 연두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몇마디 외에는 기록에 옮길 만한 의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지 않았다.
고구려를 자신의 역사로 둔갑시키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는 이 정권의 이념적 코드를 대변한다는 문화관광부 장관이 오히려 중국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것이 현정부의 ‘자주 외교’ 실상이다. 결국 이 정권의 ‘자주’는 ‘대미(對美) 자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오늘날 모든 나라는 자주와 동맹을 적절히 혼합해 국가를 보위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유일 초강대국이란 미국도 그물망처럼 퍼져있는 수많은 동맹관계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분주하다. 그 미국이 이라크 진공(進攻)의 마지막 순간까지 동맹국의 참여 확대에 매달려 있었던 것만 봐도 이해가 될 일이다.
그 미국에 맞섰던 독일과 프랑스 역시 나토와 유럽연합이라는 동맹의 체제를 딛고 있다. 일본은 자신의 사활(死活)을, 지역패권적 경향을 차츰 노골화해 나갈 중국의 팽창을 미국과의 동맹강화로 어느 선에서 저지할 수 있느냐에 두고 있다. 경제대국 일본과, 지역패권에서 세계 패권으로 자신의 의도를 키워나갈 중국 사이에 갇혀 있는 형국인 한국에 동맹의 선택과 유지는 국가 보위를 위한 최우선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그런 뜻에서 자신이 거느린 참모와 실무진을 ‘자주파’와 ‘동맹파’, 정권의 표현으로 하면 ‘자주 외교파’와 ‘의존 외교파’로 나누는 이 정권의 관점이야말로 시대착오의 전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제정세에 어두워 동맹을 선택하고 유지하는 데 우왕좌왕 헤매다 망국의 길을 걸었던 게 100년 전 우리 역사다.
주체와 자주만을 입에 바르고 지내다가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채 국민을 기아와 파멸로 빠뜨리고 있는 체제가 바로 한반도 북녘이다. 그 북한정권의 무지와 참상을 수십년간 지켜본 우리가 이제 그 자주의 함정을 제발로 찾아드는 모습을 세계와 인접국가들은 어떤 눈길로 지켜보겠는가를 생각하면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듯한 느낌 뿐이다.
자신들을 ‘자주’라고 내세우면서 한·미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노선을 ‘숭미(崇美)’ 라고 몰아붙이는 여권 내부의 시각에는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대외정책에까지 침투한 위험천만한 ‘운동권적’이고 ‘문화혁명식’ 발상만이 너울거리고 있다.
국민은 묻는다. 노 정권의 ‘자주’는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 자주인가. 우리에게 동맹국가는 있는가. 만일 있다면 노 정권은 현사태에 대해서 그 동맹국가들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노 정권은 머지않아 다가올 북핵 위기 속에서 어떻게 자주를 실현하고, 국가와 국민을 보위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국민은 물을 권리가 있고 정권은 대답할 의무가 있다.
<중앙일보>
동맹파는 반민족, 자주파는 애국이냐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조사 파문이 결국 윤영관 외교부 장관의 사퇴로 이어졌다. 尹장관의 경질은 두 측면이 있다. 청와대의 말대로 '외교노선을 둘러싼 혼선과 지휘감독 소홀'이라는 측면과 외교부 쪽에서 나오는 말처럼 '한.미동맹파'와 '민족자주파'와의 싸움의 결과라는 측면이다. 먼저 외교부 직원들이 공사석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공직자로서 문제가 있는 처신이다. 그렇다면 이는 외교부 차원에서 시정할 일이다. 그것으로 장관을 경질할 사안은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외교부와 청와대 간의 외교노선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는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갈등이 문제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외교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한 '자주적 외교정책'의 정신과 방향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청와대 인사수석의 발언은 무엇인가. 尹장관도 퇴임사에서 "분단국가인 한국엔 남북 평화가 이뤄진 상태에서도 한.미동맹은 중요하다"고 굳이 강조한 것을 보아도 경질배경을 유추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정부 내에서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는 것으로 갈등을 빚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본다. 세계 어느 나라가 자주외교를 추구하지 않는 나라가 있는가. 동맹외교도 결국은 자주외교, 즉 우리 국가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동맹관계를 강화하는 것이지 나라 팔아먹자고 동맹외교를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정부가 왜 외교에서도 이런 식의 이념적 대결구도로 몰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 외교는 어느 부문보다 냉철한 실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가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교조적으로 양분해 동맹외교는 반민족적이고 자주외교는 애국적인 것인양 몰고가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이런 문제로 장관까지 경질했으니 이제는 자주외교를 실천할 사람을 내세우겠다는 말인가. 상대국은 이런 싸움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 것인가. 이것이 국익을 위한 것인가. 참으로 한국 외교의 장래가 우려된다.
<동아일보>
외교장관 경질 ‘최악의 선택’이다
일부 외교통상부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시작된 파문이 윤영관 장관의 경질로까지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질책으로 충격을 받은 외교부가 사령탑까지 잃었으니 당분간 혼란 수습은 어려워 보인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외교부만이 아니라 한국 외교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더구나 청와대는 이번 파문을 ‘대외 의존적 외교’와 ‘참여정부의 자주적 외교’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장관의 외교가 잘못됐으니 버리고 코드를 바꾸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대통령과 청와대가 함께 이끌어 온 참여정부의 외교를 비하하면서 외교부에만 책임을 돌리는 청와대의 처신은 옳지 못하다.
