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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시절, 나를 사로잡은 것들에 대하여."
나는 책을 좋아했습니다.
엄마가 중고 서점에서 사 온 어린이용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내가 이전에 보던 동화책과
다른 영역의 것이었습니다!
허나 아쉽게도, 내가 매료된 것은 무슨 이론, 어떤 연구자등의 기대할만한 학문적 성과가
아닌(웃음) 어린이용으로 제작된 책의 곳곳에 나오던 이국적인 삽화였습니다.
난 장을 넘겨가며 어떤 단어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까를 찾아보았습니다.
단순하고 '물감색'으로만 채워진 한국의 동화책들과는 다른 '미국적'인 그림들,
(아아, 저는 그냥 그렇게만 느꼈답니다)이 나에겐 정말로 예뻤습니다.
엄마 몰래 책에서 그림을 오려뒀습니다.
그렇게 잡지도 오리기 시작했지요!
중학교때 보그를 처음 본 이후, 무수한 잡지들이 가위질에 너덜해졌습니다.
하지만 그 '쓸데없는 호작질'(저희 어머님의 표현입니다!)은 그때 그때에
내가 사로잡힌 그 시대의 씬, 그때의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과거, 나는 어떤 것들에 홀릭되었는가.
그리고, 그런 이미지와 생각들의 조합은 지금의 나를 이루는 8할 5푼의 기본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영원한 고정불변의 것들은 아니더라도,
큰 줄기를 이루는 '마기 감성™'의 기본 축인 것입니다.
자, 이것은 내가 그때 사랑했던 그 모습들입니다.
과거의, 즐거운 회상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현재로 이어져 나를 이루고 있습니다.
retrospectively 1 "그토록 소원하던 프라다"
매 시즌 잇 백 it bag들이 등장하는 패션 트렌드 이지만,
내게 있어 최초의 '소유욕'을 불러 일으킨 것은 프라다의 볼링백이었습니다.
보그 코리아 이명희 편집장의,
"00'컬렉션에서의 패션 에디터들의 필수품은 프라다의 볼링백, 에비앙의 생수"
라는 코멘트를 본 후, 나는 그 꿈의 가방을 잡지에서 조심조심 오려 다이어리에
붙여두는 고등학생이었습니다.
지젤의 어깨에 척하니 걸쳐져 있던 카멜색 컬러의 볼링백,
오드리의 보잉 선글라스와 멋지게 어울린 와인 컬러 볼링백.
과거의 패션 아이템은 지나가서 무의미하지 않고,
다시금 상기하고 되풀이 되는 패션 트렌드에 있어서
중요한 작용을 하기도 합니다.
매 시즌 프라다의 컬렉션 발표후, 에디터들의 앞다투어 구매한다는 프라다 아이템들.
패션쇼 컬렉션에서의 각국 에디터들이 소화해낸 프라다 룩.
시즌 별로 달라지는 그녀들의 스냅샷이 곧, 프라다의 역사입니다.
retrospectively 2 " 292513 = storm "
"정녕 송승헌은 스톰 간지때가 최절정이었다고 생각해."
중학교 시절 태승의 스톰과 닉스 바람은 거셌습니다! 기억하나요?
292513의 로고와 닉스 라벨이 찍힌 청바지를 갖고 싶어 안달했던 십대.
FIT출신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백종열의 '쿨한' 광고기획은 그야말로 센세이셔널 했습니다.
이전까지 이렇게 깔끔하고, 세련되며, '쿨해보이는' 광고는 없었습니다.
송승헌과 소지섭, 그리고 이안과 이세야 등의 일본 모델로 '선빵을 날린' 스톰 광고는
이후 일본의 영모델들을 앞세워 이미지 굳히기에 들어갑니다.
테마를 정한 깔끔한 카탈로그 작업은 옷만큼이나 갖고싶던 것이었습니다.
김하늘의 하얀 치아가 이쁘게 드러나게 웃던 웃음,
이안과 가끄의 묘한 이국적 느낌, 다카하시 마리코 쥰에 이어지는 일본 영 모델들의 신선함,
이 모두는 우리가 스톰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요소입니다.
retrospectively 3 "그 때 그 여자들"
한국에는 멋진 여성의 아이콘이 있습니다.
수많은 패션 카메라와 여성들은 그들의 패션과 스타일을 훔쳐보고, 선망합니다.
