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자연을 느끼려는 열정으로
아침가리골의 물길을 거슬러 오르다보면
아침가리에는 사람이 만든 길이 아니라 산이
내어준 길인 듯 초록으로 빛나는 국립수목원에는
울창한 숲이 있습니다.
숲은 맑고 차가운 계곡을 품고 있고 계곡은 넓고
깊어서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광경을 펼쳐 보입니다.
숲과 계곡에는 온갖 동물이 살고있고 나무에는 박새
황조롱이 소쩍새 곤줄박이 부엉이가 둥지를 틀고,
물에는 열목어 어름치 갈겨니 통가리 쉬리 등이
헤엄치며 살고 있습니다. 아침가리골. 구룡덕봉, 가칠봉 등
해발 1200~1400㎙의 고봉에 첩첩산중으로 둘러
싸인 깊은 골짜기. 조선시대의 예언서 정감록 에서
말한,난을 피하고 화를 면할 수 있는
'삼둔 오가리' 가운데 한 곳이라고 하는 그 골짜기를
궂은비를 맞으며 등산화를 신은 발로 물길을 건너려니
전혀 방수력이 없는 옷이 젖고 추위에 예민한 속살까지
물이 침투하니 어금니가 딱딱거리고 그러다가 머뭇거리는
여인네의 손을 잡고 건너게 해주고나면 왜 그리 기분이
좋은지 그래서 옛 사람들이 음양오행설은 남녀의 정에서
비롯된다고 했던가. 가다가 돌아서는 참엔 빗줄기가
사나운데도 점심을 먹는 답시고 지고감보다 먹고감이
낫다며 배낭끈을 풀어쟤껴 빗물에 말아먹는 맛이
일품인데다 토속주와 쐐주를 마시니 와~으 그 맛이
그 동네 포수(砲手)가 노루고기에 황주(黃酒)를
맛보는 것보다 훨씬 더 맛이 좋더이다...
삼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오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입니다. 예로부터 전해지기를, 난과
포악한 군주를 피해 숨어 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아침가리골은 오가리 가운데서도 가장 깊은 곳
찾는 사람도, 찾고자하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심산유곡이 5~6년 전부터 슬슬 붐볐습니다.
오지 여행가가 하나 둘씩 들어왔고 알파인 스틱을
잡은 트레커가 계곡을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꼭꼭 숨은' 오지가 아니라 '몸 튼실하고 마음
가벼이' 떠난 트레커라면 누구라도 받아주는 트레킹
명소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아침가리골에는 휴지
조각 하나 없습니다. 찾는 사람은 늘어났지만 보존 상태는
그대로입니다. 원시의 모습 그대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