극단적인 대응은 위기를 부추길 뿐이다. 우선 이번 조치가 외교부를 비롯한 공직사회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이다. 노 대통령은 엊그제 외교부 직원들의 오해와 이견을 비난하면서 공무원은 대통령의 정책을 존중하고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관 경질은 자칫하면 대통령 정책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토론, 대안 제시까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공무원의 눈치 보기와 몸 사리기를 강요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상황 변화에도 민감해야 한다. 대통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만을 지켜야 한다면 외교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대통령이 자신의 외교정책을 강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외교 현장의 변수를 무시한다면 최선의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자주도 외교의 결과로 획득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외친다고 해서 굴러들어오는 게 아니다.
외교장관 경질은 주요 외교 파트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언급한 의존적 외교와 자주 외교의 대상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특히 우려된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가 강조하는 자주외교를 반미외교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 내에 이번 파문의 승자라고 생각하는 세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의 눈에는 모두가 패자로 보인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
자주적 외교 펴는 계기 돼야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발언’과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됐다. 형식은 사표 수리지만 사실상 문책성 경질을 한 것이다. “참여정부 외교노선에 혼선과 잡음이 있었고,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지적한 청와대 인사수석의 공식 설명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일부 직원들이 과거 의존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정신과 방향을 제대로 지향하지 못하고, 공·사석에서 구태적 발상으로 국익에 반하는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했으며, 정보들을 사전에 유출시켜 정부의 대외 외교정책의 훼손과 혼선을 초래했다”고 강한 질책의 표현을 쓴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외교부에서 벌어진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웅변한다. 외교부 조직을 장악하지 못한 윤 장관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볼 때 퇴진은 불가피해 보인다.
외교관은 나라를 대표해 외국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파하고 국익을 위해 교섭해야 한다. 특히 우리처럼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나라는 외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다. 그런데 비록 일부 외교관이지만 공개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부적절한 언행을 반복했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일이 예사롭게 넘어가는 외교부의 전반적 분위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터이다. 앞으로 외교부에 강도높은 인사 폭풍이 불 것이란 예상이 그래서 나온다.
그동안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를 봐왔다는 비판이 숱하게 제기됐다. 북한 핵 문제 등 우리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난제들이 중첩된 탓도 있지만, 한-미 관계나 국제문제를 보는 철학과 장기적 전망이 결여됐기 때문이란 지적을 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외교부 장관 ‘경질’을 계기로 명실상부하게 자주적 외교정책을 펴는 노무현 정부가 되기를 촉구한다.
<경향신문>
장관경질, 외교혼선 빠른 수습을
외교부 일부 간부들의 부적절한 발언 파문이 결국 윤영관 장관의 경질사태로 이어졌다. 교수출신의 윤전장관은 그동안 외교부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평판을 듣고 있었던 데다, 파문 수습과정에서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해왔던 만큼 그의 문책 경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 어차피 외교부의 일대 쇄신이 필요하다면 그 수장부터 교체하는 것은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양새다. 우리나라 대외관계의 간판인 외교장관을 그렇게 쫓아내는 것은 아무래도 볼썽사납다. 게다가 그의 경질을 통해 이번 파문의 한 당사자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 한결 더 힘이 실리게 된 상황도 바람직스럽지 않게 비친다. 일각에서는 후임 외교장관에 누가 임명된다 해도 NSC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껏 외교정책을 펼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외교부 직원이 참여정부의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의 발언도 문제다. 우리 대외정책의 노선을 한쪽에 못박음으로써 외교의 행동반경을 스스로 좁히는 우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새 외교진용이 미국 등과 협상을 할 때 이 방향에 얽매여 경직된 태도를 보이다가 중대한 실리를 놓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와대 말처럼 의존적 대외정책에 연연해온 기존의 외교부 북미라인은 대대적 수술이 필요하다. 최소한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시행하는 조직은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외교는 대체인력의 투입이 불가능하며 상대국이 있는 만큼 연속성도 중요하다. 파문을 신속하게 수습하되 외교력의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축적이고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
<서울신문>
尹장관 사퇴로 외교혼선 끝내야
윤영관 외교부장관이 전격 사퇴했다.장관이 먼저 사의를 표명하고,대통령이 수리하는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경질로 여겨진다.이로써 일부 외교관들의 ‘부적절한’ 발언과 정보유출 행위 등이 얼마나 심했었나 짐작되지만,모든 게 이해되는 건 아니다.대체 외교관들이 무슨 발언을 하고,어떤 반발을 했기에 대통령이 연두 회견에서 인사조치를 거론하고,다음날 장관이 물러나야 했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따라서 국익이나 동맹관계를 현저하게 해칠 내용이 아니라면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히는 게 순리라고 하겠다.그래야 공무원 ‘군기잡기’니 하는 구설을 잠재우고,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문제의 발언들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아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렵지만,지금까지 드러난 행태는 분명 선을 넘었다고 본다.“때때로 대통령의 정책방향을 바꾸고자 하는 의도가 보이는 사전 정보유출이 있고,때로는 결정된 정책의 세부 정책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 한 것으로 보이는 정보유출이 있었다.”는 지적에 무슨 변명이 통하겠는가.정책 결정과정에서의 이견과 토론은 당연하지만,그 이후의 딴소리는 공직자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윤 장관의 퇴진은 외교정책의 혼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특히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부간 마찰이 외부로 표출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참여정부 출범 이후 ‘자주파’니 ‘동맹파’니 하고 불거져온 이분법적 갈등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이와 관련해 “외교부 직원들이 과거의 의존적인 대외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참여정부가 제시하는 ‘자주적’ 외교정책의 기본방향을 충분히 시행하지 못했다.”는 청와대 인사수석의 사표수리 배경 설명에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새 외교안보팀은 용산미군기지 이전을 비롯,이라크파병 문제와 북핵 등 대미 현안과 관련해 분명한 자주외교노선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후임 외교부장관은 이런 개혁의 소임을 힘있게 추진할 인사로 임명되기 바란다.