(여기서, 배제하고 싶은 것은 '똑같이 되고싶어'하는 한심함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녀들의 전성이게 그녀들이 보여준 그녀들의 이미지는
그 하나로 우리의 뇌리에 남습니다.
마치,
"아, 나는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를 부를때의 임희숙이 좋아."
"나는 정사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돌아올때의,
다이안 레인이 울며 웃으면서 울어버리던, 그 씬scene이 정말정말 좋아."
하고, 그녀 자체보다 그녀의 한 씬이 남아버리는 것입니다.
이승연, 그녀의 결고운 눈썹 그리고 너무 동경한 흑장미빛 립컬러.
아마도 샛빨간 립스틱 보다는 더욱더 세련되게 소화한 그 컬러가
그마만큼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그 느낌 자체에 매료된것 같습니다.
엄정화, 2000년 6집앨범 촬영을 위해 런던에서의 슈팅모습입니다.
존 갈리아노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
난 노래하고 연기하는 엄정화,가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무수한 누군가들 처럼 어설픔의 '겸업 연예인'의 범주와는 다른 그녀입니다.
심은하, 2000년 파리에서의 영화 촬영.지춘희와 구호의 옷으로 스타일링 했습니다.
청순하고 맑은 그녀의 이미지 보다는
속을 내보이지 않는 또렷한 눈망울과,한발자욱 떨어진 조용한 냉소가
나는, 맘에 듭니다. 내게 있어 과거의 그녀는 그런 이미지입니다.
고소영, 99년의 런던에서의 닉스 광고 촬영중에서.
샤넬 선글래스를 머리에 얹고 빨간 립스틱을 바르던 그녀도 정녕 멋졌지만,
이렇게 까아만 머리채를 단정히 헝클어트린 그녀가 나는 예쁩니다.
나는 그녀의 눈썹산과 코매무새가 정말로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retrospectively 4 "한국 모델"
지극히 동양적인 눈꺼플과 스키니한 라인의 정재경.
보이쉬한 커트머리의 그녀가 기억에 남는군요.
후에 동생도 같이 모델로 활동했습니다.
잠실 여고 재학시절 대뷔한 옥지영.
그 맑고 초롬한 피부결과, 상커플 없는 눈이 매력있었죠.
보이 밋 걸과 티의 카탈로그에서 무심하게 쳐다보던 무심하지 않은 존재감.
이요원과 김지혜, 김민선과 함께 키키, 신디 더 퍼키 등이 십대 잡지판 점유율을
높아가던 시기에 잡지 화보와 각종 카탈로그를 촬영했습니다.
이들 신진 모델들을 촬영하는 기사의 서브 카피가
"이들 없으면 다음 시즌 카탈로그 촬영이 불가능하다!"일 정도.
retrospectively 5 "T h e M o d e l s "
헤더 막스, 젬마 워드, 제시카 스탬등으로 등장한 베이비 페이스 모델 군단들의 활약이
그지없이 사랑스러우십니까? 왜 이제서야 나타난 이쁜이들, 이라고 흐뭇해 하시나요?
패션에는 트렌드가 있고 이는 짧디 짧은 모델주기에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순환 싸이클입니다.
헤더와 젬마가 elementary ,아니면 middle school에 갓 입학할 정도 일까요?
98년 innocence한 베이비 페이스의 신진 모델들이 등장했습니다.
눈썹을 모두 민채 스티븐 마이젤에 의해 빨간 머리가 되어 이태리 보그에 등장한 카렌,
주근깨 투성이로 새초롬히 카메라를 바라보는 오드리와 매기.
이들은 모두 그 시대의 섹시하지 않은 소녀같은 '베이비'트렌드의 모델이었습니다.
98~99년 시즌의 Maggie Rizer( I luv U
~)
베이비, 걸리쉬 트렌드의 모델은 또 바로바로 변화를 요구합니다.
The return of sexy models! 과거 1세대 슈퍼모델이었던 린다, 신디, 크리스티의
부활이라도 되는듯한 섹시밤sexy bomb모델 트렌드의 컴백.
더 이상 깡마르고 무표정한 어린 소녀의 이미지가 아니라
늘씬하게 쭉쭉뻗은 여인들의 이미지를 그들이 몰고 왔습니다.
빅3로 불리던 지젤 번천, 카르멘 카스, 프랭키 라이더.
