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소감】
◆ 추억의 수필(1990)
《한국문학》 공모전 ‘당선 소감’을 추억하며 모처럼 웃다
― 카카오스토리가 용케 찾아 보여주는 옛글 【공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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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소감】
◆ 추억의 수필(1990)
《한국문학》 공모전 ‘장원 당선 소감’을 추억하며 모처럼 웃다
- 카카오스토리가 용케 찾아 보여주는 옛글 【공유하기】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 필자의 말
이른 아침, 카카오스토리에 <공유하기>가 떴다. ‘과거의 오늘(10.12.) 있었던 추억’이다.
아득한 옛날이야기처럼 추억의 글이 다가온다. 카카오스토리는 용케도 옛 글을 찾아 추억을 되새김하게 한다. 모처럼 웃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손자와 이메일로 공유>하니, 의미가 새롭다. <할아버지의 글쓰기 내력>을 앨범처럼 보여주는 것도 손자에겐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
2014.10.12. 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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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스토리 / 과거의 오늘 있었던 추억 <공유하기>
▲ 《한국문학》 지령 200호 기념 공모전 당선작 발표(1990. 11·12월호)
▲ 심사위원 : 서울대 김윤식 교수(문학평론가), 소설가 전상국 씨
▲ 당선 소감 : 30대 중반의 현직 경찰관, 두 아들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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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수필(1990)
《한국문학》 200호 기념 誌上 공모전 산문 부문 장원 당선 記
윤승원
아내에게 수필을 읽어준다. 시나 소설을 읽어 줄 때도 있다. 신문을 보다가도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으면 꼭 아내에게 읽어준다. ‘책만 보면 졸리다’고 하는 아내가 나는 밉지 않다.
잔일이 많아 온종일 앉아 볼 틈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어려운 생활여건 속에서 늘 근심걱정이 떠날 날 없는 경찰공무원의 아내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감하고 싶어 진실이 담긴 수필 한 편을 읽어 주고 싶어 지는지 모른다.
나는 사소한 일상사에 곧잘 감동하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큰 뉴스거리는 애써 외면하고 싶어 진다. 어찌 보면 작은 것에만 집착하고 살아온 소시민의 천성이려니 생각된다.
아내도 내가 글을 읽어주는 게 싫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나지막이 소리 내어 글을 읽어 줄 때는 하품도 하지 않고 성의껏 들어준다. 재미있고 즐거워서가 아니라, 읽어주는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진지하게 들어주는지 모른다.
어쨌든 한 편의 글을 읽어주는 나의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그 순간이 행복이다. 내가 글을 읽어 줄 때, 아내는 손을 놓고 앉아 듣고 있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옷가지를 개면서 듣기도 한다.
나는 남의 글을 읽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직접 쓴 글을 읽어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아내의 눈치를 살핀다. 아내가 시큰둥한 반응이면 그 글은 어디에도 투고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쩌다 살포시 웃음기라도 비치면 난 반갑다.
늘 심신이 피곤하다고 하는 내가 글을 왜 쓰는가 생각해 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 년 내내 비상근무가 계속되는 직업을 가진 자가 가질만한 취미는 못된다.
그러나 술과 담배도 즐기지 못하고 어디 느긋하게 앉아 화투놀이 같은 오락은 더구나 못하니, 나는 밖에서 조금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간 서적이 꽂혀있는 책방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한두 권 사서 들고 귀가하는 날은 그 누구도 부러울 게 없다.
나는 문학을 삶의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거친 생활을 정제하고 위안을 받고 싶어서 틈만 나면 읽고 또 쓴다. 그러나 아내는 현실주의자다. 결혼 전에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아내는 셈도 빠르고 경제에 밝다.
내 월급봉투를 받으면 돈을 세는데 15초도 안 걸린다. 그리고는 마지막 장을 손가락 끝으로 ‘톡’하고 튕기는 소리에 나는 기가 죽어 고개를 돌린다.
아내의 손놀림이 빠른 것인지, 내 봉급봉투 액수가 형편없는 것인지 나는 굳이 따지려 하지 않는다. 그걸 깊이 생각하는 건 괴로움이다.
그러나 내가 돈을 주고 소유한 책만큼은 밑줄을 그어가며 꼼꼼히 읽어야 하는 내 성격처럼, 나의 사소한 일상사 하나라도 건성으로 세월에 묻어 버리고 싶지 않다. 글로 써두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짧지만 1년에 단 한번 찾아오는 하계 정기 휴가는 내가 글쓰기에 부담 없는 시간이다.
지난여름 휴가 때는 여러 편의 산문을 지었다. 더위도 몰랐다. 그중에서 한 편을 중앙의 어느 문예지 지상(誌上) 공모전에 응모하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퇴근 무렵, 뜻밖에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잡지사에서 집으로 전화가 왔다면서 다소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끄러운 글이라 우체통에 넣는 순간까지 망설였는데, '장원'이라니.
당선 소감과 함께 사진까지 요구해서 밤새 다듬어서 속달로 보내 주었다. 그러나 아내는 상금이 궁금한 지 얼마냐고 물었다.
나는 좀 어이가 없었지만, 내 글이 권위 있는 문학지에 사진과 함께 실린다니 천만 금의 돈보다 더 좋다고 했다. 돈은 써버리면 없어지지만, 내 이름이 새겨진 금메달까지 받게 된다니, 내 아이들에게 가보로 물려주고 싶다.
연말에 있을 예정이라는 시상식 날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아내도 함께 따라갔으면 하고 기대하는 눈치를 내가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1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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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주 : 이 글은 1990년 12월 19일 KBS1라디오 <시와 수필과 음악과>에서 방송,
*2006.11.20~11.23 대전 대덕경찰서 ‘뉴 패러다임’ 시범 실시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강의 시간에 지구대 경찰관들에게 오디오로 들려주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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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 연말에 시상식이 예정돼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문학지 편집장이 교통사고로 별세하는 바람에 행사는 취소되고, 상품만 우편으로 보내왔다.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었다. 상품으로 보내온 순금 메달은 가보처럼 보관하고 있다.
▲ 《한국문학社》에서 보내온 상품, 순금 메달
▲ 중앙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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