<한국일보>
외교수장을 이렇게 바꾸나
외교부 직원의 발언파문으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이 경질되는 사태에 이른 것은 안타까움과 우려, 외교정책에 관한 근본적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국의 외교정책을 맡고 있는 수장을 교체하기에 정책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나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윤 장관의 경질에 대해 "참여정부의 외교노선에 혼선과 잡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떻게 이 정부 외교노선에 대한 잡음이 윤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오히려 그 혼선과 잡음은 외교부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갈등, 윤 장관과 NSC 간부간의 정책주도 문제에 기인했던 것이 실상이었다. 그렇다면 이는 정책의 난맥, 국정의 혼선이라는 면에서 살펴 합리적으로 정리했어야 한다. 결국 부하직원의 정권비판 발언 때문에 장관이 물러난다면 이 것이 공직 사회에 어떤 의미로 비칠지는 뻔하다.
차제에 보다 문제시 해야 할 것은 NSC의 역할과 책임한계가 불분명하다는 구조적 결함이다. 때문에 이를 도외시한 청와대의 설명에는 실제를 호도하는 과장이나 생략이 배어 있다. 윤 장관의 경질이 정책적 이유 보다는 갈등관계가 빚은 낙마사태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또 양측의 갈등은 반미적 사고와 현실적 국익론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외국, 특히 미국 쪽의 오해를 부를 소지가 크다. 정 수석이 강조한 '참여 정부의 자주적 외교'가 무얼 의미하는지도 새삼 애매하다.
북핵 및 한미 동맹관계가 지속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런 식으로 외교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외교부 실무직원의 발언이 정부 기강 차원에서 정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장관이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국민일보>
외교장관 경질에 따른 우려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이 전격 사임했다. 윤 장관이 제출한 사표를 대통령이 수리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문책 경질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리는 이미 이번 ‘외교부 파동’에서 외교부 직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 방침이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거니와 더 나아가 외교부 장관까지 물러나게 한 데 따른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윤 장관의 경질로 그렇지 않아도 삐걱거려온 한·미 동맹 관계가 더욱 어긋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사태의 발단이 주로 대미 외교를 둘러싼 외교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간 갈등이었음은 잘 알려져 있지만 NSC의 이른바 ‘자주파’에 대립하는 ‘동맹파’로서 외교부를 이끌어온 윤 장관의 퇴진은,미국에 기존 한?미 동맹 관계의 부정적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경우 한국은 주한 미군 문제를 포함한 국가 안보와 경제 등 대미 문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른다.
물론 명분상 자주 외교를 바라지 않을 국민은 없다. 그러나 외교는 명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반미(反美)까지는 아니라 해도 ‘원미(遠美)’를 강조하는 NSC가 주도해온 현 정부의 자주적 외교 노선에 ‘혼선과 잡음을 빚었다’(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 해서 윤 장관을 사퇴시킨다는 것은,명분만 앞세워 현실적 국익은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윤 장관 경질의 배경이 외교 노선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 외에 대통령의 국정 운용에 대한 공무원들의 비판과 관련한 공무원 ‘기강잡기’라 해도 마찬가지다. 윤 장관으로서 부하 직원들이 대통령 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국가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 장관을 그토록 쉽사리 물러나게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설령 그렇게 해서 공무원들의 입을 막는다 해도 그것이 진정한 ‘기강잡기’일까. 정부는 정권 차원의 소신보다 국가 차원의 이익을 먼저 살펴야 한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이후 정부는 농업에 82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이 중 대부분이 경지 정리, 도로 정비, 농업 근대화를 위한 농업 시설 확충 등에 들어갔다. 그러나 농촌의 현실은 11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상당한 규모의 돈이 중간에 유실된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농업과 농촌의 구조에는 손대지 않은 채 시설 확충에만 돈을 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정부의 농지제도 개혁방안은 획기적인 정책으로 평가할 만하다.