그는 이전 트라이 앵글 구조의 빅쓰리 모델이 그랬던 것처럼 같이 화보를 찍었고
(저 멋진 진 화보를 보세요! )
각종 패션쇼 오프닝과 피날레를 장식했으며
듀엣, 단독으로 각종 잡지의 커버를 독점했습니다.
이 소녀를 알아보시겠어요?
주근깨 빨간머리 깡마른 소녀, 신시아 디커입니다.
저번 시즌과 이번 시즌 걸리쉬 붐을 타고 등장했지요.
신진 모델이라고 아실테지만, 일본 잡지에는 2~3년전부터 꾸준히 등장했답니다.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를 다 드러내고, 곱슬 빨간 머리를 헝클어진채 놔둡니다.
그래도 저렇게 귀엽기만 하니까.
제가 가진 잡지의 2년에서 3년전 정도의, 비교적 무명 시절 일때의 신시아의 모습입니다.
retrospectively 6 "J a c k i e S t y l e "
우리가 누구의 삶을 알고 싶어 하는가, 혹은 알게 되는가는 우리의 스타일 형성과
직결됩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스타일의 삶을 추구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지표가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마음의 습관은 나를 만들지요.
재클린 오나시스 케네디,
보다는 재키로 부르고 싶은(오, 그 끔찍한 이름으로 불러주세요-하고 그녀는 말했다지만)
재키 스타일의 그녀 모습.
재키는 진정 자신의 스타일로 살아간 사람입니다.
재클린 리 부비에는,
결혼 전 대학 재학 시절 중,
보그가 주최한 '프리 드 파리'에
"내가 실제로 만날 수 있었더라면"라는 주제로 글을 응모했습니다.
그녀가 시간을 거슬러 만나고자 했던 남자들은
시인 보들레르,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 무용가 디아길레프 였습니다.
자는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 서재에서 책을 읽던 어린 아이,
소르본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던 학생,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던 여인에게 있어
그들은 '사자死者'가 아니었고, 끊임없이 그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녀 안에 살아 그녀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이들이었습니다.
그런 인물을 생각한다는 것,
그들을 이해하고 내안에서 큰 작용을 하는 것으로 만든다는 것,
그런 이들이 그대 삶에도 있습니까?
"..나는 기형도가 죽은 새벽의 심야극장 ;
그 비인간화된 캄캄한도시 공간을 생각하고 있다.
그가 선택한 죽음의 장소는 나를 진저리치게만든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러 할 것이다.
그의 검은 눈썹과 노래 잘하던 아름다운 목청이 흙 속에서 이제
썩고있는 모습도 지금 내 눈에 보인다.
형도야, 네가 나보다 먼저 가서 내 선배가 되었구나.
하기야 먼저 가고 나중 가는 것이 무슨 큰 대수랴.
기왕지사 그렇게 되었으니 뒤돌아보지 말고 가거라.
너의 관을 붙들고 "이놈아 거긴 왜 들어가있니.
빨리 나오라니깐." 하고 울부짖던 너의 모친의 울음도,
그리고 너의 빈소에서 집단최면식의 싸움판을 벌인
너의 동료 시쟁이들의 슬픔도 아랑곳하지 않고가거라.
그리고 다시는 생사를 거듭하지 말아라.
인간으로도 축생으로도 다시는 삶을 받지 말아라.
썩어서 空이 되거라.
네가 간 그곳은 어떠냐 ...
... 누런 해가 돋고 흰 달이 뜨더냐."
<기형도 詩의 한 읽기, 김훈>
"스톰을 가장 잘 표현한 모델?
김성재. 그 자체로 스톰 마인드의 표현이었다."
(STORM creative Director 백종열)
"죽었다는 것,
혹은 지나갔다는 것?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시즌은 지나간 패션의 자리에도 그것은 무수히 리바이벌 되어 우리에게 보여지고
우리는 그것을 또 새롭게 봅니다.
그 사람은 없어도 우리는 그를 추억하고,
그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그렇게,
그때의 모습들은 낭만적이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때의 그 사건, 그 모습, 그 사람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그것들은 당신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쳤습니까?
그것이 바로, 당신을 구성하는 바탕입니다.
죽이는 군 !! 글들 사진들 그리고 글을 쓴 당신!!!!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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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이제 안보이는 겁니까.???ㅜㅜ;ㅣ;;