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에 바람이 불면 소백산 보다 추운 곳이다
거기다 영하 18도 라는 일기 예보를 알고 떠나는 선자령이다
그런데 출발 부터가 매끄럽지 못하다
31인 만석인데 버스는 28인석이 왔으니 3명이 오버인데 보조석도 없는 버스라 통로에 세 사람이 앉아 가야 한다는 건데 원래 내겐 그런 무리한 통밥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영자 실수니 환불해 주기로 하고 새벽부터 산행하겠다고 나온 두 여성분들을 돌려 보내도 한 자리가 모자란다.
그런데 죽전에 도착하는데 한 분이 전화를 해서 죽전에 어디에 주차를 하느냐고 묻는다
보통은 "포은 아트홀"에 주차한다고 알려 주었더니 기다려 줄 수 있냐고 묻는다.
당장 기사님이 반대하시고 우선 잠시 멈칫거려도 뒤에서 빵빵 대는 도로 변에 15분 가량 기다려야 하는데 사실 현실적으론 어렵다. 그래서 유감스럽지만 안되겠다고 했더니 그럼 두 분이 다음 기회에 참석하겠다고 하여 겨우 좌석을 확보하여 도착한 대관령 들머리다
기상예보와는 달리 바람이 그토록 거세지는 않아서 다행인 선자령 입구는 벌써 10여대의 버스가 질서 없이 늘어서서 등산객들을 하차시키니 길은 이렇게 잘 다져져 있고 ㅎㅎ
덕분에 회님들 신경 쓸 일도 적다
저 커다란 바위돌 옆에서 좌회전하여 임도를 오르면 되는데 원래는 도로가 두개가 겹치는데 첫번째는 황룡사행으로 사실 위에 가면 합쳐지기에 어딜 가도 되지만 스님들이 등산객이 싫어선지 선자령 표식이 없어서 다행히 모두 두번째 도로로 가신다 ㅎㅎ
지난 주에 온 눈을 도로가에 치운 눈더미가 키만큼 엄청나다
백두대간 능선에 올라 바라 본 양떼목장은 풍력단지와 어울려 잘 놀고 계시다
우리 앞에는 조림 사업을 한 것 같은데 몇 년 후에 오면 재들 땜시 지금의 조망은 볼 수 없을 것 같다 ㅋ
능선에 오니 바람은 제법이지만 견딜만하다
그래서 바람개비는 잘들 돌고 계시고 ㅎㅎ
그 많던 산객들이 다 흩어지고 이젠 한 둘 또는 서너 소그룹으로 선자령을 향하여 ~~~
사람의 발자욱이 없는 저런 곳의 깊이는 50 센티가 넘는다 ㅎㅎ
흰구름이 멋진 푸른 하늘 아래 바람도 제법 불어서 잘 어울리는 바람개비가 할 일이 많으시다 ㅎㅎ
다행히 거리가 있어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바라보기가 좋아서 산객들의 발걸음을 잡고는 있지만 ㅎㅎ
나름 휴일도 없이 일하시는 분들 방해는 말아야겠지 ㅎㅎ
저 풍력단지 세 개도 넘어서야 할 것 같으니 아직 갈 길은 멀고
점심 때가 가깝지만 바람이 차서 어디 앉아 있기도 쉽지 않아선지 가다서다 반목하며 간식들을 챙겨 드신다
나야 워낙 먹고 마시는데 부전공이라 그들과 떨어져 건너편 풍경 담기에 바쁘다보니
정상이 가까와 지나보다
이렇게 바람을 막아주는 나무 한그루 없으니 선자령 정상은 역시나 바람으로 상당히 차다
드디어 도착이다
비록 1100 고지지만 바람으로 춥기를 치면 지리산이나 설악산 대청봉이 저리 가라다 ㅎㅎ
이제 5킬로 올라왔다
다시 5.8 킬로를 가야 날머리 대관령이다
여기서 부터 등산 길은 오를 때보다 좋지 못하다
곧 도로가 나타나는데 우회전 길은 매봉으로 백두대간 구간이지만 비법정 탐방지역으로 바뀐지 오래라 소황병산은 갈 수가 없어 모두 좌회전해서 내려가야 한다
이 길은 유럽 알프스 처럼 멋지다
걷기도 좋고 그래서 이렇게 오게 되나 보다 ㅎㅎ
하늘에 작은 구름 조각들이 잘들 놀고 계시고 ~~
우리는 바람도 잔잔한 낙엽송 길을 산책하며 하산한다 ..
지난 주는 저 나무가지 위로 눈이 가득했겠지만 한 주의 바람 땜시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서 나뒹군다
저래보여도 들어사면 5~60 센티라 장난 삼아 들어 간 산객들이 얼른 되돌아 나오신다 ㅎㅎ
골이 깊은 곳에는 그 바람에도 살아 남은 눈들이 가지에 얼어붙어 산개들의 환호를 자아내게 한다
일주 내내 얼어서 만지면 딱딱한 돌덩이 같다 ㅎㅎ
그래서 능선에서 볼수 없었던 설경을 마음껏 담아 올 수 있어서 좋았고
글쎄 다음 주도 계속 영하 7~8도 이하라니 살아 남아 있을 성싶다
암튼 사진에 극성 스러운 여성분들이 눈 속에 깊숙히 빠져듬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인물 없는 사진을 담기가 쉽지는 않지만
나름 눈속을 헤쳐가며 열심히 눈송이를 담아본다
옛날 덕유산 상고대 아래에서 순디와 왕언니와 컵라면을 먹던 생각이 난다
나무가 바람을 막아주어 동굴처럼 따스하였기에~~
하지만 그러기에는 여기 나무 아래는 너무 좁다 ~~
더구나 기어 들어가게 생겼다 ㅋ
암튼 눈속을 헤치고 나오니 곧 날머리가 되는 대관령이다 ㅎ
이렇게 눈 속을 헤매다 돌아온 것은 오늘 바람이 잘 참아준 것에 감사해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