우리 국민의 쌀 소비량이 하루 밥 두 공기도 안될 만큼 줄고 있고, 쌀 시장 개방도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현재 논 면적 중 30%가 줄어도 쌀 자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발목 잡혀 경제성이 떨어지는 농지를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기면서 농지 전용(轉用)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정부가 고정 틀에서 벗어나 농지 용도를 쉽게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뒤늦게나마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긍정적인 조치다. 특히 농지 임대를 허용해 대규모 경작농민에게 논.밭을 몰아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지엔 도시 자본을 끌어들여 다른 용도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농민의 재산을 지켜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정책은 농업과 농촌을 동시에 살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농림부 스스로 밝혔듯 농지 전용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와 마구잡이 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땅값 상승 가능성이 큰 도시 근교 농지의 경우 과거 투기와 마구잡이 개발을 불러온 준농림지의 재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도시 자본이 농촌에 유입됐을 때 이 돈이 농촌의 고용 및 소득 증대로 연결되도록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농촌 개발이 주거민들의 삶의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어야만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또 농지 전용에서 제외되는 농업진흥지역 등 우량 농지의 소유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적절한 지원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농지, 난개발 투기장화는 막아야
우리나라의 논 30%가 줄어도 쌀 자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60세 이상 고령 농민의 65%가 10년 안에 은퇴할 전망이다. 팔려고 내놓는 논이 넘쳐 고민할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까다로운 농지 규제를 그대로 둔다면 쌀 재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농업 구조조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행 농지 규제를 대폭 풀기로 한 농림부의 결정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도하개발어젠다 협상과 쌀 재협상 등 농산물시장 개방 파고(波高)까지 감안하면 농림부 방안보다 더 획기적으로 농지 규제를 줄일 필요도 있다. 농림부는 농지 규제를 완화하되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은 고수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시대에 맞게 원점에서 재해석할 때가 됐다.
물론 농지 규제를 풀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난개발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도 지방자치단체들이 농지 전용(轉用)을 무원칙하게 허용하는 바람에 국토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기본 인식과 자세가 바뀌지 않은 채 전용허가권한만 커지면 난개발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지자체들은 지금부터라도 농촌 경관 및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절제된 개발을 위한 종합적인 토지이용계획을 세워야 한다.
농지 투기를 막을 대책도 필요하다.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투기 대상을 잃은 투기 세력이 농지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림부 건설교통부 국세청 지자체 등이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투기 세력이 발붙일 여지를 미리 없애야 한다. 투기가 농지가격 상승을 부추겨 전업농(專業農)의 대형화를 가로막는 일이 없도록 농지 규제 완화와 투기 억제 대책이 맞물려야 한다.
<서울신문>
농촌 살리는 농지제도 개혁을
정부가 농지를 다른 용도로 쉽게 전용토록 하고 지자체에 전용 허가권을 대폭 넘기는 등 농지제도를 내년부터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 고육책(苦肉策)의 성격이 짙다.
국민들이 하루에 밥을 두 공기도 먹지 않을 정도로 쌀 소비는 줄어드는 데다 쌀 등 농산물의 개방 파고는 높아지는 추세이다.엊그제 농림부장관이 현재 114만㏊의 논 가운데 70%인 80만㏊만 있어도 쌀 자급이 가능하다고 공언할 정도로 농지는 남아돈다.더욱이 농민들의 3분의1은 0.5㏊(1500평) 이하의 영세농으로,농사를 지어서는 생계가 어렵다.이들의 거의 유일한 자산인 농지를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계속 농사를 지을 땅은 농업진흥지역으로 유지하되 경지정리도 되어 있지 않은 땅은 다른 용도로 전환시킨다는 정부의 구상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고령의 농민들이 파는 땅을 도시인들이 주말 농장 등으로 사도록 외지인의 보유 한도를 현재 300평에서 909평으로 늘려 도시자본의 농촌유입을 촉진해야 할 필요성도 인정된다.
이제 농지를 단순히 농산물의 생산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교정되어야 한다.농민들이 농지에 도시인을 상대로 한 숙박시설과 농원을 조성해서 농외소득을 늘려 잘 살도록 하면 바람직한 것이다.농민들이 원할 경우 논을 밭으로 돌려 꽃,채소를 심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쓸모없는 농지를 공장 등으로 활용, 농촌에 일자리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그렇지 않아도 땅 투기 요인이 적지 않은 터에 농지전용 대폭 허용 정책으로 일어날 농지 투기를 당국은 막아야 한다.농지값이 지나치게 오를 경우 농사의 채산성이 더욱 떨어져 농업붕괴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일보>
농지정책이 농업개혁 출발점
쌀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국내적으로도 쌀 소비량은 예전같지않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지난해 밥을 하루에 두 공기도 먹지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농지를 고집할 경우 쌀 과잉생산이 계속돼 오히려 농민 피해만 늘뿐이다. 현재의 논 면적중 약 30%가 줄어도 쌀 자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기존 농지정책은 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
허상만 농림부 장관이 14일 ‘농지제도 개편방안’을 내놓으면서 “영농의 규모화를 촉진하고 도시 자본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농지소유 및 이용제도를 혁신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개편 방안대로 농지임대와 위탁경영이 보편화돼 대규모 경작이 가능해지면 시장개방에 맞서 생산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기에 도시민의 농지 소유가 확대될 경우 농촌지역에 도시 자본이 흘러들어가는 한편 관광·휴양·물류산업 유치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UR) 이후 정부가 지금까지 82조원의 농업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촌의 피폐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제 남은 해결책은 두가지밖에 없다. 경쟁력을 상실한 소규모 영농단위는 대규모 영농으로 자원을 몰아주거나, 도시자본의 유입에 따른 다른 생계 수단을 모색하는 것이다.
농지정책이 제대로 방향을 잡은만큼 농림부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농촌경제의 새로운 틀을 정착시켜나가야할 것이다.
