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학교 마지막 수업을 마치면서 동창회보다는 귀농귀촌협의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 오십오를 넘겼어도 아직도 남 앞에서 말하려면 목이 메이고 숨이 가빠져서.... 대인 무대 공포증 ㅋㅋㅋ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것이 자유롭답니다.
귀농교육 처음부터 귀농귀촌협의회 라는 조직이 소개되었고, 4기 교육 동안 내내 개근하신 김한성 부회장님과 오영은 회장님의 헌신적인 지도로 협의회의 존재감이 내내 느껴졌고 모양성축제에서 협의회에서는 식당 운영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협의회가 없었어도 귀농교육은 그럭저럭 잘 마쳤을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농사를 시작하는 데 지금 어려움이 많아도 결국은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으면서 그럭저럭 꾸려나갈 것입니다.
교육을 통하여 배운대로 내년에는 복분자, 오디뽕, 블루베리, 단감을 조금씩 심고, 생각 같아서야 블루베리로 승부를 보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이 과수들이 자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당장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추와 수박에도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퇴비 만드는 일, 묘목 구하는 일, 농기계 사용하는 일 모든 것들을 제 스스로 알아보아야 했고, 조금씩 터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제 일이기에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보아야 할 일이고 거기에 어떤 불만도 없습니다. 그나마 베리월드 농장과 허바우 농장이 동기생이어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지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저는 공동퇴비장 사업에 굉장히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대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15톤 한 차 살포하는 데 25만원인데 15만원 정도로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사업입니까? 그런데 이 일도 결국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직 진행중인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협의회를 통하여 제 개인적인 농사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 협의회가 잘못 되었다거나 임원들이 일을 잘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아실 것입니다. 그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해오셨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 지켜보았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해 귀농해서 농사를 시작한 저에게는 협의회는 아무런 이득이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제가 너무 이기적이든지, 아니면 협의회가 한 개인 회원의 문제를 해결해 줄 단계가 아직 아닌 것일까요?
저도 3-4년 지나 농사 일에 익숙하게 되면서 귀농인이기는 하지만 마을에 흡수되어 마을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틈나는 대로 마을 사람들 한분 한분과 사귀고 면의 농업인 상담소를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발품을 팔면서 사람들을 사귀면서 문제들을 하나 둘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들이 누구라도 이런 식으로밖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저도 3-4년 지나서 내 문제가 많이 해결된 다음에는 함께 교육받았던 반가운 4기 동창회 외에는 귀농귀촌협의회에 대해서 신경을 꺼버리고 말 것입니다. 스스로 발품을 많이 팔아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해결하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그래서 우리는 4기 동창회 내에 조그만 작목반 혹은 연구회라도 만들어서 문제들을 헤쳐나가려고 하고 있는데,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보니까 공지사항에 협의회 조직도가 떴는데 보고 놀란 것은 이미 세부적인 작목반들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 작목반들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서 우리같은 새내기들을 도왔어야 하는데.... 너무 이기적인 생각인가요?
임원진은 너무 헌신적으로 일하는데, 농사 새내기인 저는 협의회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것 (제가 남의 도움만을 바라고 멍청하게 손 놓고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만) 때문에 협의회의 조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조직이든 상부 조직은 하부 조직과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일관성이 있어도 소통이 잘 안되는 판에 조직의 일관성이 없으면 더욱 비능률적인 조직이 됩니다. 아니 조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지금 협의회의 상부 조직 즉 임원진은 실제적인 하부 조직을 거느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귀농교육 동창회도 그 운영진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각 면 조직은 사실 친목회 이상 어떻게 할 수 없는 성격일 것입니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하부 조직으로는 함께 교육을 받아 정이 깊은 동창회와 실제적인 동기와 목적으로 움직이는 작목반(혹은 연구회)이 가능할 것입니다. 각 면 조직의 대표들과 함께 동창회와 작목반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운영진 혹은 임원을 구성해야 일관된 조직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정관을 고쳐야 할 일이라면 빨리 고쳐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귀농귀촌협의회는 마치 나룻배처럼 귀농인이 제대로 빨리 마을에 정착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래서 면 단위의 하부 조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첫댓글 좋은 지적이네요.. 전 그냥 생각없이 사는사람인것 같아요..
도움이 필요하고 기대가 컸던만큼 아쉬움이 크게 다가오는가 봅니다.
협의회가 가속을 받아 제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폭발력이 엄청날 것 같은데...
제반조건이 갖춰지고 각자의 역할을 잘 조율하여 우뚝 설 날이 오기를 고대할 뿐입니다.
물론 개인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우선이겠고요.
회원님의 말씀 뼈속 깊이 와 닿습니다.협의회가 아직 과도기를 거치고 있습니다.그래서 불만이 많을줄 압니다.지금은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나갈때라고 봅니다.열심히 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많습니다.그런 한계를 넘기 위해서 노력 또한 많이 하고 있으니 많은 양해 이해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누구를 탓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저도 자생력을 갖춘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처음 농사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아주 작은 한 부분이나마 도울 길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산업단지에서 공장을 차리려고 할 때 받을 수 있는 One Stop Service 같은 그런 조직과 네트워크를 가진 협의회를 꿈꾸어봅니다.
하하하~~ 함께 한다면 더욱 단단한 조직과 네트워크를 조성하리라 믿습니다.
많이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