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에서의 희망은 무엇일까? 부처님 가르침을 충실히 실천하는 일이다. 즉 부처님 법대로 수행하는 것이다. 지난 4년간 조계종은 ‘자성과 쇄신 결사’를 통해 불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지만 단순한 구호에 그쳤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그렇다면 한국불교 쇄신의 길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것일까?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불교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해방둥이 법산 스님 희망 인터뷰
“스스로의 허물 먼저 돌아볼 줄 알아야”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
대만, 청정승가 회복 운동 모델
교육과 포교사업 개선 시급
“그동안 한국 불교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자주 독립을 구가하고 있지만 정화의 방법과 수단이 정당했는지, 또한 정화 이후 조계종이 얼마만큼 수행종단으로서의 역할을 했는지, 또 스님들 각자가 성직자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1945년생 해방둥이로 올해 고희를 맞는 법산 스님〈사진〉으로부터 ‘해방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스님은 대만 불교의 예를 들며 한국의 승려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대만 불교도 우리와 같이 해방을 맞아 불교를 지켜왔지만 내홍 없이 청정승가를 회복해 사회적으로 귀의 받는 종교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조계종 역시 비구·비구니계를 받아 성직자로서 직위를 받게 되었는데 이들이 사회에서 얼마나 좋은 스승으로, 지도자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이어 스님은 끊이지 않는 범계 행위에 대해 지적했다. “승려의 신분으로 골프, 도박, 음주 등 범계 행위가 끊이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개선점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승려들이 종단의 일선에서 힘을 발하고 있으니 범계 불감증의 시대에 살고 있는 거죠. 이러니 누가 불교에 귀의하고 싶은 생각이 들겠습니까? 범계 행위에 대해 공개하고 이를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스님은 현 집행부가 진행해오고 있는 자성과 쇄신 결사에 대해서도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기 이전에 안으로부터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년 동안 자성과 쇄신 결사는 수행자 스스로의 자성이 아니고 사회적 자성을 일깨우는 일에만 힘을 쏟고 있는듯 보입니다. 물론 사회의 어려운 현장을 찾아가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청정하지 못하면서 사회를 비판한다고 해서 그것이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사회로부터 불교가 그리고 스님이 존경 받기 위해서는 스님들 개개인이 수행정신을 그대로 실천해야 한다고 법산 스님은 강조한다.
또한 한국불교의 쇄신을 위해서는 교육과 포교 사업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전한다. “현재, 한 해 출가자가 200여 명 되는데 평균 연령이 40대로, 20대는 10% 정도에요. 출가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죠. 여기에 학력 수준도 사회적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이들도 많아요. 나이 들어 출가한다는 말은 그만큼 자신의 업식을 바꾸기 힘들다는 말이죠. 그러니 이런 현실에서 출가자들을 어떤 방향으로 교육 시키고 각자의 재능을 어떤 방향으로 발휘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정혜숙 기자 bwjhs@hyunbul.com
“조계종 등 불교계는 각 종단 조직과 구성원들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내부로부터 의식과 제도의 혁신을 통해 국민과 사회에 정법의 가치가 구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한국불교계는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저하되고 쇠잔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과 전망에 대해 이 같이 밝히며 말머리를 풀었다.
조계종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가 만들어지고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진단과 처방의 오류와 지도력의 한계, 장악력의 실패 등으로 긍정적인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했다”고도 평가했다. 현재 한국불교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단의 시스템을 정비하고 기복 중심의 불교 신행 형태를 타파하려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종단 각 조직이 서로 유기적 짜임새를 이루고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승려의 무소유 정신과 희생정신의 함양을 통해 출가정신을 회복하도록 해야 합니다.”
신성민 기자 motp79@hyunbul.com
“현재 한국불교의 상황을 보면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과거가 현재를 말하고 현재가 미래를 예측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불교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정적인 면모들은 과거를 올바르게 살지 못한 기득권 스님들의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운문사 주지소임을 내려놓고 운문승가대 강사로 돌아온 일진 스님은 한국불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스님은 선배들이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후배들도 그대로 보고 따라 배운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득권 스님들이 현실과 타협해 적당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 또한 이를 답습한다고 생각해요. 선배들이 피나게 수행정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후배들도 감동을 받고 따라가지요. 그간 불교의 희망이라고 여겼던 비구니 스님들도 전국비구니회 내홍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죠.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종단의 정치를 그대로 답습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스님은 “승가교육이 제대로 서야 우리 불교가 바로 설 수 있으며 스님 개개인의 삶이 청정해야 불교발전이 이루어질수 있다”고 전했다.정혜숙 기자
외형이 아닌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불교를 보면 지난 100년 간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그 발전은 제도적 측면에 국한된 것입니다. 사상적 측면에서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잘 살펴보면 조선 500년을 비롯해 한국불교는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사상의 발전과 정체성 찾기에서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개혁은 어느 정도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제도가 아닌 내용은 채워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불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합니다.”
스님들의 범계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적 범계가 아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음주 운전, 도박, 사기 등 범죄 행위에 대해 강한 처벌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국불교의 사회적 실천 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님과 재가를 포함한 전문 인력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신성민 기자
김묘주 한국여성불교연합회장은 한국불교가 쇄신하려면 세 가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인재양성과 스님들의 자기계발, 그리고 각 지역과 사찰에 맞는 수행 프로그램 개발이다.
김 회장은 “한국불교의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재가불자들을 키워야 한다”며 “더 나아가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불교 인재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불교인재 양성을 이끌어내려면 스님들의 자기계발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가신도를 키우려면 스님들도 시대에 맞는 자기 계발에 신경 써야 한다. 젊은 불자들이 없다고 하는데,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포교 방법들을 스님들이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회장은 범계행위를 하는 스님들과 감투 쓴 일부 스님의 행태가 선량한 스님과 재가불자들을 힘들게 하고 한국불교의 쇄신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불교계의 대사회적 활동은 “스님들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재가불자들과 교계 단체들을 돕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나은 기자 oasis1983@hyunbul.com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불교의 쇄신은 사회적 실천과 함께 나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계율을 제대로 지키고 부처님법으로 돌아간다면 고해에서 헤매는 중생들을 돌보지 않을 수 없어요. 그게 바로 쇄신이죠.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다면 불교 역시 사회적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양 위원장은 사회적 활동을 일회성 행사로 전락시키지 않고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위원회에 속해 있는 스님들마저 상근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노동, 빈곤 등에 관심을 가진 교역직 스님들이 많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회적 실천위원회가 되었든 노동인권위원회가 되었든 상설전문기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톨릭에서 사회적 실천을 담당하는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를 이끄는 신부는 주교급”이라면서 “그 산하에 노동사목위원회와 빈곤사목위원회등이 전국 교구별로 다 있다. 우리로 치면 교구본사별로 이러한 기구가 다 설치되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현진 기자 linus@hyunbul.com
나무여성인권상담소 김영란 소장은 불교계에서 일어나는 내부 갈등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기존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고 도전하기에 갈등과 반목이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갈등과 반목을 드러내고 해결하려는 집단적 지혜를 모으는 중심이 없다는 것에 있다”며 “문제를 드러내지 않는 것, 적법하게 다루지 않는 것, 계를 지키지 않는 스님들께 여전히 보시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모여 묻고 답하고 해결하는 장을 만들지 않는 것이야 말로 불교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한국불교의 쇄신을 위해서는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과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실에 맞는 포살계문을 제정하고 종단의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구니 스님들의 종단 참여권을 인정하고 재가자 또한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사부대중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소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이웃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나은 기자 < 저작권자 © 현대불교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