<한국일보>
농지개혁, 신중할 필요 있다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민의 농지 소유한도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농지정책 전환은 개혁적이라 할 만하다. 5월까지 안을 만들고 연내에 농지법 개정을 거쳐 확정될 정부의 새 농지정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농지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을 현실로 인정, 대규모 기업농을 육성하는 한편 농지규제를 대폭 풀어 농민들이 농외 소득을 얻도록 해 저소득의 농업에서 손을 떼게 하자는 복안이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을 꾀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시장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수입 농산물에 대항할 정도의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체 인구의 10% 가까운 농민들이 수익성 낮은 농업에 매달리는 바람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걸림돌이 되는 등 각종 사회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걸림돌을 없애는 길은 농사짓는 사람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본 것 같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양곡소비량이 밥 두 공기도 안 되는 227.9g이라는 통계도 농지정책 전환의 당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체 농지 114만㏊ 중 쌀 자급에 필요한 80만㏊만 남기고 34만㏊는 농지 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위험하다. 규제란 한번 풀면 다시 묶을 수 없다. 토양 역시 한번 다른 용도로 쓰이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한번 잃은 농지는 영원히 잃어버리는 셈이다.
또한 농촌은 단순히 농사짓는 곳이 아니다. 자연환경의 순환과 복원을 가능케 해주는 생태공간이다. 생태공간이 파괴되었을 때 생길 유ㆍ무형의 피해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식량 자급문제, 국민건강, 환경보호 등 경제논리로만 다룰 수 없는 농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보다 넓은 시야의 농지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농지제도 개선 부작용 없도록
규제 일변도의 농지제도가 규제 완화 쪽으로 대폭 개선될 모양이다. 엊그제 농림부는 농업 개방화 추세에 발맞추어 올해 안에 농지 소유 및 이용 제도를 혁신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지제도가 영농 규모화 촉진과 농지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재고된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우리 농업은 비단 개방 압력이 아니라도 현재 영세 고령농의 문제로 존폐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2001년 말 현재 경작 면적 1.5ha 미만의 영세농이 전 농가의 78%에 이르고,농촌 거주 인구 중 65세 이상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농림부는 쌀시장 추가 개방에 대비해 올해부터 63세 이상의 고령 농민이 벼농사를 그만둘 경우 70세까지 매달 1ha당 일정액을 지급하는 ‘분할지급형 경영이양직불제’를 추진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더하여 거론되고 있는 농지법 개정안은 고령농이나 벼농사 문제뿐 아니라 농지 전반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그 귀추가 크게 주목된다.
개정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량 농지는 계속 보전하되 수익성·생산성이 낮은 농지는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도록 하며,농지 임대차 제도를 활성화해 영세농엔 임대 수익을 제공하고 자경 목적의 농가는 경작 규모 확대를 통해 기업농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농지 전용 규제 완화가 농지의 과다 전용,투기장화,난개발과 환경 오염 등의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농촌 지역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기업농의 창출은 우리 농업이 선진국형 농업으로 변신할 수 있는 관건이 되겠지만 농림 당국은 무작정 목표를 앞세우기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개발 차원에서 정부안을 마련해서는 안 된다. 농지 전용을 통해 설사 개발이 추진되더라도 그 이익은 궁극적으로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정부는 농지제도 개선의 목적을 산업으로서 농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농민의 수익 확대에 초점을 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재해예방대책의 일환으로 보급 중인 ‘국민방독면’이 유사시 오히려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는 불량품으로 드러났다. 제조업체는 성능이 떨어지는 재료를 썼고, 성능 검사기기를 조작했으며,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의원보좌관과 공무원에게 금품까지 준 혐의가 있다니, 이 사건은 최근 한국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각종 비리와 부정 불법행위를 한데 담은 ‘비리종합세트’가 아닐 수 없다.
제조업체측은 불량재료를 쓴 것이 아니라며 제품회수를 하고 있다지만 미심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 업체가 방독면을 독점 공급하게 된 경위부터 어떻게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을 속여 성능검사를 통과하는 것이 가능했는지 밝혀져야 한다. 방독면 보급사업 소관부처인 행정자치부도 “몰랐다”는 이유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제조업체의 정치권 로비가 의원보좌관 한 사람뿐이었는지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이 사건은 유사시 정부가 나눠준 방독면을 썼다가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겠다며 10년간 1661억원이나 들여 추진한 사업조차 부정과 비리, 불법 로비로 얼룩졌으니 정부가 하는 일을 어떻게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 제품을 불량으로 만들어 정부에 납품하고 음험한 뒷돈 거래까지 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법의 심판을 받게 해 다시는 이 같은 ‘엉터리’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서울신문>
유독가스 못 막는 국민방독면
국민방독면 가운데 일부가 성능불량으로 ‘쓰면 오히려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찰 수사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경찰은 방독면이 3분 동안 일산화탄소를 350 이하로 막아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1년 보급된 국민방독면 17만개가 시험결과 23초밖에 견디지 못하는 불량품이었다고 발표했다.경찰은 또 성능불량 사실을 감추기 위해 공급업체가 성능검사기기를 조작했으며 문제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3000만원을 제공했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공급업체는 17만개를 행자부 요청으로 개봉했다가 다시 부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방독면은 유사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물품이다.공급업체의 경위 설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불량품이라면 폐기처분해야지 나중에 어떻게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납품한다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행동이다.게다가 성능검사기기를 조작하고 입을 막기 위해 돈을 뿌리며,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야 부랴부랴 리콜에 나선 데 이르러서는 말문이 막힐 정도로 분노가 치솟는다.
국민방독면은 2007년까지 1661억원을 투입해 국민의 48%에게 지급하고 있는 전시 및 화재 대비 방독면이다.사업 주무부서인 행자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엉터리 방독면이 보급되도록 눈을 감고 있었으며 3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었는가.방독면 성능검사 기관인 한국화학시험연구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국민생명과 직결된 정부 사업에 불신이 깃들어서는 안 된다.경찰은 관련자들을 엄정 수사해,‘국민방독면’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불신과 의혹의 악취를 말끔히 제거해주기 바란다.
<한국일보>
국민 잡을 국민방독면
정부가 재해 예방대책으로 보급해 온 국민방독면은 성능에 대한 논란과 특정업체와 행정 당국의 유착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해마다 국정감사에서 군용의 15% 수준인 성능문제와 비싼 가격이 지적됐고, 행자부가 내건 입찰조건이 특정업체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해 포장 불량을 이유로 17만개를 업체측이 자진 리콜한 것도 포장문제로 한정해 의혹을 불식하려는 의도라는 의심을 샀다.
경찰청의 수사는 그동안의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성능시험과 납품과정에 비리가 있었으며, 행자위 소속 의원의 보좌관이 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국민방독면은 전시뿐만 아니라 화재등 재해가 났을 때 사용하게 돼 있으나 제품이 기준치에 미달해 이를 사용할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불이 났을 때 건물 밖으로 대피하려면 최소한 3분은 견뎌야 하는데, 이 방독면으로는 23초밖에 견디지 못해 더 빨리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과정에서 불량 판정이 나자 검사기의 공기튜브에 바늘구멍을 뚫어 방독면 안의 공기를 희석시키는 편법까지 썼다니 기가 막힌다.
제조업체는 1973년 화생방장비 전문 방산업체로 지정된 이후 각종 군용 화생방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자랑해 온 곳이다. 그런 회사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장비를 제조해 팔면서 독점납품을 이용해 불량품을 양산했으니 엄벌을 받아 마땅하다. 경찰은 이 업체가 행자부 경찰청 조달청 공무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비자금 10억원을 조성해 뇌물로 사용한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2007년까지 2,000여만개를 보급키로 한 정부계획을 그대로 추진하려 한다면 지금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 되겠다. 보급계획 전반은 물론, 업체 선정방식을 개선하고 성능검사를 비롯한 감독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일보>
숨통을 틀어막는 방독면
정부가 1997년부터 보급해온 ‘국민방독면’ 500만여개 중 일부가 불량품임이 들통났다. 경찰은 문제의 불량 방독면 납품 과정에서 업체측이 행정자치부 조달청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 정치권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단서를 포착해 정밀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확인된 뇌물 액수만 대략 10억원이라는 설명이다.
수사 대상 기업 3곳 중 국내 1위 방독면 생산 업체로,모두 80만개를 납품한 삼공물산의 경우 2001년 1월부터 7월까지 50억원어치 17만개의 불량품을 납품했다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현장 검사 때 기기를 조작,성능시험을 통과했음이 드러났다. 위급한 상황에서 방독면을 착용할 때 최소 3분을 견디는 게 국제표준이지만 23초밖에 못 견디는 제품도 들어 있었다니 그야말로 말문이 막힌다.
방독면은 유독가스,생화학전,방사능 피해 등으로부터 인명을 보호하는 장비다. 정부는 전쟁과 재해 발생에 대비,97년 3%였던 방독면 보급률을 2007년까지 48%(2253만개)로 끌어올릴 목적으로 1660억여원의 예산을 책정해 ‘국민방독면’을 보급해왔다. 국내 방독면 군납을 독점하고 있는 삼공물산은 91년 걸프전 때 중동지역에 300억원 상당의 방독면을 수출했고,지난해 이라크 전쟁 이후 다시 미국과 중동 국가들로부터 특수를 맞았다고 한다.
삼공물산측은 행자부의 보완 요구에 따라 밀봉 부분을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17만개를 자진 리콜 중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이를 일축했다. 일부 업체는 비리 무마를 위해 국회 행정자치위 소속 민주당 K의원 보좌관에게 3000만원을 건네고,공무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도 밝혔다. 경찰은 한국화학시험연구원의 방독면 성능시험 통과에도 비리가 개입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인명 보호는커녕 목숨을 더 빨리 앗아갈 수 있는 방독면은 신속히 수거돼야 한다. 차제에 군납 및 수출 방독면까지 조사하는 등 철저한 수사로 돈에 눈 먼 범법자들을 단죄하기 바란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올해 공공(共公)부문의 일자리 제공을 지난해보다 8만개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일자리가 적지 않게 보인다. 문화재 설명 요원, 예절강사 등 과연 국민세금으로 이를 지원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이 든다.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고용 없는 성장'으로의 산업구조 변화가 앞당겨지면서 실업자는 우리 사회의 최대 해결 과제가 됐다. 지난해만 해도 청년 일자리는 19만3천개나 줄었고, 직장 구하다 포기한 사람을 제외한 공식 실업자만도 82만5천명에 이르고 있다. 실업자들이 겪는 좌절감과 생계에 대한 위협,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 일자리 창출'은 경기 회복과 국민 복지를 위한 재정의 기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문제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하나의 복지 차원에서 생산성도 없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가 당장은 직업이 없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생계에 도움은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경제체제가 버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고 이것은 정부 재정에 막대한 짐이 됨으로써 인플레, 막대한 세금부담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산성이 없는 공공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유럽과 미국의 예로 보더라도 결국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 만들기의 핵심은 민간 경제의 활성화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인들이 신이 나서 투자를 하고 공장이 활기차게 돌아가야 한다. 거기서 생산성이 올라가고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지 국민 세금으로 형식적인 일자리를 만들어 봐야 국민 부담만 늘어 나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자 구제 혹은 생계 지원 차원의 일자리 제공은 가능하면 절제해야 한다. 특히 일자리 창출을 구실로 정부인력이나 조직을 키우려 해서도 안 된다. 직업 훈련 등 각종 예산 지원 프로그램도 기업체의 수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한겨레>
경제부총리의 일자리 대책 허술하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올해 공공부문에서 지난해보다 8만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최근의 심각한 취업난을 감안하면, 경제부총리의 이런 ‘의욕’은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그 방향이 명확치 않은데다 대부분 일회성 일자리여서 다소 실망스럽다.
우선,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는 게 얼마나 타당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에서 8만개의 일자리를 추가로 늘린다면, 올해 추가로 늘어나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40%가 넘는다. 경기침체로 민간부문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라도 최대한 실업자를 흡수해 주고자 하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재정 지원을 통해 공공부문 취업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공공부문에서 얼마나 취업자를 흡수할지, 또 어떤 직종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 눈앞의 실적만을 목표로 공공무문의 일자리를 늘릴 경우, 예산만 낭비할 뿐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더 문제다. 고령자 위주로 예절강사, 문화재 설명요원 등을 2만명 새로 뽑고, 도배·미장 등 기초적 기술만을 갖추고 있는 저소득층을 1만명을 고용한다고 했는데,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선발과정이나 선발된 인원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없으면 자칫 끼리끼리 돈만 나눠먹고 유야무야될 수도 있다. 5천여억원의 재정지원을 통해 14만명의 청년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주거나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일자리를 갖도록 하는 후속대책이 없으면 일회성 정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손쉬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치중하기 보다 민간부문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하는 게 옳다. 그것이 일자리 만들기의 바른 길이다.
평등 무색한 ‘탈세 언론사주’ 집유
세금포탈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조선일보사 방상훈 사장이 항소심에선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로써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충격적인 탈세 범죄가 드러난 조선·동아·국민일보사 사주 모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물론, 판결은 사법부 고유의 권한이다. 최종판결이 날 때까지 ‘인신구속’도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원칙이다. 그 원칙에서 볼 때, 탈세 사주들이 모두 집유를 받은 것은 ‘특혜’라는 판단을 지울 수 없다. 특히 1심에서 구속기소됐으나 보석으로 풀려난 방상훈 사장에게 내린 집행유예 선고는 시민사회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겨우 몇천원을 훔치고도 쇠고랑을 찬 ’생계형 범죄자’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이 있기 얼마 전에 바로 서울고법에서 배임 혐의로 법정에서 구속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비교해도 너무나 대조적이다. 재판부는 집유를 선고한 이유로 “수감하는 것보다 계속 회사를 경영하면서 투명화하고 우리 언론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밝혔는데, 이 대목에서도 특혜 의혹은 짙게 드러난다. 만일 재판부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재벌 회장은 물론이고 줄줄이 잡혀간 국회의원들도 얼마든지 할말이 많을 터이다.
재벌그룹 회장을 법정구속 하면서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한 점을 든 것에 비춰 본다면, 언론사 세무조사를 ‘언론탄압’으로 호도한 ‘탈세 사주’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시민사회 단체들이 즉각 법정 주변에서 시위를 벌인 이유도 여기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언론권력과 사법권력의 유착’을 비판하면서 사법개혁을 과제로 제기하고 나섰다. 앞으로 남겨진 대법원의 최종심판에서라도 사법부가 법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에 충실하길 기대한다.
<경향신문>
마구잡이 영입이 공천개혁인가
총선을 앞둔 여야 각 당의 외부인사 영입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는 소식이다. TV에 얼굴 좀 팔렸다는 사람이면 이 당, 저 당에서 서로 끌어가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한다. 세과시용으로 장·차관급의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을 ‘모셔가기 위한’ 머릿수 싸움도 치열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재임중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거나 무능 케이스로 물러난 사람까지도 영입인사로 거론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정당의 노력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각 당이 벌이고 있는 영입경쟁 양상은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공천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당선 가능성만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입경쟁을 벌이는 행태는 과거와 하등 달라진 것이 없다. 더욱이 당 지도부가 사전에 교통정리를 통해 영입인사들에게 사실상 공천을 보장한다면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던 다짐은 무늬만 공천개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호남표를 의식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른바 ‘DJ맨’ 쟁탈전도 모양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DJ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물간 인사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것이 정치권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일이다. 열린우리당이 영입을 핑계로 정부 각료와 청와대 수석들을 끊임없이 흔들어대는 것도 문제다. 장관자리는 총선용 액세서리가 아니다.
물갈이 압력에 밀려 중진·다선들이 물러난 자리를 함량미달의 ‘얼굴마담’들이 차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각 당이 개혁성과 전문성, 식견을 갖춘 능력있고 참신한 인재 발굴에 좀더 분발해줄 것을 당부한다.
고구려 유적, 아차산성 훼손 안된다
북한산에 이어 아차산에도 터널이 뚫릴 모양이다. 아차산은 한강변 유일의 고구려 유적인 보루성(堡壘城·전방진지)이 남아있고, 바보 온달 장군이 전사한 곳으로 사적 지정을 앞둔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1998년 유물까지 대량 출토돼 현재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록신청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 불거진 한·중간 고구려사 논쟁을 생각할 때, 민족 정통성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아차산 터널은 중장기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서울시는 최근 중랑구 사가정길과 강동구 암사동을 연결하기 위해 아차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2008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아차산 유적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구나 한·중간 역사 마찰의 심화를 생각할 때 이같은 발표는 국익과 역사문제 어느 한쪽에도 별로 도움이 안된다. ‘말 따로 행동 따로’인 행정편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아차산의 역사적 가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됐다. 아차산성 16개 보루성 중 하나인 홍련봉의 경우 고구려 왕궁과 사찰에만 사용된 기와와 유물이 다수 출토돼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문화재청도 발굴유물의 내용과 역사논쟁을 고려해 사적 지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아차산을 포함, 고구려사 지키기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일반 시민은 물론 네티즌들도 ‘고구려를 지킬 창이 되자’며 삼지창 모양의 그리스문자 ‘Ψ(프사이)’ 달기운동까지 펴고 있다. 아차산 터널은 환경파괴란 또다른 부작용도 가져올 것이다. 당국은 이런 국민 감정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된다. 편리를 내세워 유적과 환경을 훼손한다면 미래는 없다.
<문화일보>
정계지각변동과 경제살리기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연두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회생에 전력투구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일단 안도감을 주는 듯했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고, 민주당을 반개혁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국내정치에 관해 거침없이 언급함으로써 또 다른 정치적 분쟁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대목들을 볼 때 노 대통령이 정국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진정으로 경제회생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인지 의문스럽다.
특히 노 대통령은 4·15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승리해야만 한국정치의 지각변동이 오게 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연두회견이라는 것이 특정정당에 대한 지지여부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다.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협력을 호소하는 자리라면 이런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총선결과에 따라 인위적인 정계개편까지 구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충분히 확대 해석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이 “정치상황은 경제와 관계없다”며 80년대 후반 민주화 시기와 여소야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두자리 성장을 한 예를 든데 대해서는 절대 찬동할 수 없다. 그 때 그런 정치적 불안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지금보다 훨씬 큰 발전의 거보를 내디딜 수 있었다. 그런 시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민주당을 반개혁세력으로 규정해 새 불씨를 만든 것 같다. 정치가 요동을 쳐도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고 인식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노 대통령이 경제회생을 새해 화두로 삼으려는 방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와 경제의 함수관계에 대해 기본적으로 보편적인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면 경제회생은 또 물건너갈 수 있다. 노 대통령은 국민화합과 정국안정 속에서 경제회생을 이루겠다고 생각을 고쳐야 한다.
국정원, 장준하 사인규명 협조하라
박정희 유신정권 당시 장준하 선생의 죽음은 아직 의문에 싸여있다. 변사한 1975년 8월17일이래 29년이 흘렀고,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2000년 10월17일 제1기에 이어 지난해 7월1일 제2기가 출범해 그 의문을 추적해왔지만 단편적 정황 이상의 전모에는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당시 경찰발표는 실족사였다. 그러나 실족정황부터 석연찮다. 당시의 정보정치에 미뤄 그해 3월31일부터 일일동향을 감시해온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누구보다 죽음의 비밀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달 18일 위원회 참고인 조사에 응한 김대중 전대통령도 “사망 19일전인 75년 7월29일 선생과의 밀담을 통해 반유신 역할분담에 합의했다”고 증언했다. 선생의 죽음과 반유신 항쟁의 함수관계를 짚어보게 한다.
국정원은 그러나 김 전대통령의 협조와는 전혀 딴판이다. 비협조 정도가 아니라 적대적인 느낌이다. 위원회도 14일 중간보고에서 사망직전 유족에게 전화한 당사자는 1기 위원회가 정보부 정보원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동행인이라고 처음 공식확인하며 “국정원의 자료 비공개’를 새삼 안타까워했다. 1기 위원회가 ‘추락사는 아니지만 진상규명은 불능’이라는 결론아닌 결론(2002.9.16)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도 주로 국정원의 비협조때문으로 지적돼왔다.
국정원 협조거절은 위원회 재조사를 그르치게 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역사를 헛돌게 한다. ‘고영구 국정원’은 사인규명에 협조, 스스로 거듭나고 있음을 실증하기 바란다.
첫댓글 NeverGiveup 님이 http://cafe.daum.net/18USA18F15에 올리신 글을 가져온 것임다. ^^ 그 카페에는 글을 못 쓰기 때문에 걍 제가 가져왔구만요.
어디서 많이 보던 제목 같더니... ;; 제가 매일 갈무리하고 있는 사설입니다. 허락해 주신다면 국포모에도 올려 드리겠습니다.
역시... 감사합니다. 이런 노고를 다 하시고... 저는 찾아볼래야 찾을 수가 없더니 역시 직접 작업하신 거군요.^^ 앞으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